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모드 찬물.. 무력시위·대화 양면전략 강조한 文대통령

"대북 대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2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화 기조를

이제 접을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강력한 조치로

맞대응한 이후 대화 기조가 위축되자 참모들에게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정세 안갯속

“대북 대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긴박한 日 - 북한이 29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뒤 북태평양에 떨어지자 일본 방송이 이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긴급뉴스로 긴박하게 보도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2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화 기조를 이제 접을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큰 틀의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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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은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MK84 폭탄 8발을 태백 필승사격장에 투하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는 조금 달랐다.

한산한 北 - 29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의 한 야산에서 촬영한 휴전선 너머 북한 황해도 연안군의 한 마을 전경. 긴박한 일본과는 달리 지난 14일 이후 단 2주 만에 건물 몇 동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 고위관계자는 “(한반도 문제에는) 작은 국면, 좀더 큰 국면, 더 큰 국면, 완전히 큰 전략적 국면이 있는데 이런 국면은 자꾸 바뀌는 것”이라며 “큰 전략적 목표를 이루려면 일관성 있게 한길로만 갈 수는 없다. 다양한 전술적 변화가 모두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평화적 해법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이 큰 전략적 목표라면, 단호한 북핵 대응이나 대화 제의는 다양한 전술적 변화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기류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내용을 보고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는 했지만, 이어진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 임명장 수여식에선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차를 두고 ‘동전의 양면’인 무력시위와 대화를 모두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전체회의 개최를 검토했다가 정 실장이 주재하는 NSC상임위로 격을 낮추는 등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강력한 조치로 맞대응한 이후 대화 기조가 위축되자 참모들에게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보고가 주로 압박·제재 쪽이다 보니 (대통령은) 대화를 강조하길 원했고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부터 기류가 압박·제재에서 대화에 더 무게를 싣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며 평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일에 즈음해 8·15 광복절 경축사보다 진전된 대화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북한의 도발로 대화 기조를 적극적으로 펴긴 어려워졌지만, 당장 기조를 틀기보다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까진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더라도 중·저강도에 그친다면 대화 모멘텀을 살릴 수 있지만, 9·9절에 맞춰 ICBM을 시험발사 하는 등 고강도 도발을 하면 한반도 정세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국정원은 9·9절 추가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모으면서 미국이 주도하던 대화의 판은 깨진 모양새가 됐다. 한반도 정세도 안갯속에 들어갔다. 북한이 일본과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앞세워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한 협상 개시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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