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이야기 

 

 

 

소록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K목사 앞에

일흔이 넘어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습니다.


"저를 이 섬에서 살게 해 주실 수 없습니까? "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목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니, 노인장께서는 정상인으로 보이는데 나환자들과 같이 살다니요?"

"제발"

그저 해본 소리는아닌 듯

사뭇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노인을 바라보며

K목사는 무언가 모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저에게는 모두 열명의 자녀가 있었지요"
자리를 권하여 앉자 노인은 한숨을 쉬더니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아이가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언제 이야기입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전,그 아이가 열 한 살 때였지요"


"......"


"발병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 아이를 다른 가족이나 동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로 왔겠군요"


"그렇습니다."

 

 

 

 

소록도에 나환자촌이 있다는 말만 듣고

우리 부자가 길을 떠난 건
어느 늦여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매우 불편해서

서울을 떠나 소록도까지 오는 여정은

멀고도 힘든 길이었죠.

하루 이틀 사흘….
더운 여름날 먼지나는 신작로를 걷고 타고 가는 도중에
우린 함께 지쳐 버리고 만 겁니다.

그러다 어느 산 속 그늘 밑에서 쉬는 중이었는데
나는 문득 잠에 골아 떨어진 그 아이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바위를 들었지요.


맘에 내키진 않았지만 잠든 아이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만 바윗돌이 빗나가고 만 거예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을 들었지만
차마 또다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어요.

아이를 깨워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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