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티켓 1000만원' 국경폐쇄에 오도가도 못하는 한국인들

페루에 갇힌 한인, 숙소 구하고 식료품부터 구비
터키 유학생 "나라에서 마련한 자가격리시설 들어갈 수도"

12일(현지시간) 토리노의 한 거리가 한산하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 봉쇄조치가 내려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유새슬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국경을 걸어잠그는 국가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지에 반강제로 발이 묶인 한국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각자의 방법으로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국경을 폐쇄한 페루에 갇힌 한국인 A씨(33·여). 지난 1월부터 남아메리카를 여행 중이었다. 페루 대통령은 1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17일 밤 12시부터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발표와 동시에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지만 한국행 비행기값은 1000만원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편성된 비행기 자체도 적었다.

결국 페루를 나갈 방법이 없어진 A씨는 숙소부터 구했다. 그러나 동양인이라는 이유에 숙소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A씨는 "호스트들은 언제 페루에 들어왔는지, 어디 어디를 거쳤는지를 계속해서 물었다"며 "한국에서 지난 1월에 출발했고, 그동안 경유한 곳을 모두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한참 고민한 뒤 겨우 (숙박을) 승인해줬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는 상점을 찾아 자가격리 기간인 15일 동안 먹을거리를 비축했다. 라면과 물 등이다. A씨는 "현재 페루는 마트와 은행, 통신과 관련해서만 외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웬만하면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분위기"라며 "길에 경찰이 가득해서 돌아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걱정은 자가격리 기간이 15일로 끝나면 다행인데, 혹시나 확진자가 더 늘어나 상황이 안 좋아질 경우 30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처럼 갑작스런 국경 폐쇄에 고립된 한국인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키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갈길이 막힌 한 유학생은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현재 자가격리 중인데, 현지에 가족이 없어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가격리 기준에 따르면 본인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차가 없다. 정 안된다면 정부가 마련한 자가격리 시설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거주 중인 직장인 B씨도 "사실상 영국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포기했다"며 "일반인은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해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저 자가진단 후 격리하며 지내야 한다"며 "검사를 받을 수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인 또 다른 유학생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모르기 때문에 마트에서 되는대로 사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마스크는 거의 한달 전부터 품절이라 어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걸로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양인을 안좋게 보는 시선 때문에 대중교통 타기도 어렵고 길거리 다니기도 사실 꺼려지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여행사의 강행에 페루에 갔다가 현지 호텔에 자가격리된 사례도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2600만원 상당의 남미 5개국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입한 한 부부는 여행사의 '여행을 가도 괜찮다'는 말과 여행 취소 시 1명 당 900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말에 억지로 여행을 떠났고, 페루 도착 나흘 만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호텔에 갇혔다.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EU의 유럽 국경 봉쇄로 브뤼셀 공항 전광판에 모든 출발 항공편의 취소된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한편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는 55개국이됐다. 에콰도르, 페루 등 국가에서는 실제로 국경을 폐쇄하는 통에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의 귀국길이 막힌 상황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일 브리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영사조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외교부 내에서도 분업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탈리아 같은 경우 재외동포영사실에서, 미국 크루즈나 페루 같은 경우는 지역국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여러 장관들과 전화 협의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과도한 입국제한 자제를 당부하고 코로나19 협력 대응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 장관은 전날에도 주요국 외교장관과 다자 간 전화협의를 갖고 각국의 대응 현황과 주요 정책을 공유하는 한편,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정상회의 추진 등 향후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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