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과 삶 / 이상업 경찰대학장의 크리스천 인생

  • 지위·재물보다 중요한 것은 신앙

  • 세상의 이익과 하나님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영적 방랑자가 돼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서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번민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 이런 신앙과 삶의 문제에 대해 실증적인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고위 경찰간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업 국립경찰대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믿음에 대한 신조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 특히 공직사회에 몸담고 있는 크리스천들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 내게 있어서 지위나 재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크리스천으로서 신앙입니다.”

  • 눈앞의 이익과 명예 등을 좇는 것은 허상을 좇는 일이며 단적으로 공허한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학장의 주장이다.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온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그의 주장은 구체적인 체험에서 얻어진 결론이라는 데서 눈길을 끈다.

  • 지난 96년과 97년 잇달아 경무관 승진에서 탈락, 경찰조직에서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바른 말 잘하는 속칭 야당 색 짙은 간부란 평가를 받고 있을 때 그는 기도의 힘으로 그 좌절의 문턱을 넘었다. 성경 말씀이 빼곡히 쓰인, 아크릴로 제본한 서표를 꺼내들면서 이것이 당시 나를 지탱한 힘의 원천이라며 나지막한, 그러나 또렷한 어조로 한자 한자 읽어내려 갔다.

  •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너를 치는 자들은허무한 것같이 되리니”(41:1013)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23)

  • 후면에는 ‘98.2.25 이상업이라고 날짜와 자신의 사인이 담겨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취임한 날이자 경무관으로 승진한 때였다. 소신이 강해 야당 색 짙은 간부라는 멍에의 굴레에서 비로소 이때 벗어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학장은 하나님 앞에 옳다고 믿는 소신이나 신앙적 정절을 지키다가 조직 내부와 사회로부터 고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아크릴 서표를 100여개나 나눠줬다. 그리고 짤막한 간증을 덧붙인다.

  • 어려움을 피해가려는 생각과 행동은 비겁하고 어리석은 짓입니다. 고초를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은 그 고초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 그러면서 그는 어느 목사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일을 할 때 속도보다 방향을 성취보다 의미를 쾌락보다 감동을 추구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이 세 가지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소신과 철학을 따라 꾸준히 살아가는 삶의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 동부이촌 동 온누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그는 보통 평신도의 첫 번째 직분이라고 할 수 있는 집사(안수 집사를 지칭)도 아니다. 오직 크리스천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찰 간부로서 그의 신앙과 태도는 엄격하고 단호하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나 나는 크리스천이요라고 공식적으로 당당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고위 간부로서 이 같은 결정과 소신을 갖기는 사실상 쉽지 않았을 텐데라고 질문을 던지자 제 힘의 원천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데 그것을 막으면 나보고 죽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라고 즉답하며 성경의 한 구절을 찾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또박또박 읽어내려 갔다.

  •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부인하리라”(10:3233)

  • 그리고 이렇게 반문했다.

  •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1:10)

  • 그의 뇌세포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경찰복음화다. 지난 94년 한국경찰기독신우회연합회를 창립한 이후 지금까지 10년동안 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국 233개 경찰서,866개 지구대,2732개의 치안센터 등에 예배 공동체를 만들어 예배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예배가 활성화되면 반드시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5:24) 흐르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3월 이 학장이 경찰대학장에 부임한 후 경찰대학은 이웃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시설물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고아와 장애아, 그리고 독거 노인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받기 위해 입교한 경찰 간부들에게도 양로원 보육원 등에서의 봉사 활동 시간을 배정,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체험토록 유도하는 교과 과정 역시 이 학장의 평소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 김병기 기자

  • [국민일보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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