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報恩)
2016. 12. 20. 18:36
2016. 12. 20. 18:36
소록도 이야기
소록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K목사 앞에 일흔이 넘어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습니다. "저를 이 섬에서 살게 해 주실 수 없습니까? "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목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니, 노인장께서는 정상인으로 보이는데 나환자들과 같이 살다니요?"
"제발"
그저 해본 소리는아닌 듯
사뭇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노인을 바라보며 K목사는 무언가 모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저에게는 모두 열명의 자녀가 있었지요" 자리를 권하여 앉자 노인은 한숨을 쉬더니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아이가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언제 이야기입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전,그 아이가 열 한 살 때였지요" "......"
"발병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 아이를 다른 가족이나 동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로 왔겠군요"
"그렇습니다."
소록도에 나환자촌이 있다는 말만 듣고 우리 부자가 길을 떠난 건 어느 늦여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매우 불편해서
서울을 떠나 소록도까지 오는 여정은 멀고도 힘든 길이었죠.
하루 이틀 사흘…. 더운 여름날 먼지나는 신작로를 걷고 타고 가는 도중에 우린 함께 지쳐 버리고 만 겁니다.
그러다 어느 산 속 그늘 밑에서 쉬는 중이었는데 나는 문득 잠에 골아 떨어진 그 아이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바위를 들었지요. 맘에 내키진 않았지만 잠든 아이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만 바윗돌이 빗나가고 만 거예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을 들었지만 차마 또다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어요.
아이를 깨워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