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가족 손 잡고, 가만가만 가을 속으로

            

 

 

서해 대부도의 ‘대부해솔길 1코스’. 해변을 따라 걷다가 구봉도 끝자락 개미허리를 지나면 낙조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이 장관이다.  안성시 제공
서해 대부도의 ‘대부해솔길 1코스’. 해변을 따라 걷다가 구봉도 끝자락 개미허리를 지나면 낙조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이 장관이다. 안성시 제공

추석 연휴 국내 유명 리조트들은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공항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명절 연휴를 ‘집 밖’에서 보내는 건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다. 하지만 여행계획이 없다고 연휴 내내 TV 리모컨만 갖고 놀 수는 없는 일. 그럴 때 성큼 다가온 가을 속으로 가족의 손을 잡고 가만가만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푸르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길을 걷다 보면 명절 스트레스도 풀리고 지친 몸과 마음이 사뭇 가뿐해질 것이다. 코스모스길도 좋고 논두렁길도 좋다. 부모와 자식들이 나란히 걷고, 잠자리채 든 아이가 허공을 휘저으며 뜀박질하는 모습은 얼마나 정겨운가.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추석 연휴 기간에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걷기 좋은 길을 꼽아봤다.

■서울·경기권 - 3.1㎞ 소나무숲 ‘북한산 둘레길 1코스’

서울에서 가장 접근하기 좋은 길의 하나는 ‘북한산 둘레길 1코스’다. 3.1㎞ 구간의 소나무 숲길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기 시작해 맑은 약수로 가득한 만고강산을 지나 1000여 그루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솔밭 공원에 이르는 코스다. 솔향기를 가득 맡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우이령길 입구~둘레길 안내소(우이분소)~만고강산 약수터~솔밭 근린공원.

경기·인천에서는 ‘대부해솔길 1코스’가 좋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을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산길을 지나 북망산에 올라 영종도, 인천대교, 송도신도시 등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구봉도 끝자락 개미허리를 지나면 낙조전망대가 나오는데 서해안의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해안을 끼고 종현어촌체험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11.3㎞를 걷는 데 4시간 정도 걸린다. 대부도 관광안내소(방아머리공원)~북망산~구봉약수터~개미허리~낙조전망대~구봉선돌~종현어촌체험마을~돈지섬 안길.

발밑으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전망대.  관광공사 제공
발밑으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 전망대. 관광공사 제공

■충청권 - 그림 그리듯 복원한 ‘산막이 옛길’

대전과 충남권에서는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이 유명하다. 갈대밭과 대청호수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S자 갈대밭을 만난다. 드라마 촬영지를 걷다가 취수장이 보이는 얕은 산길로 들어선다. 한적한 들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가을 국화축제가 열리는 가래울마을을 지나고 연꽃마을로 가는 길목에선 황새바위를 만난다. 12.5㎞ 전 구간을 종주하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마산동 삼거리~드라마촬영지~가래울~대청호 자연생태관~추동 취수탑~신상교~엉고개~고갯마루~금성마을입구~원주산~연꽃마을~황새바위.

충북을 대표하는 ‘산막이 옛길’은 총 4㎞로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그림을 그리듯 복원한 산책로다. 길 대부분을 친환경 공법의 나무데크로 만들어 자연미를 살렸다.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괴산댐 호수와 어우러진 옛길을 따라 청정한 바람을 마시다 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수풀 냄새 싱그러운 산바람과 산들거리는 강바람도 만날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린다.

경북 영덕의 ‘해파랑길 21코스’ 블루로드 다리.  관광공사 제공
경북 영덕의 ‘해파랑길 21코스’ 블루로드 다리. 관광공사 제공

■경상권 - 영남 알프스 인기 코스 ‘억새바람길’

부산·울산·경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은 ‘영남 알프스 하늘 억새길’이다. 배내골을 중심으로 재약산, 천황산, 신불산, 영축산 등을 한 바퀴 도는 코스다.

영남 알프스 중에서도 핵심을 모아놓은 대표적인 곳으로 간월재, 신불평원, 사자평 등 억새 명소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총 4개 구간인데 인기가 있는 곳은 1코스 ‘억새바람길’이다.

간월재를 출발해 신불산,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까지 가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이 중 4.5㎞ 구간은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형성된 수십만 평의 억새와 단조 늪 등을 지나며 자연과 역사문화자원을 볼 수 있다.

간월재에는 10만여 평 억새평원이 있는데 가을이면 산상 음악회와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열린다.

대구·경북에서는 ‘해파랑길 21코스’를 꼽는다. ‘영덕블루로드 B코스’라고도 불린다.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바닷가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 산을 하나 넘다 보면 바다와 하늘을 함께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두 손을 합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군산 ‘구불길 8코스’ 기도등대.  관광공사 제공
두 손을 합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군산 ‘구불길 8코스’ 기도등대. 관광공사 제공

■전라권 - 숲·바다·절벽 만끽 ‘금오도 비렁길’

전북의 ‘구불길 8코스 고군산길’은 군산 앞바다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고군산도의 중심인 선유도를 비롯해 대장도, 무녀도 등 섬마다 전해오는 전설을 들을 수 있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고군산군도의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해질 무렵에는 낙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선유도 선착장~오룡묘~선유3구마을~대봉전망대~몽돌해변~초분공분~장자대교~대장도~장자대교~군산시정관광안내소~선유도 선착장까지 총 14㎞를 걷는 데 5시간 정도 걸린다.

광주·전남의 걷기 좋은 길은 ‘금오도 비렁길 1코스’다. 숲과 바다, 해안 절벽 등 비경을 만끽할 수 있다. ‘비렁길’은 절벽의 순우리말인 ‘벼랑’의 여수사투리 ‘비렁’에서 비롯했다. 섬들이 밥풀처럼 떠 있는 다도해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동백나무, 소나무 등 울창한 숲을 거닐 수 있다. 미역널방 전망대에서 고흥반도로 넘어가는 해넘이도 장관이다. 두포까지의 오솔길은 원시림이 아름답다.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절터~신선대~두포(초포)까지 5㎞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강원권 - 메밀꽃 필 무렵 ‘효석문학 100리길’

평창의 ‘효석문학 100리길 1코스 문학의 길’이 대표적이다. 가산 이효석 선생(1907~1942)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 일행이 걷던 길과 이효석이 다니던 강과 숲, 옛길을 따라 걷는다.

1코스 문학의 길은 소설의 실제 배경으로 나온 봉평 효석문화마을을 지난다. 새하얀 메밀꽃밭이 펼쳐진 길이다. 봉평면 평창군관광안내센터에서 용평 여울목(쉼터)까지 7.8㎞를 걷는 데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이 밖에도 가족과 함께 걸을 만한 길은 수도 없이 많다. 대한민국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포털(www.koreatrails.or.kr)을 찾으면 전국 600여개 길, 1600여개 코스를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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