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머물라 - 2020년 유월절 풍경 |
이스라엘은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나라이다. 성경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고 사역하던 장소를 직접 보기위해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작년에만도 약 400만 명이 성지순례를 위해 이스라엘을 찾았다. 하지만 작년 말 중국에서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서로 왕래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세계적인 팬데믹(대유행병)으로 인해서 국가별로 방역과 격리조치가 내려지고 항공기와 교통수단의 운행이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2월 한국인 성지순례객 중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국에서 오고가는 비행기 편은 중단되고 한국 사람들은 두문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국인이 아닌 유럽에 다녀온 이스라엘인에 의해 바이러스의 전파가 시작되어 이스라엘은 유래 없는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전쟁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할 만큼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온 변화는 순례객들이 끊긴 것이다. 관광산업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산업 중의 하나이다. 순례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성지는 조용하기만 하다. 소란하던 예루살렘 성안은 고요하고 사람들이 붐비던 유적지들은 봄의 따스한 햇살과 봄비만이 채워지고 있다. 유럽에서 온 유대인들 사이에서 확산된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1만 명이 넘는다. 이스라엘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퍼진 곳이 예루살렘과 브네이 브락이라고 하는 종교 유대인 밀집지역이다. 이 지역에 사는 종교 유대인들은 정부의 지침보다는 랍비들의 지침을 따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이들은 유럽을 다녀온 이후에도 정부의 지침대로 격리되기보다는 여기저기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로 인해서 지금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구분되고 격리조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4월에는 유월절이 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큰 절기 중의 하나로서 기독교의 부활절과도 연관이 깊은 절기이다. 출애굽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구원하심과 이루심을 기억하는 이 유월절에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유월절 어린양으로서 십자가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부활하셔서 영원한 우리의 구주가 되셨다. 이 시기에는 수많은 순례객들이 이스라엘을 찾아와 함께 절기를 기념하면서 부활을 축하하는 행사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유월절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누구도 찾지 않는 구 예루살렘 도시와 예수님의 무덤터 그리고 교회들은 흡사 출애굽 당시의 마지막 재앙이 임하던 그 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다. 출애굽기12장에 하나님은 모세에게 마지막 재앙을 말씀하시면서 어린 양을 잡고 문설주와 좌우인방에 어린 양의 피를 바르면 죽음의 재앙이 피해갈 것이라고 알려주신다. 하나님은 이 절기를 매년 지킬 것을 명령하시면서 하나님이 그 백성을 구원하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셨다. 올해 유월절을 보면서 그때의 사건이 떠올랐다. 교회와 가게 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바이러스가 어서 떠나가길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흡사 애굽의 그 재앙이 떠오른 것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외적으로 유월절 휴일 7일 동안 모든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외출을 삼갈 것을 지시하였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월절을 가정에서 가족끼리만 지켜라.'' 이것이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이었다. 심지어 조금 진보적인 랍비들은 인터넷 화상 중계시스템을 이용해 유월절 세데르(유대인의 유월절 만찬) 저녁을 하겠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올해 유월절은 출애굽 이후 처음으로 각 가정에서 가족끼리만 지내는 유월절이 되었다. 유월절을 휴일처럼 여기저기 놀러 다니던 이들이 이번에는 집에서 가족끼리 유월절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집 위층에 주인이 산다. 유월절이 시작되는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찬양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위기 속에 보이는 은혜라고 할까? 부모가 자녀들에게 출애굽 이야기를 해주고 큰 아이들은 동생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들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조차도 하나님의 은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애굽 당시에도 그렇지 않았을까? 죽음의 그림자가 지나가면서 어린 양의 피를 바르지 않은 집에서 나오는 곡소리는 두려움이었겠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들에게 일어날 놀라운 일을 기대하면서 가족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구원을 기쁨으로 나누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위기의 순간이다. 모든 이들이 거리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유월절 절기에 이스라엘에서 바라보는 것은 소망이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이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자신이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기를 원하실 것이다, 현실의 절망 가운데서도 우리가 절대로 낙망하지 않는 것은 죽음조차도 벗어나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이 우리의 삶 전반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월절 어린 양의 피가 문에 흐르듯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이 우리의 삶에 흘러내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사태 가운데서 바라본 유월절 모습은 절망 가운데 소망을 그리고 그 속에서 영원한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하루 속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소멸되고 다시금 성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찾아오길 기도해 본다. 김요셉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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