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생산 '살충제 농가' 달걀 3700만개 '행방불명'

정부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최근 생산된 달걀의

10%가량만 추적해 압류하거나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적합 판정을 받았던 농가 가운데 3곳에서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들 농가가 생산해 시중으로 유통된 살충제

달걀에 대한 추적조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 한다.

부적합 농가 49곳서 4200만개 생산..압류·폐기 10%에 그쳐
보완검사땐 적발된 3곳 달걀, 검사 기간에도 유통
'살충제 달걀' 35만 개 빵·훈제달걀로 일부 판매

[한겨레]

농림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25곳을 추가로 발표한 17일 경기도 양주시 한 농장에서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관계자들이 달걀 전량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최근 생산된 달걀의 10%가량만 추적해 압류하거나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적합 판정을 받았던 농가 가운데 3곳에서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들 농가가 생산해 시중으로 유통된 살충제 달걀에 대한 추적조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 및 보완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52곳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15~18일 전수검사 결과 나온 49곳 농가에다 보완검사를 통해 3곳 농가(전북 김제시 ‘황현우 농장’, 청양군 목면 ‘시간과 자연농원’, 아산시 둔포면 ‘초원농장’)에서 추가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발견된 것이다.

정부의 전수검사가 마무리됐지만 총 52곳의 살충제 검출 농가에서 나온 달걀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한 파악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더군다나 정부가 전수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출하정지 조처를 내리는 기준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식약처는 “앞서 판정받은 부적합 농가 49곳에서 7월1일~8월15일에 생산된 달걀 4210만6473개 가운데 직접 압류(혹은 폐기)한 것이 451만1929개”라고 이날 밝혔다. 부적합 농가에서 나온 달걀의 유통 단계를 추적해 상당수를 압류·폐기했다고 했지만, 이는 전체 살충제 달걀의 10.7%에 그치는 물량인 셈이다. 나머지 90%에 가까운 달걀의 행방에 대해, 윤형주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지자체나 업체가 폐기·반품한 물량이 일부 포함돼 있고 소비자가 드셨거나 버리셨을 텐데 우리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추적조사 과정에서 이미 소비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된 물량들도 있다. 부산 유일식품은 부적합 농가에서 달걀 5400개를 구입해 ‘모닝빵’ 등 32개 제품을 제조했는데, 이 가운데 뷔페식당에 731.5㎏이 판매됐고, 충북 행복담기주식회사가 만든 ‘동의훈제란’ 26만7800개도 인터넷 등으로 팔린 상태다. 경기 주식회사 아침도 부적합 농가 달걀로 ‘아침란’ 2만8030개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전량 팔았다.

부실검사라는 지적에 따라 19~20일 보완검사를 통해 추가로 발견된 살충제 농가의 달걀은 이제부터 추적조사가 시작돼야 한다. 농식품부는 보완검사를 결정하고서도 “농가 반발과 달걀 수급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완검사 대상 농가에 대한 출하중지 조처를 내리지 않아서 반발을 산 바 있다. 결과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3곳의 달걀은 검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유통이 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농식품부의 출하정지 잣대는 그동안에도 오락가락 행보로 일관해, 뒷말이 무성했다. 농약 성분에 따라, 비펜트린은 허용기준치 이하일 경우에 정상 유통을 허용했으면서 피프로닐의 경우 기준치 이하일 경우에도 출하정지 조처를 내리는 식이었다.

달걀 껍데기에 표시된 난각코드 혼선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정부는 종전에 밝힌 부적합 농가의 난각코드 7개가 잘못 발표됐다며, 이에 대한 오류를 정정했다. 식약처 쪽은 “농식품부의 농가점검 때 난각코드를 수기로 기록하면서 오류가 발생한 부분이 있었다”며 “난각코드를 정부가 관리하고 있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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