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건강에 좋은 이유 & 나쁜 이유
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물, 차와 더불어 세계 3대 음료 중의 하나인 커피는 중독성이 강한 맛 때문에 여러 문화권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은 반면, 윤리·종교·의학적 이유로 엄격히 금지됐던 애증의 음료이기도 하다.
커피라는 이름은 에티오피아의 ‘케파(Kef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전설에 의하면 커피는 9세기 경 양치기인 칼디(Kaldi)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커피 음료는 명상을 즐겨 하는 무슬림 수도사들에 의해 일반인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는데 중독성이 있어 한때 종교적 이유로 엄격히 금지되었다. 그러나 커피가 주는 활력과 중독성이 마침내 종교적 금지를 이겨내고 15세기에는 전 아랍에 널리 전파되었다.
커피하우스는 지금의 신문과 방송 역할을 해, 지식과 사상 그리고 온갖 정치적 뉴스들이 교환되는 곳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권력자들에게는 눈에 가시가 되어 여러 번 폐쇄되는 불운도 겪었다. 오스만투르크의 제2차 빈 침공 후 커피가 유럽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는데·베네치아·빈·런던·파리에 많은 커피하우스가 생기게 된다.
커피, 1890년경에 국내 유입
커피는 남녀 차별적인 이유 또는 의학적인 이유로 불온시되었는데 한때는 시커먼 액체인 커피를 마시면 암이 잘 생긴다고 여겼고, 여자가 마시면 불임과 히스테리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한동안 여자들에게는 금지 품목이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당시의 이런 풍속을 보여주는 일례인데,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딸과 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시면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아버지가 출연한다. 고집쟁이 딸은 아버지에게 반항 하면서 커피를 ‘키스보다도 달콤하고 와인보다 더 부드럽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커피는 1890년 전후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1888년에 개항지인 인천에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과 슈트워드호텔이 생겼는데, 그 호텔의 부속다방이 커피의 최초 전파지로 여겨진다. 중국이나 일본인 또는 러시아인을 통해 들어왔다는 주장도 있다. 커피의 역사를 추적하면 재미있게도 고종이 출현한다. 고종은 1896년 아관파천 때 러시아 대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맛보는데 금방 그 매력에 중독되었다. 고종은 덕수궁에 서양식 건물인 정관헌을 짓고 레코드로 서양음악을 즐겨 들었고, 외국 공사를 초청해 커피를 자주 마시곤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고종 독살 미수사건이 터진다. 정치적인 이유로 앙심을 품은 전직 고위관료가 유배를 가면서 사람을 시켜 고종이 마시는 커피에 독약을 탄 사건인데, 한 모금 마시고 맛이 이상해서 바로 뱉어내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인데, 한 사람이 연간 평균 400잔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의 효능, 유익하다는 의견 많아
커피에는 카페인이라는 특이한 물질이 있다. 카페인은 간에서 대사되어 테오브로민(theobromine), 파라잔틴(paraxanthine), 테오필린(theophylline)이라는 세 가지 물질로 바뀐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이라는 물질과 아주 유사하게 생겼다. 아데노신은 뇌에서 작용하여 안정, 수면유도 작용을 하고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도파민을 억제하여 역시 안정 작용을 한다. 카페인은 마치 자신이 아데노신인 것처럼 가장하여 아데노신의 역할을 방해한다. 그 결과, 뇌를 일깨우고 몸을 흥분시키는 각성효과를 가져온다. 나머지 세가지 물질도 뇌에 작용해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주고, 신경 전달을 활성화하고, 근육 자극을 강하게 하고, 심장을 빨리 뛰게하고, 호흡을 깊게 한다. 말하자면 엔진의 작동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그 결과 커피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각성시키고 기분을 좋게 한다.
카페인은 하루에 평균 400mg 정도는 무해하다고 보는데 250mL 아메리카노 3잔, 레드불 5캔, 홍차 8잔에 해당한다. 반면 하루 10g을 넘어서면 위험한데 커피 75잔, 홍차 180잔에 해당한다. 카페인은 안전 범위가 넓은 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품종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다른데 아라비카 인스턴트 커피 150mL에는 7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고, 로부스타에는 200mg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
커피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을 포함한 항산화 물질이 많다. 현재까지 연구된 커피와 건강에 대한 연구를 보면, 커피는 대체로 무해하거나 유익하다. 적당히 마시는 커피는 대장암과 유방암을 예방하고 담석을 예방하고 당뇨병의 발병을 낮춘다. 심장병의 발병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대의 연구도 있다.
그러나 커피는 콜레스테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커피 자체에는 포화지방산도 얼마 없고 콜레스테롤도 없지만 카페스테롤(cafesterol)이라는 물질이 있다. 카페스테롤은 간에서 콜레스테롤로 전환되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그러나 모든 커피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고 커피를 내리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오늘날 전통 있고 품위 있는 커피로 오해되고 있는 에스프레소(‘빠르다’는 의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빨리 만드는 커피다. 아마 최초의 패스트푸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커피를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명되었다. 1884년에 이탈리아인 안젤로 모리온도(AngeloMoriondo)가 커피 추출의 원형을 만들었고,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가 오늘날의 형태로 보완하였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콜레스테롤 수치 올릴 수 있어
물과 닫는 표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곱게 커피를 갈아서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든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커피콩의 거의 모든 특징을 뽑아내므로 커피 중에 가장 향이 강하고 풍미가 세다.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커피는 카페스테롤이 걸러지지 않으므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장 많이 올린다.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로 희석한 커피 전문점 아메리카노 커피 역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린다. 필터를 쓰지 않고 제조하는 커피는 고지혈증에 위험하다. 그러나 고지혈증이 없다면 풍미가 강하고 묵직한 에스프레소 계열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반면에 드립 커피는 카페스테롤이 필터 종이에 걸리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거의 올리지 않는다. 기계식 또는 핸드 드립 방식 모두 무해하다. 더치 커피 역시 실리콘 필터를 쓰므 로 염려할 필요는 없다. 1950년 이후에 출현한 인스턴트 커피는 냉동건조 또는 열풍건조된 분말 커피인데 제조 과정에서 카레스테롤이 제거되므로 고지혈증에 유리하다. 그러나 커피믹스의 분말 프림은 코코넛유나 팜유로 만드는데 포화지방으로 인해 고지혈증이 심해진다. 고지혈증이 염려되면 분말 프림을 빼고 마셔야 한다.
조홍근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 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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