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나무(오배자나무)                     

            

가을 단풍시즌이면 유난히 붉게 물드는 나무가 바로 뿔나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뿔나무는 생나무도 가벼운 특징이 있어 곧잘 나무하러 다니든 헌구동무나 헌철, 동철동무 등에게서 뿔나무가 땔감으로 화력도 좋다는 얘기도 들은바 있다. 그러나 들판에도 산에도 흔하디흔한 이 나무는 우리에겐 그저 볼품없고 하다못해 꺾어서 가지고 놀기에도 마땅찮은 울퉁불퉁한 그냥 그런 나무일뿐이다. 그런데 이 별 볼일 없는 나무에 오배자라는 벌레집이 매달려 있어 이것을 따다가 약제로 사용하는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익히 보아왔었다. 더러는 소 먹이러 다니든 길에 보이면 따다 집으로 가져와 말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들이야 시골에 자란 덕분으로 이 뿔나무와 개옻나무를 구분하는데 확연하지만 도시사람들은 흡사한 모양 탓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자세히 보면 개옻나무의 잎이 보다 얇으면서 좁고 매끈함을 알 수 있다. 언젠가 봄날 국수봉 가는 길에 어떤 아줌마들이 뿔나무 새순을 두릅이라고 따고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새순의 모습은 두릅과 비슷하게 닮았지만 나무에 가시가 없으니 구별이 수월한데도 몰라서 그러는 모습에 웃으며 가르쳐준 기억이 난다.

그러한 오배자는 9~10월 경 뿔나무의 잎이 누르스럼하게 변해갈 무렵에 잎이나 잎의 줄기에 붙어있는 것을 따서 증기에 살짝 찐 다음 말려서 사용하는데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평하다고 한다.  폐경, 위경, 대장경에 작용하여 장을 다스려 설사를 멎게 하고 지혈작용과 땀을 다스리며 헌데를 잘 아물게 하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 주요성분은 타닌으로 50%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설사, 대장염, 이질, 위장출혈, 각혈, 코피, 식은땀 등에 쓰고, 외상출혈, 점막염증, 화상, 습진 등에도 쓴다.  

열매를 염부자라고 하는데 염증을 없애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하고 출혈을 그치게 하고 땀이 흐르지 않도록 하는 효능이 있다. 만성적인 설사 폐의 기능이 약화되어 오는 기침, 갈증, 식은땀, 하혈, 탈항, 황달, 이질을 치료한다. 잎을 염부엽이라고 하는데 뱀에 물렸을 때 해독용으로 사용한다. 줄기껍질을 염부수백피라고 하는데 피가 섞인 설사, 피부 가려움증을 치료한다.

사용법으로는 염부자, 염부엽, 염부수백피 5그램 정도를 400cc에 달여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는다. 때로는 술에 담가서 먹기도 한다.

 

북한의 동의학사전에서"오배자는 붉나무 벌레집이다. 문합, 백충창이라고도 한다.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인 붉나무의 잎에 생긴 벌레집을 말린 것이다. 붉나무는 각지의 산에서 자란다. 9~10월에 붉나무벌레집을 따서 증기에 쪄서 말린다.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평하다. 폐경,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장을 수렴하여 설사를 멈추고 출혈과 땀을 멈춘다. 또한 헌데를 잘 아물게 하고 기침을 멈춘다. 주요 성분인 탄닌(50~60%)의 수렴작용에 의하여 지사작용, 지혈작용, 억균작용, 선분비억제작용을 나타낸다. 설사, 대장염, 이질, 위장출혈, 탈항, 토혈, 각혈, 코피, 식은땀, 자한(自汗) 등에 쓴다. 또한 외상성 출혈, 창양, 점막의 염증, 화상, 궤양, 습진, 농가진, 오랜 기침 등에도 쓴다. 탄닌성분은 알칼로이드를 앙금으로 가라앉히므로 알칼로이드중독을 막는 데도 쓴다. 하루 2~8그램을 물로 달이거나 가루내거나 환을 지어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달인 물로 씻거나 가루 내어 뿌린다. 또는 가루를 기초제에 개어 바른다."고 씌어있다.

한국본초도감에서는 "옻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붉나무(오배자나무)의 뿌리와 잎이다.  나무에 기생하는 벌레집을 오배자라고 한다. 성미는 염부목은 시고 짜며 차다.  오배자는 시고 평하다.  효능은 염부목은 청열해독, 산어지혈한다. 오배자는 렴폐, 삽장, 지혈, 해독한다. 뿌리는 감기로 인한 열을 내리고 장염, 치질 출혈에 효력이 있다.  잎은 제독작용이 있으므로 뱀에 물린 데 붙인다.  오배자는 수렴 작용이 강하여 폐 기능 허약으로 인한 만성해수를 그치게 하고 잘 치유되진 않는 이질, 탈항, 자한, 도한, 유정을 치료한다.  지혈 작용은 대변 출혈, 코피, 자궁 출혈을 그치게 하고 외상 출혈에도 유효하다.  종기, 피부염, 가려움증에도 효력을 나타낸다. 약리작용에서 오배자의 'gallotammin' 성분은 수렴 작용이 있어서 피부 점막에 접촉되면 조직 단백이 응고되어 수렴 효과를 나타낸다.  이질균, 녹농균 등에 항생물 작용이 있고 항생육작용이 있어서 정자를 감소시킨다. 간 기능 보호 작용과 항산화 작용을 나타낸다.

임상 보고에서 소화기도 출혈에 이 약물 15그램을 가자(訶子)와 배합하여 복용하자 유효한 반응을 보였고, 궤양성결장염, 방사성직장염, 유정, 폐결핵으로 인한 도한, 각혈, 이질, 자한, 당뇨병, 말기 분문암 및 식도암, 치질, 화상, 조루, 야제(夜啼), 소아설사, 가을철에 유행하는 장염 등에 치료효과를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국내연구진에선 오배자에서 기존 항암재보다 약효가 뛰어난 새로운 항암물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오배자는 천을 물들이는 천연염료와 잉크를 만드는 원료로도 사용하였고, 염부자(뿔나무열매)에 뒤집어 씌워져 있는 흰 가루는 맛이 짜고 신맛이 있어 염(鹽)부자라 불렀다고 한다.  따라서 옛날에는 뿔나무열매를 짓찧어서 물에 주물러 그 물로 두부를 만드는 간수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산속에 오래 기거하는 사람들에게 소금을 제공해주는 귀중한 재료였다.특히 뿔나무염분으로 만든 두부의 맛은 가히 일품이라고 하며, 꿀을 따면 그 맛이나 효험으로 인해 다른 꿀보다 우수한 품질로 인정을 하여 값도 비싸다고 한다.

하기 쉬운 뿔나무 응용법

▶뿔나무잎에 10배쯤 물을 붓고 1시간 동안 센 불로 달여서 1차 추출액을 얻고 남은 찌꺼기에 5배의 물을 붓고 달여 2차 추출액을 얻는다. 두 가지 액을 합쳐 졸여서 물엿처럼 될 때까지 졸인다. 한편 뿔나무잎을 가루로 만든다.

그런 다음 붉나무 엑기스 60퍼센트, 뿔나무잎가루 40퍼센트의 비례로 반죽하여 녹두알 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4-5그램씩 하루 3번 빈속에 먹는다.

붉나무 잎은 8월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 다음에는 9월에 채취한 것이 좋다. 대장염으로 인한 주요 증상이 4-6일 이내에 없어지거나 좋아지며 급성 대장염은 15일, 만성 대장염은 3-4개월이면 90퍼센트 이상 치유된다.

▶뿔나무껍질 30그램을 물로 달여 하루 두 번에 나누어 먹는다. 뿔나무껍질만을 쓴 것보다는 백출 건강 쑥 등을 함께 쓰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뿔나무줄기와 잎 마른 것 75그램에 물 750밀리리터를 붓고 1~1.5시간 달여 1차 추출액을 얻은 다음 찌꺼기에 물 400밀리리터를 붓고 같은 방법으로 달여 2차 추출액을 얻는다. 이렇게 얻은 두 가지 추출액을 합쳐 졸여서 물엿처럼 되게 한 뒤에 뿔나무잎과 줄기가루와 섞어서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처음 1주일 동안에는 하루 3번 한 번에 3-4그램씩 밥 먹기 30분 전에 먹고 2주일째부터는 한 번에 2.5-3그램씩 하루 3번 식전 30분 전에 먹는다. 90퍼센트 이상이 효과를 본다. 다만 항생제를 오래 쓴 사람은 치료효과가 훨씬 느리게 나타난다.

[기타 이야기] 나무에서 짠 맛이 나는 것은 오직 붉나무 뿐이다.  그래서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에 살던 사람들은 붉나무 열매를 물에 넣고 주물러서 그 물을 소금 대신 쓰거나 간수 대신 두부를 만드는 데 썼다. 

 

붉나무는 옛부터 경사스러운 일에는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복숭아나무처럼 귀신을 내쫓는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붉나무를 금강장이라고도 하는데 죽은 사람의 관에 넣는 지팡이를 붉나무로 만들었다. 시체를 화장한 뒤에 뼈를 줍는 젓가락도 붉나무로 만든다. 붉나무 지팡이를 금강장이라고 한 유래는 불가에서 붉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영목이라 부르고 수행할 때 일체의 번뇌를 불살라 버리는 영험이 있다고 하여 스님들이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닌 데서 비롯되었다. 

 

불가에서는 붉나무를 호마목이라고 하고 부처를 모신 불단에 붉나무의 진을 바르는 풍속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붉나무를 칠한다라는 뜻인 누루데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불교의 한 종파에서는 붉나무에 불을 붙여 태워서 부처님한테 비는 의식을 하는데 붉나무를 태우면 폭탄이 터지는 듯한 매우 큰 소리가 난다. 이 소리에 놀라서 온갖 잡귀들이 도망간다고 한다. 

 

1월 그믐날에는 쌀가루로 주판알 모양의 큰 경단을 세 개 만들어 붉나무 가지를 깎아 꼬치를 만들어 꽂아서 대문 앞에 걸어놓는 풍속이 있다. 이것을 귀신의 눈이라고 하며 이렇게 하면 귀신이 와서 보고 나는 눈이 두 개인데 이 놈은 눈이 세 개나 있으니 도저히 당해낼 수 없겠구나 하고 도망을 가 버린다고 한다.  이 쌀 경단을 지방에 따라서는 입춘에 대문 밖에 걸어 놓기도 한다. 

 

또 일 년 중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는 정월 초이튿날에 산에 가서 붉나무를 잘라서 도조신을 만들기도 한다. 얼굴부분만 껍질을 벗기고 먹으로 눈, 코, 입을 그리고 남자는 수염과, 이마의 주름도 몇 개 그린다. 남녀 한 쌍을 만들어 종이로 옷을 입히고 쌀을 담은 말 속에 세웠다가 보름날이 되면 정월 초에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 두었던 장식물들과 함께 불을 태워 없앤다. 이 행사를 돈도태우기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못된 귀신들이 모두 물러가고 한 해 동안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정월 초이튿날에 베어 온 붉나무로 크고 작은 두 자루의 칼을 만들어 신을 모신 사당에 모셔 두었다가 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며 벌레를 쫓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 때 쌀, 보리, 밀, 조, 수수, 콩, 팥의 일곱 가지 곡식을 갈아서 섞은 가루를 칠색향전이라고 하여 사방에 뿌리며 집 주위를 맴돌면서 '뱀이나 지네는 멀리 멀리 가라. 나는 대장간의 대장장이다. 허리가 잘리고 싶지 않거든 어서 사라져라.' 하고 주문을 외운다. 이렇게 하면 일년 내내 뱀이나 나쁜 벌레 같은 것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1월 14일에는 붉나무를 잘라 큰 젓가락을 만든다. 껍질을 벗기고 깎아서 그 껍질과 깎아낸 부스러기들을 모아서 보름날에 팥죽을 끓이는 연료로 쓴다. 붉나무 젓가락으로 팥죽을 먹는 시늉을 한 뒤 그 젓가락을 신을 모신 사당에 모셔 두었다가 간장을 달이는 첫 불을 지필 때 태우면 장이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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