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80석, 범여권 190석 확보..통합당, 궤멸적 참패(종합3보)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선진화법 제약도 벗어
文정부, 레임덕 우려 덜고 후반기 동력 확보
이해찬 리더십, 승리 안겨..김종인에 설욕전
'최대 수혜' 이낙연, 당권 도전 여부 관심 집중
역대 與 성적, DJ 정부 115석 - 盧 정부 152석
與 "안정 의석 확보했다..무거운 책임감 느껴"
[서울=뉴시스] 정진형 김성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단독으로 180석에 달하는 역대급 압승을 거뒀다.
친여 성향 무소속과 열린민주당을 합치면 184석에 달해,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152석을 훌쩍 뛰어넘는 초유의 대승이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치며 궤멸적 참패를 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개표 결과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 등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는 미래한국당이 33.84%, 더불어시민당이 33.35%, 정의당이 9.67%, 국민의당이 6.79%, 열린민주당이 5.42%를 각각 최종 득표했다.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율 등을 바탕으로 뉴시스가 자체 계산한 의석 수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석 중 미래한국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이 17석, 정의당이 5석, 국민의당이 3석, 열린민주당이 3석을 가져갈 것으로 잠정 예측된다.
민주당과 더시민 합산 의석만 180석으로, 초유의 '골리앗 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입당을 예고한 무소속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당선인을 더하면 181석, 열린민주당까지 합치면 184석이 된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 국회선진화법을 완전히 무력화시키 수 있는 권능을 정부·여당이 보유하게 된 것이다.
4+1 공조를 해온 정의당까지 합류할 경우 범여권 의석은 190석에 달한다.
반면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더해 103석(지역구 84석+비례대표 19석)에 그쳤다. 국민의당 3석에 보수성향 무소속 4석을 더해야 110석으로, 개헌저지선(100석)은 지켰다는 변명조차 통하지 않을 기록적 참패다.
이번 선거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국민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여당의 '안정적 위기관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 전략으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성과'를 제시함과 동시에 다가올 경제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집권여당에 안정 의석을 몰아줄 것을 호소했는데, 이것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경제 실정론'으로 공세를 폈지만 잇단 '막말' 파동으로 좌충우돌했고, 선거 막판 '정권 견제'로 노선을 수정하며 읍소에 나섰지만 다수 여론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결국 경제 실정 논란에도 코로나19에 성공적 대응을 한 정부·여당에 국민이 재신임 사인을 보낸 것이다. 반면 정권 중간평가 격인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에만 기댄 채 수권능력을 보이지 못한 야당은 정부·여당에 겨눴던 국민들의 회초리를 자신들이 맞게 됐다. 선거 역사상 초유의 '야당 심판'인 것이다.
범여권 180석이 가시화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여대야소를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쥔 채 남은 임기 2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우선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을 벗어던지고 고위공직자범죄주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거침없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법안과 예산안도 손쉽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당장 이번 총선 직후 소집될 임시국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부터 정부 밑그림대로 통과가 가능하다.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등 국회 인준이 요구되는 정부요인도 거침없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원내 1당이자 과반의 힘으로 21대 국회의 국회의장을 가져오게 되고, 교섭단체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나눠갖는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
문 대통령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성과를 창출할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여당 압승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평가가 나오는 이상 레임덕(권력 누수) 우려를 털고 나가게 됐다.
총선 승리로 확인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우위를 유지하게 된 데다가, 여권의 차기 대선구도에도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선거 지휘에 매진해온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계열 여당에 16년 만의 총선 승리라는 쾌거를 남기고 32년 정치를 마무리하게 됐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총선 1년 전 공천룰을 확정했다. 통상 잡음이 나오기 쉬운 중진 물갈이, 전략공천도 이렇다 할 마찰 없이 완료했다. 통합당이 후보등록 직전까지도 공천 파동을 겪은 것에 대조되는 결과다.
더욱이 상대격인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설욕전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32년 전인 지난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에서 김 위원장과 맞붙어 이겼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은 김 위원장이 이 대표를 공천배제하고 민주당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이 대표는 무소속 출마해 생환했다.
'대선 주자'인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총선 결과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 될 전망이다.
서울 종로에서 대권 라이벌 관계였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대선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더욱이 건강 문제로 일선에서 한발 비켜선 이해찬 대표를 대신해 전국을 누비며 지원유세를 한 덕분에 총선 결과의 수훈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총선 후 8월에 예정된 전당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 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의해 이 위원장은 당대표가 되더라도 7개월 남짓 임기다. 그러나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확실한 당내 세력을 구축해야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만큼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위원장 외에도 총선에서 각기 권역을 책임진 중진급들도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당내에선 송영길, 우원식, 이인영, 홍영표, 김두관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이 위원장과 달리 2022년 대선까지 2년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험지에서 석패한 김부겸(대구 수성갑), 김영춘(부산진갑), 최재성(서울 송파을) 의원은 정치적 재기를 위해 당권 도전이란 승부수를 던질 것이 유력하다.
지난 총선과 비교해봐도 민주당이 얻는 성적표의 의미는 남다르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국민의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진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여당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에 그친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1당이 됐다.
어느 당도 과반 136석(273석 기준)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DJP연합 복원으로 합류한 자유민주연합(17석), 호남 무소속(4석), 민국당(2석), 한국신당(1석) 등을 민주당이 규합하며 여야 세력 균형이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16대 국회에서 이만섭 국회의장을 당선시키고 자민련 소속 이한동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초반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이 불며 여당인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152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쳤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한미FTA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청 갈등, 당내 혼란이 심화된 데다가, 부동산 폭등 등 민생고가 겹치며 노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한 끝에 정권을 뺏기고 18대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과반 의석은 획득했지만 당청 관계도, 당내 리더십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미숙한 여당의 실패로 귀결됐다.
결국 총선 승리보다 그 이후 행보가 정부여당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해찬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선거 결과를 보면서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제 21대 국회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어 당선된 후보 여러분께 간곡히 말씀드린다"며 "지금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국정을 맡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더 열심히 서민의 생활을 챙겨야 한다"며 "선거에 임했던 성실하고 절실했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낙연 위원장도 "국민은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많은 의석을 주면서 크나큰 책임을 안겨주셨다"며 "버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희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기억하며 늘 겸손한 자세로 품격과 신뢰의 정치, 유능한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다른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역대 어느 정권도 대통령과, 지방과, 국회의 다수를 확보한 전례가 없다"며 "우리의 책임이 엄청나게 무거워진 것이다. 나라의 모든 결정과 집행의 권한을 가진 것이니만큼 다들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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