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혼부부..그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5월 말,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혼부부 실종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A 씨가 노르웨이에서 붙잡혔습니다. A 씨는 사라진 남편의 예전 여자친구로 부부가 실종되기 전부터 두 사람의 결혼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신혼부부 실종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어제(8일) "피해자로 여겨지는 사람은 현재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중요 참고인인 A 씨를 상대로 확인절차를 걸쳐야 한다"며 "우리가 실종부부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A 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졌던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오늘 리포트+에서는 이 사건의 전말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밝혀져야 할 의문점들을 짚어봤습니다.

실종된 부부의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것은 지난해 5월 27일 부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입니다. 당시 결혼한 지 6개월 차였던 부부가 귀가하는 모습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CCTV에서 발견된 겁니다.

그리고 5월 31일, 남편 전 모 씨의 아버지는 아들 내외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월 2일, 남편 전 씨의 휴대전화는 부산 기장군에서, 부인 최 씨의 전화는 서울 강동구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뒤 현재까지 두 사람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두 사람이 실종된 뒤 소방대원이 방문한 부부의 아파트에서는 유서나 핏자국, 다툼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식사 중이었던 것처럼 조리 도구에 음식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키우던 강아지도 아파트에 남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여권, 노트북, 옷가지 일부가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집안은 평소 그대로였습니다.

■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에는 풀어야 할 의문점들이 많습니다.

첫 번째 의문점은 부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CCTV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후, 22대에 달하는 아파트 내·외부 CCTV 어디에서도 아파트를 벗어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CCTV를 피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었지만 부부가 이 길을 이용한 거라면 자발적으로 자취를 감췄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부부가 아파트를 떠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 아파트 안에서 무슨 혈흔이나 자살 시도를 했던 정황 같은 건 전혀 발견이 안 됐다"며 "둘이 떠나는 시점에는 각자 두 발로, 자의적으로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부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문자에도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남편 전 씨는 지난해 5월 28일 오후 1시쯤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동업자에게 "집에 일이 생겼으니 식당 문을 하루만 닫자"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같은 날 밤 11시 56분 부인 최 씨도 자신이 활동하던 극단에 "몸이 좋지 않아 연습에 참석할 수 없다"는 문자를 전송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9일 오후 6시 28분 남편 전 씨는 동업자에게 가게 운영비 잔액을 전부 이체하고 "한동안 일을 못 할 거 같다"고 전했습니다. 전 씨가 생업이던 가게 운영을 갑자기 포기하면서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5월 30일 오후 6시 20분 부인 최 씨가 극단 측에 "공연에서 빠지겠다"는 문자를 전송하지만, 극단 지인은 당시 받은 문자가 평소 최 씨의 문자와 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씨가 문자를 보낸 지 하루 만인 31일 오전 10시 57분 남편 전 씨는 극단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내가 약을 먹어 도저히 공연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 씨가 119에 신고한 기록도 없었고 인근 병원에 아내 최 씨가 입원한 기록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6월 2일 오전 6시 47분 전 씨가 아버지에게 "괜찮다"는 문자를 보낸 뒤 부부의 휴대전화 전원은 꺼졌습니다.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가던 시점 부부의 지인들은 뜻밖의 증언을 했습니다. 남편 전 씨의 예전 여자친구인 A 씨가 결혼 전부터 부인 최 씨에게 협박을 했다는 겁니다. 지인들은 A 씨가 평소 "(전 씨와 최 씨의) 결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가만 놔두지 않겠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전씨 때문이다"라고 말해왔고, 이 때문에 부인 최 씨가 심적 고통을 받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르웨이에 거주 중이던 A 씨가 이 부부가 실종된 시기에 한국에 있었다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지인들은 증언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5월 5일 한국에 들어와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고 찜질방과 모텔을 전전했으며 현금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애초 예정된 일정보다 2주 앞당겨 6월 7일에 출국했습니다.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고국에 돌아와서 친구나 자기 가족들에게도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은 여기에 왔다 갔다는 흔적을 주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의도가 굉장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부가 실종된 이후 A 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왔습니다. 결국, 경찰이 A 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려 A 씨는 노르웨이에서 체포된 상태지만 동시에 변호사를 선임해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재판을 진행 중이어서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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