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꽃 사주세요"..꽁꽁 얼어붙은 꽃시장


청탁금지법과 불경기 영향으로 화훼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화원협회 1천200개소의 소매 거래금액은 모두 1억3천2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1% 급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의 소매 거래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28% 급감한 6억3천520만에 머물렀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넉 달간 꽃 소비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난류·관엽류 등 분화류의 거래금액(1월 1일~15일 기준)이 35.2% 급감했다.

근조·축하 화환은 14.7%, 꽃다발·꽃바구니는 8.9% 각각 줄었다.

통상 11월을 시작으로 이듬해 상반기까지는 연중 최대 성수기였다. 정기 인사와 졸업·입학, 밸런타인데이, 어버이날 등의 이벤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꽃집을 하는 한 상인은 "가게 규모가 작기는 해도 주변에 회사가 많아 이맘때 쯤이면 선물용 난이 잘 팔렸는데 이제는 뚝 끊겼다"며 "이달 초에는 선물용 난을 사 간 손님이 상대방이 받는 것을 거절했다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인은 "정말 문 닫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의 한 오피스빌딩 지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유모(34·여)씨도 "우리 매장은 난보다는 젊은 직장인들 상대로 선물용 꽃 위주로 팔고 있어서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엔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 듯했지만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갈수록 매출이 줄고 있다"며 "게다가 추운 날씨 영향으로 공판장에서 도매가격 자체도 비싸져 임대료 내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 양재동 aT 화훼공판장은 출하물량이 줄어들고 경매 단가가 떨어지자 경매를 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난 시장이 호전될 경우 난 경매를 원래대로 복구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화환이나 난 선물을 꺼리는 경향은 구조적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농식품부 통계를 보면 2005년에 2만870원이었던 1인당 연간 화훼 소비액은 2010년 1만6천98원, 2015년 1만3천 원으로 10여 년 새 37% 급감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1인당 연간 소비액이 10만 원을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화훼 생산 규모도 2005년 1조105억 원에 달했지만 2010년 8천510억 원, 2015년 6천332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꽃 소비의 대부분이 경조사용·선물용인데, 기업과 금융권의 경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 데도 막연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일상에서의 꽃 소비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30개소인 유통전문점 내 꽃 판매 코너를 올해 370여 곳으로 늘리고, '1테이블 1꽃' 캠페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3월까지 화훼산업 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5개년 종합발전대책'을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