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예방하고 싶다면 토마토를 즐겨 먹어라”


 

·李相旭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癌 이야기]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전립선암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문 남성 종양이었다. 그런데 이후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지금은 남성 암 중 발병률 5위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 되었다. 전립선암은 현재 전체 암 환자의 7%를 차지하며, 매년 12%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짧은 기간 전립선암 환자가 이처럼 급증한 요인은 뭘까. 종양학자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국내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해 왔다. 한국의 생활문화가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빠르게 서구화해 온 까닭이다.

방울토마토를 통째 반숙해 넣은 스파게티.
토마토는 리코펜 함량이 높다.


일반적으로 전립선암의 발생률은 서구화 정도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선진국에 살면서 육식(肉食)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률이 월등히 높다. 유전적으로 서양인과 다른 동양인도 미국으로 이주한 집단에서는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우리보다 서구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도 20년 전 전립선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했다.

전립선암 예방은 30~40대 때부터
 
암은 유전자의 변형으로 종양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전립선암이 많이 발생하도록 우리나라 남성의 유전자가 변형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유전자에 대한 조사(염기서열 분석)를 간편하게 할 수 있고 조사해 보면 쉽게 밝혀낼 수 있다. 한국의 식문화가 서구화했다고 해서 한국인의 유전자까지 서구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립선암 발생을 증가시킨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변수는 환경의 변화, 특히 달라진 식생활 문화에 있다. 서구화한 식습관 등 환경의 변화가 암 유전자 조절 기능의 상실을 유발하여 전립선암의 발생을 증가시킨 것이다. 특히 50대부터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므로 전립선암에 대한 준비는 30대나 40대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자들의 경우 30~40대부터는 암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남자들의 생물학적 노후(老朽)를 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여자들의 경우 유방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이미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요즘은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들은 이런 보건학적 변화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전립선암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전립선암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 해답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할 수 있다. 우리의 시간을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니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의 생활습관 중 지난 20년 동안 바뀐 부분을 수정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많은 깨달음과 실천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PSA(전립선암 특이 종양표지인자)를 시행하여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먹어서 생기는 일종의 부자병

토마토 등의 야채와 생과일주스를 자주 마시면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전립선암 환자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이가 많다. 이런 환자들은 아는 의사도 많고 성격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필자의 지인도 전립선 수술을 받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은퇴하기 전까지는 사회적으로 꽤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대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 지인은 70세에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수술적인 방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어느 날 필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그가 굳이 필자에게 상담 요청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들과 딸이 모두 의사인 까닭이었다.
 
  그런데 그와 두 시간 가까이 면담을 하면서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의사에게 들을 수 있는 의학적 지식이나 정보를 모조리 파악하고 있으면서 굳이 필자에게 면담을 요청한 까닭이 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 의문점은 면담 중에 풀렸다. 결국 그가 궁금해한 것은 전립선암으로 인한 성(性) 기능 손상 여부였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성 기능을 유지하는 데 수술보다 유리한가를 물어보고 싶은 것이었다.
 
  의학적으로 긴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수술적인 방법이건 방사선 치료건 과거에 비해 성 기능 장애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다만 방사선 치료의 경우 여러 부작용 중 하나로 아주 미미하지만 성 기능 장애가 올 수도 있다. 속 시원한 대답을 들었는지 그 이후 필자는 소소한 질문에 답하는 그의 주치의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수술 후 병리 결과를 종합해 보니 그는 종양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高)위험군이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1년여를 보냈다. 그러던 중 그는 PSA 혈중 수치가 증가해 재발 진단을 받았고, 4년이 된 시점에는 골 전이도 발견되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매우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76세이고 평균적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을 예측해 보면 같은 나이의 남자 평균수명보다 1~2년 정도 짧거나 같은 것으로 나왔다.
 
  보통 전립선암이 발병했을 때 종양의 성격이 매우 나쁜 경우 의사들은 ‘aggressive(공격적인)’라는 용어를 쓰는데, 그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 그 결과가 재발과 전이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골 전이 양상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고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즉 빠른 속도로 자라고 퍼지던 종양의 성격이 비교적 온순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그에게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니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피하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노하우 하나를 더 공개했다.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을 자주 먹고 토마토를 농축한 퓨레도 꾸준히 먹는다는 것이었다.

토마토의 리코펜이 전립선암 발생 줄여

  이미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토마토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이다.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건강식품은 토마토 외에 시금치, 적포도주, 견과류, 브로콜리, 귀리, 연어, 마늘, 녹차, 머루 등이다.
 
  각종 건강식품 리스트에서 빠지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채소가 토마토다. 우리말로 ‘일년감’이라 불리는데, 아마 생김새가 감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멕시코로 전파된 토마토가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 초반부터라고 한다. 요즘에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리 재료로 쓰이고 있다.
 
  하버드의대의 에드워드 지오바누치(Edward Giovannucci) 등이 1995년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일주일에 10회 이상 토마토로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65% 감소하고 진행된 병기는 45%로 감소한다.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는 종양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회지 중 하나로 이 저널에 실린 논문은 매우 신뢰성이 높고 영향력이 크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전립선암의 발생을 줄이는 주된 역할은 리코펜(lycopene)이 한다. 리코펜은 카로티노이드의 한 종류로, 베타카로틴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지는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붉게 잘 익은 토마토일수록 리코펜 함량이 높으며 수박, 망고 등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리코펜의 항산화 활성은 베타카로틴의 2배 정도로 높다. 지용성(脂溶性)인 리코펜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살짝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소스나 주스, 채소 수프 등 다양하게 조리해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토마토를 쓰면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토마토는 짠맛이 난다. 그래서 토마토를 요리 재료로 쓰면 요리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을 줄일 수 있어 건강에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커피 대신 생과일주스를 마시자” 

  서양인과 동양인 간에는 전립선암의 양상도 차이가 있다. 동양인의 경우 전립선암이 발생하더라도 진행이 매우 느린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원인으로 제일 먼저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서양과 다른 식문화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에 반응을 잘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암 세포가 자라는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암세포가 성장하거나 억제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전립선암의 발생을 리코펜이 줄여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남자들은 토마토를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커피 대신 당근이나 토마토가 들어간 야채주스나 생과일주스를 시켜 먹는 습관을 갖는다면 전립선암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토마토를 직접 먹지 않더라도 토마토가 들어간 요리를 먹으면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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