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국정감사..결국 '허무 국감'으로 마무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맹탕으로 시작해 파행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여야가 각각 '적폐청산과 신(新)적폐청산'이라는 의제를 꺼내 들었지만 국정감사

내내 파괴력 있는 '한방'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야당은 정계 개편이라는 외부 요인에

 휘말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져버리기도 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의 종합감사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 복귀해 자리에 앉아 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국감 중반을 넘어가면서 '보이콧'이란 강수를 뒀지만 그다지 여론의 반향을 얻지 못한 채 30일 복귀를 선언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민주당도 적폐청산을 호기롭게 내걸었지만 국감 기간 내내 이슈화할 의제를 생산해 내지 못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내부 통합론에 발목이 잡혀 당력을 모으지 못했다. 한마디로 허무하고 맥없이 끝난 '허무 국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여야는 구(舊) 정권 적폐와 현(現) 정권의 신 적폐를 서로 청산하겠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9년간 여당을 지낸 보수정당의 야성(野性)이 부족해 이른바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고, 민주당도 소수 여당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국감 전반을 주도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을 국정감사 3대 핵심 기조로 지목하고 당내 적폐청산위원회와 소속 의원들을 통해 전 정권 의혹을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우는데 실패하는 등 소수여당의 한계도 드러냈다.

야당도 현 정권의 무능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심판에 나섰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현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강행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4일 만에 성과 없이 복귀해야 했다.

오히려 야당은 정계개편 화두가 대두되면서 자신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국정감사라는 기회를 스스로 져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여론의 관심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 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 중도통합 여부에만 쏠렸다. 이 과정에서 당내 노선투쟁이 노출되며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단 여야의 의제 설정 실패와 정계 개편이라는 외부요인은 국정감사를 맹탕으로 만들면서 매년 반복됐던 파행과 고성을 줄이는 반사효과를 낳았다. 국정감사 증인 실명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불필요한 증인 채택이 줄어들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행정부 견제라는 국정감사 기능에 비춰볼 때 여야 모두 국정감사를 잘 치루지 못했다"며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야당은 내부가 너무 복잡하다보니 국감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며 "국정감사는 야당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인데 스스로 보이콧하며 정부여당에 좋은 일만 했다.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당은 국정감사 본연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과거 정권 적폐청산이 아니라 현재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아무 얘기도 없었다. 더구나 과거 정부 적폐청산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이번 국감은 31일 감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본 과정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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