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전력화 성공 · 잠수함 탑재 땐 '전투력 게임체인저'

같은 디젤함으론 추적 불능.. 韓, 무제한 작전가능 核潛 필수
지난해 8월 24일 동해상에서 발사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
북극성-1형 1기를 탑재한 2000t 신포급 잠수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탑승한 모습.
우리가 독자기술로 건조 중인 3000t급 장보고 Ⅲ 개념도.

목소리 커지는 ‘국산 핵잠수함 개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핵추진잠수함(핵잠·또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변하면서 국산 핵잠수함 사업단 출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국회 국방위원들이 핵잠 추진에 동의한 상황인 만큼 핵잠 사업은 정치권의 지지 아래 순풍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특히 북한의 개량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수중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인 핵잠 개발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1 ‘핵잠’ 왜 필요한가

북한은 현재 SLBM 3∼4기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잠수함을 개발 중인데 이 잠수함은 전력화 시 동북아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LBM에 소형 핵무기를 탑재해 잠수함으로 수중 공격할 경우 그린파인레이더나 군사위성 등 지상·공중 전력으로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중 SLBM 발사 위치를 모르면 대응 방법이 없다. SLBM 탑재 디젤잠수함의 수중 추적 및 감시작전은, 그보다 최소 1.5배에서 3배 이상의 속력을 24시간 낼 수 있는 핵잠으로만 가능하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디젤잠수함으로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젤잠수함은 거의 매일 의무적으로 수면 가까이 부상해야 하는 데 비해 핵잠은 식량과 승조원의 체력 유지에 문제가 없다면 무제한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이 2차 대전 후 디젤잠수함을 퇴역시키고 핵잠을 보유한 이유다. 핵잠은 대형 선체에 어뢰·기뢰·SLBM 등 다양한 무기 탑재가 가능하지만, 디젤잠수함은 소형 선체로 추진력이 제한돼 어뢰와 기뢰 외에는 파괴력이 SLBM에 비해 떨어지는 잠수함발사크루즈미사일(SLCM) 탑재만 가능하다.

2 디젤잠수함과 차이

기차로 표현하면 핵잠이 KTX라면 디젤잠수함은 완행열차다. 핵잠은 속력, 수중 지속능력, 공격능력, 생존능력, 보복능력 등 모든 면에서 디젤잠수함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고 있다. 디젤잠수함은 하루 2∼3회 스노클(축전지 충전)이 불가피한데 스노클 때는 적 잠수함에 탐지돼 수중 잠수함 추적 작전이 불가능하다. 공격능력도 핵잠이 헤비급 선수라면 디젤잠수함은 플라이급 선수 정도다. 핵잠은 월등한 생존능력으로 최후까지 보유한 무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디젤잠수함은 공격 직후 생존을 위해 도망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핵잠은 광범위한 해역에서 적을 찾아다니며 공격 및 재공격이 가능하고, 공격당하면 고속으로 현장 이탈이 가능하다. 반면 디젤잠수함은 소구역 매복작전에 유리하다. 재공격 능력이 취약하며, 공격당하면 고속 현장 이탈이 불가능한 탓이다. 핵잠이 완전 스텔스함이라면 디젤잠수함은 세미 스텔스함에 비유되는 이유다.

3 원자로·선체 설계능력

우리는 핵잠용 소형원자로 기술을 충분히 갖췄으며 지난해까지 3000t급 잠수함에 탑재할 수준의 원자로 설계능력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2002∼2012년 일체형 국산 원자로 스마트(SMART)를 개발했고 원자로 독자 설계·제작 기술력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함정 최적화 시 2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체 제작은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에 뒤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2018년 독자 설계한 장보고급(3000t) 잠수함을 진수하는 등 잠수함 독자 설계 능력을 확보했다. 다만 설계 인력 및 예산 확보가 열쇠다. 핵잠 선체 예산은 4000t급 기준 장보고급 잠수함의 2배인 1조6000억 원이 예상된다.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고 국가 역량을 결집하면 7∼8년 안에 핵잠 개발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4 국제법 위배 소지는 ?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규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 금지를 위한 핵물질 사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협정 제14조는 핵물질이라도 군함 추진체와 같은 폭발장치가 아닌 군사 목적 사용을 선언할 경우 IAEA 협의하에 사찰을 면제받을 수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 SLBM 탑재 잠수함 추적용 핵잠 건조에 농축도 20% 미만 우라늄을 사용하겠다고 보고하면 핵무기 제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군함의 추진체에 사용하겠다고 보고하면 핵 사찰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농축도 20% 미만으로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없기에 제재 명분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 원자력협정 개정 전망

2015년 4월 22일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 제11조는 ‘우라늄 235 동위원소가 20% 미만인 경우에 한해 농축할 수 있다’, 제13조는 ‘이전·생산된 모든 핵물질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 루비급 잠수함처럼 20% 미만으로 농축한 우라늄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원자력협정은 미국산 우라늄과 장비를 사용할 때 해당되는 것으로 제3국에서 20% 미만의 우라늄 메탈을 구입하면 미국과 협의할 필요도 없다. 20% 미만 우라늄은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거래되므로 한미원자력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

6 핵잠 확보 중장기 청사진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면 성능 면에서는 북한을 압도하고 수적인 면에서는 일본 수준 이상의 잠수함 전력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문 국장은 북한 SLBM 위협에 대비해 2단계 잠수함 전력 발전 청사진을 제시했다. 1단계(2017∼2025년)는 북한 SLBM 위협에 대응해 한미연합 수중작전 능력 강화 및 핵잠 건조, 2단계(2026∼2035년)는 무장·정보수집장비 개선 및 핵잠 확보를 목표로 한다. 1단계를 위해서는 한·미 수중구역관리협정을 체결하고 연합 잠수함 작전 지휘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 핵추진공격잠수함(공격핵잠·SSN) 1척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고, 한·미 간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한다. 또 한국 단독작전 능력 구축에 대비하고 핵잠 건조에 착수하는 단계다.

2단계는 적 방공망을 회피하고 적 지휘부 등 전략목표 타격을 위해 성능이 향상된 SLBM을 확보해야 한다. 핵추진전략잠수함(전략핵잠·SSBN)을 확보해 한국 단독으로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억제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단계다. 또 국가 전략목표 타격 임무 및 정보수집 능력 강화도 갖추는 것이다. 문 국장은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핵잠 6척을 포함한 24척 잠수함 전력이 적정 규모라고 밝혔다. 해상작전 시 전략 임무를 수행할 핵잠 3척, 정찰·감시용 디젤잠수함 3척, 해상훈련용 디젤잠수함 3척이 요구된다. 교육훈련용으로 핵잠 1척, 디젤잠수함 7척이 필요하고, 정비·수리용으로 핵잠 2척, 디젤잠수함 6척이 소요된다. 해군은 2019년 209·214급 디젤잠수함 18척을 보유하게 된다.

7 1차 추진 때 좌초 이유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핵잠 개발사업인 ‘362사업’(2003년 6월 2일 승인)이 14년 만인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되는 것은 자주국방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362사업 좌초 배경에는 해군의 의지 부족과 재원조달 문제, 잠수함 기술 부족, 미국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해군은 북한 위협 대응 대신 대양해군을 기치로 내걸어 핵잠보다 이지스함 확보를 더 중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 핵 위협과 SLBM 개발 등 위협 조건의 변화로 핵잠 건조의 필요성이 커졌다. 사업 추진은 미국, 러시아처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국책사업으로 하지 않는 바람에 핵잠 독자 개발에 23년이나 걸린 인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소나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의 개발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총괄하는 국책사업이 핵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8 北 SLBM 개발 현황

북한은 2016년 8월 24일 대형화된 고체로켓(추진제) 북극성-1형을 2000t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해서 고각 발사해 500㎞를 비행하는 데 성공,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사거리는 2500∼3000㎞로 추정된다. 현재 SLBM을 3기 이상 탑재할 수 있는 3000t 디젤잠수함 및 3500t급 핵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東京)신문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 9월 9일까지 발사관 2∼3개를 갖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LBM 1기만 탑재하는 기형적인 신포급 잠수함 1척으론 동해 원양의 깊은 수심과 수중 환경에서 작전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신포조선소에서 3차례 수중 사출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개량된 북극성-3형 시험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87척(디젤잠수함 64척+잠수정 23척)의 디젤잠수함정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9 美, 태평양에 40여척 배치

핵추진잠수함이라고 모두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미 해군은 SLBM을 탑재하지 않은 잠수함 공격용인 공격핵잠과 순항미사일탑재핵잠(SSGN), 전략핵잠 등 3종류의 핵잠을 보유하고 있다. 공격핵잠과 SSGN은 전시와 평시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핵잠은 총 62척이 건조돼 36척이 운용 중이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전략핵잠 14척과 오하이오급 SSGN 4척 등 18척, 노후화한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최신형 버지니아급 공격핵잠 12척, 시울프급 공격핵잠 3척 등 69척이다.

태평양 잠수함사령부 예하에 핵잠 40여 척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해군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른 조치다. 오하이오급 핵잠 1척의 파괴력은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원자탄 1600발과 맞먹는다.

10 中·日·러 보유 현황

해양강국 건설을 내세운 중국은 핵잠을 10척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아급 1척과 진급 4척은 전략핵잠, 한급 3척과 상급 2척은 공격핵잠이다. 디젤잠수함 59척을 포함하면 보유 잠수함은 총 69척이다. 핵 억제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공세적 거부전략’을 추구하는 러시아는 핵잠 16척을 포함해 24척의 잠수함을 태평양함대에 배치하고 있다. 현재 델타급 10척·보레이급 3척 등 13척의 전략핵잠, 오스카급 5척·시에라급 3척·빅터Ⅲ급 4척·아쿨라급 4척·야센급 1척 등 17척의 공격핵잠, 킬로급 16척· 라다급 1척 등 17척의 디젤잠수함 등 모두 47척을 보유 중이며 23척의 신형 함정을 건조 중이다. 일본은 4200t 소류급 6척과 4000t급 오야시오급 10척 등 디젤잠수함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훈련용 2척을 제외하고 실제로는 수명이 끝났지만 유사시 운용 가능한 잠수함을 포함하면 22척 체제다. 일본은 대형 디젤잠수함 개발을 통해 향후 핵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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