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국주의 상징 교육칙어 교육현장에 부활
전후 일본 의회 결정 무효화..우경화 교육 노골화
보육원에는 국기와 국가 교육 지침 내려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일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등 군국주의 교육의 상징이었던 ‘교육칙어’를 학교 교재로 사용해도 좋다는 각의 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을 했다. 초·중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로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보육원에서도 국기와 국가 교육을 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아베 정권의 우경화 교육이 노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지난달 31일 2차대전 때까지 일본 교육의 기본방침이었던 교육칙어를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반하지 않는 형태로 (교재로) 사용하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각의 결정 방식으로 채택했다. 아베 내각은 민진당의 하쓰시카 아키히로 의원의 질의에 “교육칙어를 우리나라 교육의 유일한 근본으로 지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단서를 달아서 이렇게 답변했다.
교육칙어는 1890년 메이지 일왕이 국민들에게 내리는 가르침 형식으로 배포된 칙어로, 아이들을 자유로운 개인이 아닌 일왕의 충성스러운 신민(臣民)으로 교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칙어에는 “만일 중대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 대의에 입각해 용기를 갖고 한 몸을 바쳐서 황실국가를 위하라”는 등 일왕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라는 구절이 들어 있다. 패전 뒤인 1948년 일본 국회는 교육칙어가 “(일왕을 신격화하는) 신화적 국가관에 근거했으며, 명백히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며, 교육현장에서 배제하고 무효로 할 것을 결의했다. <현대 일본 의회정치와 헌법> 등의 책을 쓴 다카미 가쓰토시 홋카이도대 명예교수는 1일 <아사히신문>에 아베 내각의 이번 각의 결정은 “(1948년) 국회 결의의 뼈를 발라낸 것”이라며 “교육칙어를 부정할 수 없는 아베 내각의 국가관이 배어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교육 우경화는 1차 집권기인 2006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다. 2006년엔 일본 교육의 헌법이라 불린 교육기본법(1947년 제정)을 개정해 애국심 교육을 강화했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다음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는 우경화 교육을 진행했다. 2014년에 교과서 집필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을 통해,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교과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의 모든 초·중·고 사회교과서 등에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기술이 들어갔고, ‘교과서를 기술할 때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은 사문화됐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고 학부모들에게는 “한국과 중국이 싫다”고 쓴 편지를 보낸 오사카 쓰카모토유치원 사건은 아베 정권이 진행해온 우경화 교육이 낳은 극단적 단면이다.
현재 쓰카모토유치원을 운영하는 모리토모학원이 정치 문제가 되고 있지만, 주요 쟁점은 아베 정권이 모리토모학원의 토지 거래에 부당하게 편의를 봐줬느냐이며 ‘우익 교육’의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소설가 나카지마 교코는 2일 <마이니치신문> 칼럼에서 “(모리토모학원의) 교육방침을 비판하는 발언은 정치가들에게서 나오지 않았다”며, “(아베의 부인) 아키에가 사인인가 공인인가 등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일본 전체가 모리토모학원 같은 학교투성이가 되지 않을까 상상하니 두렵다”고 지적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을 쓴 독립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인 가고이케 야스노리는 아베가 하고 싶어한 교육을 먼저 실행했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31일 유아들에게도 국기와 국가 교육을 하라는 지침을 확정했다. 보육원의 3살 이상 유아 대상 행사에서 ‘국기에 친숙해지도록 지도’, ‘국가, 창가, 전래동요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놀이에 친숙하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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