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꽁트극/ 어느 크리스마스이브날 버스 안에서

배경 : 버스안, 캐롤송이 흐르고 사람들 몇몇은 졸고 있다. 여자 한 명은 껌을 씹고 있다.
어느 승강장에서 할머니가 올라타며 꽁트는 시작된다.

할머니 : 애고, 애고 허리야. (졸고 있는 멍청해 보이는 남자 옆으로 가까이 가 머리를 치며)
야 이놈아 넌 니 애미애비도 없는 거여.
(멍청해 보이는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다.)

팻말걸 : (팻말을 들고 모두가 멈춰 있는 버스 안을 돌며 장난을 치며 논다.)
-팻말걸이 퇴장하고 신나는 팝송이 들리며 오땅쌕이 등장한다.-
오땅쌕 : 오징어, 땅콩, 쌕쌕 있어. 오징어, 땅콩, 쌕쌕 있어.
(여자 승객에게 다가가며) 누나 쌕쌕있어여.
여·승 : 안 사요 안 사. 저리 가세요.
오땅쌕 : 안 사면 그만이지 왜 저리가라 마라야 칫!
(승객1에게 다가가며) 아자씨 오징어, 땅콩, 쌕쌕 있어여.
승객 1 : (창밖을 바라보며 오땅쌕의 말을 씹는다.)
오땅쌕 : 젠장.(멍청한 청년에게 다가간다.) 형 ㅆ쌕하나만 어떻게 안될까요?
알맹이가 씹히는 게 봉봉보다 맛있는데.
멍청한 : (머리를 긁적이며)외상은 안될까?
오땅쌕 : (황당하다는 듯이 5~10 초간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 오땅쌕이 여러 번 "오징어 땅콩 ㅆㅆ있어."를 외친다. 하지만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
오땅ㅆ : (운전기사를 보며) 아저씨 조기 비산사거리에서 세워 주세요.
(버스에서 내리면서)치! 이 버스 안에는 거지들만 타고 있군.

- 오땅쌕이 내린 곳에서 청년 2명이 탄다. 심상치 않은 음악이 흐른다.
버스 표를 안 내고 그냔 올라타는 청년들. 아니 깡패들-

운전사 : 이봐 청년들 버스 표를 내지 않고 타면 어쩌자는 거야.
가 죽 : (그냥 자리에 앉는다.)
동 료 : (콧방귀를 뀌며) 이 아저씨 뭘 모르는구만. 우리 형님이 바로 그 유명한 비산사거리의
휘발유 아니야. (가죽 어깨를 으쓱해 본다.)
표 내?
운전사 : (겁에 질려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더듬는다.) 오오늘 달이 참 밝구만!

- 동료는 다른 사람들에게 찝쩍거린다. 가죽은 여자 승객에게 가까이 간다.-

가 죽 : 어이 아가씨. 오늘밤 어때?
여·승 : (시선을 깡패에게 옮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쁜건 알아 가지고.
그러면 누가 우리 집 전화번호가 85-0549이고 성원 아파트101-705에 산다는 것을
알려줄 것 같아? (껌을 2번 정도씹으며) 웃기는 사람이야.
가 죽 : (여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는) 나 이거 참나 오늘 일진이 사납구만.

- 뒷자리에 있던 할머니가 가죽을 부른다.-

할머니 : 어이 이봐 잘 생긴 총각. 나도좀 봐 줘.
(총각이 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가죽 옆으로 간다.)
'34', '24', '35' 이때 총각 나도 예전에 잘 나갔다니깐.
글세 최불암. 신성일이가 나를 두고 싸운 적이 있단 말이야.
가 죽 : 참나! 이 할머니가 뭘 잘못 먹었나.
할머니 : (저주하듯이) 이놈아 최불암이나 신성일이가 너 가만두나 볼껴. 이놈아 나중에
나 놓친 거 후회나 말랑께. (움직이는 차 ㄸ문에 흔들리면서 자리로 이동하려 한다.
멍청한 청년에게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때리며) 비켜 이놈아!
가 죽 : (동료에게 다가가)그럼 사업을 시작해 볼까?
동 료 : 노상방료, 무단횡단등 경범죄를 합쳐 별 15개인 저희 형님이 용돈이 모자란다고 합니
다. 각자 가지고 계신 현금이나 금품 등을 모두다 성심껏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동료가 멍청해 보이는 청년에게 다가가 돈을 요구한다.-

동 료 : 돈좀 있으면 보태 주쇼.
멍청한 : (겁에 질린 목소리로) 어없어요.
가 죽 : 그럼 10원짜리 한 개라도 나오면 알아서 해.

- 동료가 호주머니를 뒤져보자 10원짜리가 한 주먹 나온다.-

멍청한 : (어쩔 줄 몰라 한다.)
가 죽 : (만족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돈을 챙긴다.)불만 있어?
멍청한 : (모든 것을 빼앗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군다.)

-여학생이 성경책을 허리에 차고 교회에 향하는 듯한, 그러나 늦은 것 같아 자꾸만 시선을
달리는 차 앞쪽을 바라보고 있다.-

팻말걸 : ('쌍바윗골'을 가리키는 팻말을 들고 버스를 휘젖는다.)
가 죽 : (여학생을 가르키며)어 저기 예수쟁이가 있었구만.

-여학생을 두명의 깡패가 감싸듯 접근한다.-

여학생 : (교회에 늦었다는 생각에 깡태들을 알아보지 못한 채 시선은 아직도 앞을 향한다.)
가 죽 : 참 나(여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우리가 우습게 보이나 본데.
동 료 : 비산사거리의 휘발류와 신나를 알지 못했나 본데요 형님!
이런 예수쟁이는 제 손으로 처리하지요(아부하듯이)
여학생 : (뒤늦게 눈치채고) 왜 이러세요.

-오땅쌕이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오땅쌕 : 오징어, 땅콩, 쌕쌕 있어.
동 료 : 야! 오땅ㅆ. 쌕쌕 하나만 줘.
오땅쌕 : (웃으며 건네준다.)예 여기 있습니다.

-오땅ㅆ이 돈을 주기를 바라며 손을 내밀어 기다린다.-

가 죽 : (우렁차게)뭘 그렇게 처다 보냐?
오땅쌕 : (겁먹은 목소리로) 아아니요. 땅콩 껍질이 잘 벗겨지는데, 좀 드실래요?
(되도록 간사하게) 제가 직접 까 드릴까요?
동 료 : (오땅쌕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마를 탁 친다.)됐다.

-오땅쌕이 다음 정거장에서 달아나듯이 차에서 내려 퇴장한다.

가 죽 : (승객1이 차고 있는 전자시계를 탐내는 듯한 목소리로)아자씨. 시계가 좋아 보이네요.
나도 좀 차 봅시다.
(전자 손목시계를 뺏어 자기의 손목에 차고는 어느 버튼을 누르며)햐아~ 불도 나오네.
승객 1 : (아무말도 못하고 다시 시계를 주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가죽을 바라보지만, 시계를
돌려 받지 못하고 만다.)

-보다 못한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아 서 있는 깡패들의 행패를 잠시 동안 멈추게 한다.

동 료 : (가죽을 부축하며) 이 기사 양반이 점심때 뭘 잘못 먹었나. 운전좀 똑바로 하쇼.
운전사 : (자기의 실수를 미안해하는 행동을 한다.)

-그때 여학생이 일부러 가죽의 발을 밟는다.

가 죽 : 또 뭐야? (여학생을 바라본다.)
여학생 : 죄송합니다. 저는 오빠 발이 쓰레기인 줄 알고(가죽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 보고는)
쓰레기가 아니지만 비슷하게 생기셨네요.(입을 가리고 참는 듯한 웃음을 보인다.)
가 죽 : 감히 깡패에게. 내가 왜 이런 모욕을....
젠장 예수쟁이가 탄 버스라 재수도 없군.
여학생 : (자리에서 일어서며) 오빠는 어릴 때 교회에 나간 적 없었나요?
아니 오빠의 행동은 교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얼마나 나쁜 것인지 잘 아실 거예요.
크리스마스이브 이늦은 시각에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가져야 할 때에 이런 짓을
하고 있다니, 오빠는 가족도 없나요?

-가죽의 인상이 구겨진다.-

동 료 : 형님 우리가 이렇게 조그만 예수쟁이한테 꾸중을 들어야 할 군번이유?
그냥 내립시다.(말을 끝맺은 후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가죽은 내리지 않고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

가 죽 : 그래 나도 어렸을 적 교회를 착실하게 다닌 순진한 어린아이였지.
동 료 : (혼잣말로 그러나 가죽의 말에 들릴 정도로)치! 과자 주니깐 갔었지.

-가죽이 동료의 뒤통수를 친다.-

가 죽 : 나의 어머니는 남들이 볼 땐 교회에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셨지. 그래서 나도 교회에
나갔던 거야.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어머님이 병으로 쓰러지셨지. 그래서 주님께
간절히 기도 드렸지만.......
여학생 :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 보잘것 없는 것이지만 아낌없이 주님께 드렸을
때, 한 아이의 헌신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오빠는 '난 주님께 무엇을 드릴까'헌신하려는 마음에 앞서 기적만 바라지는
않았나요?

-가죽이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느끼는 듯하다.-

여학생 : 지금의 오빠의 모습은 예수님이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깜빡 잊어버리고 거친 비바람과
사나운 파도에 질려 물에 빠진 베드로의 모습이죠. 삶 가운데 캄캄한 절망이 엄습해
올 때 모든 문제의 해결사이신 주님을 잊어버리고 문제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은가요?

-가죽의 동료를 제외하고 버스 안의 승객들이 소녀를 보며-

승객들 : (다같이)오~~~~ (감탄하는 목소리)
여학생 : (손을 하늘로 쭉 뻗어 보인다.)

-소녀의 행동이 썰렁해 3~4초간 고요가 흐른다.-

여학생 : (가죽에게 가까이 가며) 오빠 이 시간 즐겁게 보낼 가족이 없다면, 저와 교회로 가죠.
동 료 : 형님 내리자니깐요. 이 예수쟁이는 그럴싸한 말로 우릴 동정하고 있을 뿐이예요.
가 죽 : (동료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마를 친후 소녀를 보며) 우리 같은 놈들도 교회에 갈 수
있을까?
여학생 : 주님은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십니다.
전체가 아닌 우리 한사람 한사람에게 동일한 사랑을 보여주시지요. 잃어버린 양 한 마
리를 찾으시는 심정으로.....
동 료 : 하나님도 참 쪼짠하시구만. 형님 우리 같은 놈들이 교회가서 뭣하겠수?
교회 분위기만 흐리지.
여학생 : 음식에 맛을 내며, 음식을 잘 보존시키는 소금. 오빠들도 이렇듯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소금이 사방으로 흩어져 녹아짐으로 이 땅을 살리고 고치는 방부제 역할을 하
게 되는 거죠,

-동료도 무언가 느꼈는지 허공을 쳐다보며 눈을 감는다.-

가 죽 : 그래 나는 여지껏 이기심, 열등감, 쓸데없는 고집등으로 하나님을 잊고 살아왔어.
이젠 남은 인생은 하나님을 위해 살겠어.
동 료 : 젠장. 형님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군요. 형님!
가 죽 : 똘만아~~~! (뜨거운 포옹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인애하신 구세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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