40년의 아품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그날 ㅡ
창밖에는 어둠이 깔리고 무심한 산천은 그렇게 침묵했다.
잘가거라고 한번만 시선 줬어도 이리 서운치는 않았으련만 ㅡ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은 갈갈이 내 깃발을 찢어놓았고 춘천역을 떠난 부산행 수송열차는 기적도 금새 목쉬어 버렸다.
기약없는 이별은 안개되어 터엉빈 너와 내 가슴에 스멀스멀 밀려 들었지.
영아~ 순아~날 잊지 말아다오.
조국아~내 조국아~날 기억해 다오.




누구를 위한 보냄이었던가?
무엇을 위한 헤어짐이였던가?
부산항 특별부두를 가득메운 깨알같은 군상들은 저마다의 사연들을 감추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외쳤다.
조국의 영광과 자유수호의 사명감에 충만하여 이역만리 전쟁터로 떠나는 자기들의 젊은이를 위하여 외쳤다.
부디 잘싸우고 살아서 돌아 오라ㅡ

유령처럼 버티고 선 수송함의 까마득한 굴뚝을 보면서 한순간 백치처럼 하얀 마음이였었지.




'어무이~'
'내 새끼야~'
떠나는 자 보내는자 모두의 가슴엔 퍼석퍼석 손대면 흩어질 먼지만 남았다.
한달동안의 지옥훈련에 몰라보도록 까칠해진 아들의 얼굴을 부비며 어머니는 그렇게 하염없이 통곡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



조국의 내 젊은이들을 지옥같은 전쟁터로 보내는 마음이야 누구나 다름이 있었겠으랴.






가고 옴은 원래 기약된 것이 아닌것.
바람이 흔적 있음을 보았느냐.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저것이 내 조국 내 형제로구나.
아아~ 그날은 파도도 잠들었고 갈매기도 울음을 그치더구나.




거치른 남지나해를 가르고 일주일만에 도착한 그곳 월남은 은은한 포성과 뒤섞여 이따금씩 들리는 팬텀기 굉음을 빼놓고는
하얀 모래사장을 사그락 대는 물결과 향기로운 야자수 내음 그리고 아오자이깃 펄럭이며 한가로히 해변을 걷는
남국의 아가씨들 우수찬 눈망울에 취하는 아름다운 낙원이였다.
저길보라~그토록 작열하던 포성이 멎은 투이호아 혼바산위 장군바위의 평회스러운 모습을 ㅡ




그러나 무서운 불꽃놀이는 7년여 동안이나 계속됐다.
아니, 그것은 연인원 32만여명 참전에 5,000여명의 전사자와 2만여명의 부상자 그리고 지금도
고통속에서 신음하는 수만의 고엽제전우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아직도 현재진행이다.
그대들은 알고나 있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굵은 주사바늘을 팔뚝에 꽂은채 한웅큼의
알약을 삼켜야만 살아갈수 있는 우리 참전 전우의 참상을 ㅡ



쏘고 또 쏘고...인간이 할수있는 온갖 잔인한 죽음의 놀이가 산하를 뒤덮는다.
존재와 소멸의 모호한 線ㅡ




벌겋게 단 M16 총구가 채 식기도 전에 살육전은 계속된다.
죽이지 않으면 죽여야하는 선택이 필요없는 전쟁이란 이름의 제로섬 게임 ㅡ
아아~생사를 함께한 내 전우인데...





살았니? 죽었니? 조금전까지도 한가치 담배를 맛있게 나누어 피던 너였다.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내 널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참호속 어딘가에 작열한 포화야~ 너 한떨기 저승꽃ㅡ
죽음을 입�우는 찬란한 교항곡ㅡ





어쩔수 없이 전쟁이란 마물의 희생이 되어야 하는 민간인들 ㅡ
그래서 비록 인간에 의해 저즐러 진것이지만 그것은 하늘이 내린 천형과도 같은 것ㅡ





「100명의 적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명의 주민을 보호하라 」채명신 주월사령관의 민사작전
전략에 따라 우리 한국군은 희생을 무릅쓰면서도 포염속에서 어린아이를 구해 내었다.
일부 좌경사상에 물들은 자들의 '양민학살'운운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는 목슴바쳐 자유수호를
위해 싸운 32만 참전군인들을 모독하는 행위여서 다시금 끓어오르는 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승리란 무슨 의미를 갖는가?
텅텅빈 페허만 남은 격전지엔 파헤쳐진 흙구덩이와 타다 만 나뭇가지만 앙상하구나.
일순간에 모든것을 앗아가는 상실의 극치 ㅡ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하고 있었단 말이냐..






내 너를 전투중에 잃어버려 다시 찾아왔건만 너는 간곳이 없고 구멍뚫린 철모만 여기 딩구는구려.
전우야~전우야~
돌아가서 네 어머니에게 무어라고 전하랴.




이제 ㅡ

폭격기 포물선을 그리던 푸른 하늘엔 흰구름만 여유로이 떠돌고
포탄이 작열하던 밀림엔 야자잎이 웃음띠며 너울거린다.
죽고 죽이던 저주의 유령이여
네 붉은 입술일랑 달콤한 입마춤을 잊어라
우리 이리 늙었다네.

사십년도 넘은 세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네.
꿈에서도 떠도는 악몽일랑 이제 그만 걷어 가게.
앙상한 병사들의 가슴일랑 더 이상 후비지 말게.
주름진 전우얼굴 마지막 웃음꽃 피는걸 보게 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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