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증과 열증 사이
단군신화 속 웅녀는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변신했지만, 수컷인 호랑이는 견뎌내지 못했다. 쑥이 여성들에게 더 유익하다는 일종의 암시 아니었을까. 쑥은 여러 가지 여성 질환에 효과적이다.
쑥은 엉거시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인데 창쑥, 물쑥, 약쑥 등 종류가 다양하다. 쑥잎 표면은 푸르며 뒷면은 솜털이 있고 독특한 향기가 난다. 음력 3월 초와 5월 초에 잎을 뜯어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3월 초에 채취하면 맛이 좋아서 나물 등으로 요리해 먹고, 5월 초에 채취하면 맛이 진해서 약용으로 쓴다. 쑥은 다양한 효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여성 질환 개선에 탁월하다. 한방에서는 쑥의 따뜻한 성질을 잘 활용해 부인과 질환에 약으로 쓰고 있다. 임신 중에 무리하거나 힘들면 아랫배가 아프고 붉은 피가 나오는데, 한방에서는 이것을 '태동'이라 한다. 이때 좋은 쑥을 달여서 마시면 태동이 낫기도 한다. 또한 임신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손발과 아랫배가 항상 차고 생리통과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들이 임신이 잘 되지 않을 때 쑥을 달여 먹으면 임신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이외에 여성의 냉기와 습기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어 각종 여성 병에 특별한 효능을 발휘한다.
↑ [헬스조선]쑥
피로 해소와 체력 개선에 좋아
쑥은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차가운 소음인 체질에게 딱 좋은 약이다. 몸이 차서 나타나는 복통과 설사를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쑥을 먹으면 위장 쪽 혈액 흐름이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 되고 복부가 따뜻해진다. 오랜 기간 먹으면 추위를 덜 타게 되고 소화기관이 튼튼해진다. 쑥에 들어 있는 양질의 섬유질은 장의 연동운동과 점액 분비를 원활하게 해줘서 쾌변을 도와주기도 한다. 장이 깨끗해지므로 피부나 안색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다만 소양인 체질인 사람이 많이 먹으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랫배가 차가워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노란 꽃이 피는 개똥쑥은 발열과 가려움증에 좋아
쑥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독특한 약효를 가진 쑥이 있으니 주의해서 골라야 한다. 약으로 주로 쓰는 개똥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쑥과 전혀 다른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8월에서 9월 사이에 개똥처럼 노란 꽃이 펴서 개똥쑥이라 불리는데, 한방에서는 노란 꽃이 핀다고 해서 '황화호(黃花蒿)'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나며, 계피와 비슷한 향이 난다. 개똥쑥은 발열 감기나 소아들의 열성경련, 소화불량, 이질 등을 치료할 때 사용하며 피부 가려움증이나 피부염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다만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암환자 가운데 대변 양상이 설사에 가깝고 체중이 점차 감소하는 사람은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번 먹을 때 최대 12g 이하로 달여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질환에 쓸 때는 즙을 내서 바르거나 가루를 내서 개어 바를 때 용량의 제한이 없다.
인진쑥은 간질환에 효과적
인진쑥 역시 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일반 쑥과는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먹는 쑥은 1년생 풀이고, 인진쑥은 사철쑥이라 부른다. 잎사귀는 그해에 떨어지지만 다음해 같은 줄기에 다시 잎이 난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인진쑥은 '더위지기'를 말하는데, 약효와 안전성 면에서 사철쑥보다 못하다. 그래서 현재 한약재로 사용하는 인진쑥은 더위지기 대신 사철쑥을 사용한다. 인진쑥의 약리(藥理) 역시 일반 쑥과 다르다. 주요 효능은 담즙 분비 촉진작용, 이뇨작용, 해열작용 등으로 간염이나 간경변증 같은 간질환에 사용한다. 예부터 인진쑥은 황달, 급성 및 만성 간염, 위염 등에 사용했으며 한번에 4~8g을 달여서 먹는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거나 자신의 체질과 병증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인진쑥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하고, 간독성이 나타났을 때는 즉시 복용을 중지하는 게 좋다.
김달래
한의학 박사이자 사상체질과 전문의로 현재 김달래한의원 원장이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사상체질의학회 회장을 지냈다.
'냉증과 열증'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냉증치료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파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