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가득한 쌉싸래한 철원의 맛,철원 음나무순 축제

       

철원의 봄은 풍성하다. 이제 막 꽃을 피운 사과나무에 눈이 즐겁고, 파릇하게 새순을 틔운 음나무순에 입이 즐겁다. 연교차가 60℃ 이상인 철원의 혹독한 겨울을 버텨낸 음나무순은 지금이 제철. 집 나간 봄날 입맛도 되돌려 세울 음나무순을 맛보고 싶다면 지금이 딱이다.

철원 음나무순 축제가 한창인 고석정국민관광지 철의삼각전적관 앞 광장 철원 음나무순 축제가 한창인 고석정국민관광지 철의삼각전적관 앞 광장

철원의 대표 관광지인 고석정국민관광지에선 토요일이면 장이 열린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에만 장이 선다고 해서 반짝장터라고도 불린다. 지난 4월 30일부터 이곳에서 '철원 음나무순 축제'가 열리고 있다. 반짝장터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겨우내 정성껏 재배한 음나무순과 각종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철원 음나무순 축제는 오는 5일까지 계속된다.

튼실한 몸매를 자랑하는 도라지 도라지 튼실한 몸매를 자랑하는 도라지말린 오징어처럼 야들야들한 하수오 말린 오징어처럼 야들야들한 하수오

철원 고석정국민관광지 내 철의삼각전적관 앞 광장으로 들어서면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튼실한 몸매의 도라지도, 야들야들한 몸매의 하수오도 제철을 맞아 한껏 몸단장을 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음나무순이다. 우리가 흔히 개두릅이라고 부르는 음나무순은 그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아삭한 식감으로 봄철 집 나간 입맛을 되살려 주는 최고의 봄나물이다. 철원의 음나무순은 더운 물에 살짝 데쳐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 먹어도 그윽한 향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다. 달콤한 맛이 가미된 음나무순 장아찌는 간장게장에 뒤지지 않는 밥도둑이다.

더운 물에 데친 음나무 순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음나무순 향이 가득한 은나무순 튀김 [왼쪽/오른쪽]더운 물에 데친 음나무 순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 음나무순 향이 가득한 은나무순 튀김

음나무순은 몸에도 좋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사포닌이 많아 나른해지는 봄철 기운을 돋워주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예부터 한방에서는 해동피(海桐皮)라 부르는 음나무 껍질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완화하고, 풍기를 제거하는 데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개두릅이라고도 불리는 음나무순은 예부터 한방약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개두릅이라고도 불리는 음나무순은 예부터 한방약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서둘러 찾아온 이상고온 탓에 예년보다 수확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지만, 그래도 축제가 열리는 동안은 철원의 맑은 공기를 닮은 음나무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축제장에서는 음나무순 외에도 철원오대쌀과 녹두, 백태 등 철원 땅이 키워낸 다양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축제장 입구에 건빵과 초코파이 대신 철원의 농산물을 가득 싣고 다니는 황금마차 PX를 찾으면 된다.

철원에서 난 농산물들을 가득 실은 황금마차 PX 철원에서 난 농산물들을 가득 실은 황금마차 PX한지공예 목공예 목공예와 한지공예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마련돼 있다.

철원 음나무순 축제장은 여느 축제장과 느낌이 조금 다르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이 있고, 아담하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이건, 이곳 축제장이 축제만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축제는 토요장터라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되는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다. 요즘처럼 음나무순 철이면 음나무순 축제를 열듯이, 파프리카가 제철을 맞으면 파프리카 축제가 열리고, 사과가 발갛게 익어가는 계절에는 사과 축제가 열린다. 그러니까 이들 축제의 중심에는 언제나 토요장터가 있는 셈이다. 축제장 한편에서 취나물 한 움큼을 주네, 못 주네 실랑이를 벌이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장터에서의 흥정이 늘 그렇듯, 결론은 언제나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 할머니의 한 움큼 '덤'으로 마무리될 테니까. 이곳은 정이 남아 있는 공간이니까. '남는 것 하나 없다'는 주인 할머니의 얼굴에도,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누'라며 야무지게 장바구니를 챙기는 손님 할머니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정 때문이니까.

축제장에서 흥을 돋우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축제장에서 흥을 돋우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지역 특산물 농산물 외에도 초란 등 지역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 농산물 외에도 초란 등 지역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숙취에 좋은 아스파라거스는 거북손을 닮았다. 숙취에 좋은 아스파라거스는 거북손을 닮았다.

토실토실한 음나무순으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다면, 이제부터는 느긋하게 축제를 즐길 차례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먹거리. 음나무순 축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축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먹거리의 유혹이 사방에서 각개전투 식으로 전개된다.

메밀배추전에는 봄동과 실파가 맛깔스럽게 올라간다. 메밀배추전에는 봄동과 실파가 맛깔스럽게 올라간다.

철원이 자랑하는 오대쌀로 만든 쌀강정도 보이고 오븐에서 갓 구워낸 따끈한 사과찰떡도 군침을 돌게 만든다. "이 맛이야!"를 연발하게 만드는 두툼한 수수부꾸미가 중장년층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달콤한 사과 향이 배어나는 사과찰떡은 아이들의 입맛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뭐부터 먹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봄내 가득한 쑥튀김은 어떨까. 주문과 동시에 바로 튀겨내는 쑥튀김은 노릇한 빛깔도 그렇지만 입안 가득 번지는 쑥 향이 가히 압권이다. 철판에 얇게 두른 메밀 반죽에 봄동과 실파를 얹어 은근한 불에서 지져낸 메밀배추전도 봄의 맛에서 빼놓으면 섭섭하다.

봄내 가득한 쑥튀김 쑥튀김 봄내 가득한 쑥튀김아이들이 좋아하는 사과찰떡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과찰떡

배까지 든든히 채웠으면 고석정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고석정은 철원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로 철원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고석정은 그 절경만큼이나 임꺽정의 전설이 서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의적으로 꼽히는 임꺽정은 이곳 고석정 맞은편 절벽에 석성을 쌓고 함경도에서 조정에 상납하는 공물을 탈취해 서민들에게 나누어줬다고 한다. 그런 임꺽정이기에 철원 사람들은 아직도 임꺽정의 영혼이 꺽지에 깃들어 한탄강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지만 철원 사람들의 임꺽정에 대한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고석정국민관광지 광장에 세워진 임꺽정 동상 임꺽정 동상 주위로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유등이 설치돼 있다. [왼쪽/오른쪽]고석정국민관광지 광장에 세워진 임꺽정 동상 / 임꺽정 동상 주위로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유등이 설치돼 있다.

고석정에는 태봉국을 세운 궁예에 대한 이야기도 남아 있다. 철원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화산 활동이 있었던 곳. 철원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아는 현무암이지만, 궁예가 살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궁예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이곳 철원을 찾았을 때, 이 거무튀튀하고 구멍 숭숭 뚫린 돌을 '벌레 먹은 돌'이라 부르며 불길해 했다고 하니 말이다. 28년 뒤 왕건에게 쫓겨 한탄강변을 지날 때도 궁예는 이 돌을 보며 '내 운명이 다했다'고 한탄(恨歎)했다고 한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들 두고 한탄강의 어원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실제 한탄강의 한자표기는 한탄강(恨歎江)이 아닌 큰여울이란 뜻의 한탄강(漢灘江)이다.

고석정 한탄강 임꺽정의 전설이 서린 고석정과 한탄강

여행정보

철원 음나무순 축제
  • 주소 : 강원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 문의 : 033-450-5551(철원군농업기술센터 생활지원팀)
주변 음식점
  • 대득봉 : 음나무순 정식 / 갈말읍 텃골1길 45 / 033-452-2915
  • 임꺽정가든 : 매운탕, 산채비빔밥 / 동송읍 태봉로 1825 / 033-455-8779
  • 폭포가든 : 매운탕 / 동송읍 직탕길 86 / 033-455-3546
숙소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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