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역사가 숨쉬는 ‘통곡의 벽’과 ‘히스기야 터널’

 지구상에서 가장 분쟁이 심한 땅 이스라엘. 유대민족의 국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치국가 팔레스타인이 항상 ‘서로의 평화’를 주장하며 얼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지역이다. 해발 800m에 있는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공존하며 기독교인들과 유대교인들에게 ‘영원한 하나님의 도성’으로 남아있다.

 지난 5월 14일 미국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6월 7일 이스라엘 정부는 전 세계 600명의 종교 정치지도자들을 초청, ‘예루살렘평화기도회’를 개최했다. 이 기도회에 참석한 뒤 찾은 곳이 ‘통곡의 벽’이었다. 유대인들의 한과 눈물이 서려 있는 그곳에서 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돌아봤다.

 예루살렘은 다윗 왕이 여부스 족으로부터 빼앗아 왕국의 수도로 삼고, 솔로몬 왕이 하나님의 성전을 지은 뒤 유대인들의 영원한 수도로 자리잡았지만 주후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게 예루살렘 성전이 무참히 파괴됐다. 이후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2000년 가까이 나라 없는 민족으로 살았다. 예수님이 이미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 24:2절)고 예언한 일이었다.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하기 전까지 이 지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령하여 살았다.

 성전이 파괴된 뒤 로마 시대의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오는 일이 금지됐다. 그러다가 비잔틴 시대(306∼1453)에 와서야 그들은 한 해에 한 번 아브월 9일(성전파괴일)에 성벽에 올라와 성전이 파괴되고 나라 없이 방랑하는 자신들을 생각하며 통곡했다. 이렇게 붙여진 이름이 ‘통곡의 벽’이다. 예수님의 예언이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인 셈이다.

 수 천 년 역사를 간직한 통곡의 벽은 바닥에서부터 7단까지만 헤롯 시대(주전 20년) 성전의 벽이고, 그 위로 4단은 7세기에, 나머지는 16세기에 쌓았다. 1967년에 일어난 6일 전쟁의 승리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완전히 회복한 뒤 전 세계 유대인과 크리스천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 이곳에는 도서관이 있어 어린아이들과 랍비들이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통곡의 벽에 들어가는 모든 남자들은 ‘키파’라는 조그만 모자로 머리를 가린다. 여자는 어깨와 무릎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린다. 기자가 간 그날도 유치원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사진을 찍었다. 유대인들과 방문객들이 벽 앞에서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통곡의 벽을 뒤로하고 ‘히스기야 터널’로 향했다. 히스기야는 주전 700년경 남유다의 14대 왕이다. 1880년 물에서 놀던 한 소년이 발견한 이 터널은 히스기야 왕이 앗수르의 침략에 대비하여 성 밖의 기혼 샘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었다. 히스기야는 당시의 기술로 돌산을 뚫어 533m의 터널을 만들었다. 그 결과 예루살렘이 산헤립에 포위되어 있을 때도 급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500m 이상의 암벽을 파낸 터널공사는 당시로선 대공사였다. 게다가 직선이 아닌 S자 곡선의 터널로, 양쪽에서 출발해 암벽을 파 들어가다가 중간에서 정확히 만나는 공법을 선택했다. 그 기술력이 놀랍다. 히스기야는 이 터널로 말미암아 적의 공격을 막아냄으로써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성경은 이 사실을 이렇게 기록했다. “히스기야가 또 기혼의 윗샘물을 막아 그 아래로부터 다윗 성 서쪽으로 곧게 끌어들였으니 히스기야가 그의 모든 일에 형통하였더라”(대하 32:30).

 ‘통곡의 벽’에서 울며 기도한 끝에 2000여 년 만에 독립국가를 세운 유대인들을 생각한다. 수백 미터 지하로 물길을 내어 민족을 구한 그들의 역사를 또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에 물결치는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한다. 예레쯔(땅)는 사람과 민족과 국가의 터전이다. 예레쯔를 딛고 살아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언제 찾아올까?

사진설명=히스기야터널이 뚫린 것을 기념해 일꾼들이 당시의 기쁨을 적어놓은 실로암 비문. “…(터널)이 관통될 때…여전히 3규빗 정도 남았을 때 반대쪽에서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를(들을 수 있었고)…그리고 터널이 맞뚫렸고, 돌 깨는 사람들이 돌을 팠고, 도끼와 도끼가 서로 부딪혔다.”

예루살렘(이스라엘)=글 사진 김용두 기자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시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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