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유물' 세바람꽃 소백산에도 산다


'빙하기의 유물'로 알려져 있는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초 충북 소백산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자연자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바람꽃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현진오 소장은 "빙하기 때 한반도에 내려왔다가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에만 남은 경우가 있는데 암매·홍월귤·노랑만병초 등이 그런 사례"라며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국외 반출 승인 대상인 희귀식물
국내선 한라산에만 서식 알려져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가 고립된 식물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세바람꽃·암매·노랑만 병초·구상나무. 암매는 한라산에서만, 노랑만병초는 경북에서 , 구상나무는 한라산·지리산·덕유산 등에서 관찰된다. 구상나무는 분비나무가 고립된 뒤 별도의 종으로 진화한 경우다. [사진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빙하기의 유물’로 알려져 있는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남한에서는 한라산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초 충북 소백산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자연자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바람꽃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자생지는 해발 1000m 정도에 위치한 계곡 주변. 10㎡ 정도의 면적에 20여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세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빗과(科) 바람꽃 속(屬)의 식물이며, 높이가 10~20㎝로 한 줄기에서 세 송이의 꽃을 피운다. 이 때문에 ‘세송이바람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나 한꺼번에 꽃 세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김선현 주임은 “한 송이가 피어 있을 때 아래쪽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먼저 핀 꽃이 지고 나면 나머지가 피는 식”이라며 “전체적으로 개화 시기를 늘려 꽃가루받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바람꽃은 햇볕이 하루 1~2시간 들면서도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를 선호한다. 까다로운 서식 조건 탓에 해발 700m 이상의 차가운 아한대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과거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지만 이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한반도 남쪽에서는 사라지고 고도가 높은 제주도 한라산에만 남았다. 북한에서는 백두산 등 함경남북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현진오 소장은 “빙하기 때 한반도에 내려왔다가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에만 남은 경우가 있는데 암매·홍월귤·노랑만병초 등이 그런 사례”라며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세바람꽃은 분포 지역이 좁은 희귀식물에 해당되며, 국외 반출 승인대상종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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