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주 책임인데.."사고견 사살" 반려견 혐오 확산


독일에선 교정 가능성 먼저 따져

 

입마개를 한 개를 보호자가 쓰다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수 겸 배우 최시원(31)씨 가족 반려견에게 물린 유명 한식당 대표가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에 대한 혐오 담론이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23일 페이스북에 ‘최시원씨 반려견 안락사 논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견주의 평소 돌봄 습관과 자세를 보여주는 비극”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현재 대다수 언론들이 ‘최시원 반려견 생일파티’, ‘여전히 목줄 없이 산책’ 등의 기사를 쏟아내거나, ‘사고견 안락사’, ‘사살’, ‘피 맛을 본 개’ 등을 운운하고 있다. 고인을 애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들이 일으킨 인명사고는 사회제도의 미비 혹은 견주의 법적 의무 불이행 등으로 벌어진 일임에도, 언론과 사회의 논조는 개에 대한 미움, 살처분 선동 등이다. 대단히 위험하고 폭력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한 여론은 제도 개선이나 견주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피 맛을 본 개는 두 번 다시 고쳐지지 않는다’, ‘살인견은 죽여야 한다’ 등 반려견 처벌로 집중되고 있다. 배우 한고은은 21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왜 사람 탓을 안 하고 그 개의 안락사를 논하는지… 한 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반려하는 시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다음날 “경솔했다”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반려동물 문화처럼 자신이 속하지 않은 문화에 대해 터부시하고 공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견 안락사와 같은 땜질식 처방보다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 규정 법제화,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사회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인의 관리 책임은 강화하되 반려견에 대해선 교정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를 국가 의무로 명시할 만큼 동물 복지 수준이 높은 독일의 경우, 물림 사고를 일으킨 개의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교정 가능성이 있는지 먼저 따진다. 독일 하노버 수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반려동물 행동치료 전문자격증을 가진 수의사인 셀리나 델 아모가 지은 책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을 보면, 독일에서는 개의 공격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치료하기 위한 검사인 ‘베젠스테스트’를 통해 사람을 공격하는 문제견을 포기하지 않고 교화하려 노력한다. 전문 지식을 갖춘 수의사가 공격성의 원인을 파악하고, 수의사의 치료 계획에 따라 교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의 부소장인 이혜원 수의사는 “간식을 주다가 멈췄을 때, 갑자기 우산을 폈을 때,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개의 반응을 살피며 관찰한다”며 “개가 경고만 하는 건지 경고도 없이 무는지 작은 차이도 다 검사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질 테스트 뒤에도 수의사가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독일에서도 최악의 경우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한편,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이번 개물림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 안전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동물보호단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티에프에서는 입마개를 하는 등 강화된 안전 의무가 부여되는 맹견의 종류를 넓히고, 반려동물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유자가 더욱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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