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밀실텐트' 단속 첫날..남녀는 '민망'·단속원은 '난감'

       

‘밀실텐트 단속’ 첫날…민망한 듯 나온 커플
"사생활 침해" VS "공원은 공공장소"
"민망한 상황 나올라" 단속반도 난감
서울시 "충분한 안내 기간 후 과태료 부과"

"자자~. 텐트 사면(四面) 전부 닫으면 안 됩니다. 설치 지정 장소로 이동해 주세요.

즉시 이행 안하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한낮 기온이 올들어 가장 높은 28도까지 치솟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시 소속 공공안전관 등 단속반원 23명이 공원 곳곳에서 텐트 단속에 나섰다.

 "문을 개방해 주세요." 한 단속반원이 출입문을 모두 닫은 이른바 ‘밀실(密室)텐트’를 두드렸다.

그러자 20대로 보이는 남녀 두 명이 민망한 듯 텐트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남성은 "텐트를 개방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며 서둘러 텐트를 정리한 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단속반원인 서울특별시 공공안전관이 텐트 설치 지정 구역을 안내하자, 시민들이 텐트를 옮기고 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기자가 확인한 텐트 46개 가운데 16개가 ‘밀실텐트’였다.
단속원들이 문을 두드리면서 "문 개방해 주세요.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주세요"라고 말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문을 열거나 지정 장소로 텐트를 옮겼다.

이날부터 서울시가 한강공원에서 ‘밀실 텐트 단속’에 들어갔다. 한강공원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닫힌 텐트에서 애정행각을 벌여 민망한 경우가 많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텐트 4개 면 중 반드시 2개 면 이상을 개방하도록 한 것이다. 단속에 처음 적발되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공원 이용 시민은 2008년 연간 4000만명에서 2017년 7500만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텐트 단속을 놓고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인천에서 온 장재원(29)씨는 "과도한 애정 행각은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면 될 문제지, 100만원을 부과한다는 건 너무 과한 규제인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마포구 망원동에서 온 김모(여·33)씨는 "아이들과 종종 한강공원에 오는데 아무래도 민망해질 때가 있다"며 "시 차원에서 규제하는 게 괜찮은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한강공원을 방문한 최모(여·27)씨는 "공원은 다른 사람도 함께 이용하는 곳이지 않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 펼쳐질 때마다 일반 시민이 주의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시 차원에서 단속해 주니 좋기는 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밀실 텐트 단속’은 논란거리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은 "남들이 다 보게 텐트를 개방해야 한다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애초에 공원은 공공장소로 간단히 돗자리 정도 깔고 가볍게 머물다 가는 곳"이라며 "단속이 아니라, 아예 공원에 텐트를 못치게 해야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22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4면 모두를 가려놓은 텐트가 곳곳에 보인다.

논란이 일면서 현장 단속반원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아직 단속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시민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강력하게 단속했다가 서로 민망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점도 단속을 꺼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단속반 관계자는 "애정행각 등 민망한 행동을 한 사람은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불쾌하다며

항의한다"며 "반대로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단속반원이) 의심을 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여 솔직히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총 237명의 단속반을 투입해 나섰지만 아직은 안내·계도 기간이라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도 기간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충분히 안내가 됐다는 시점이 오면 본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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