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땅 철원에서 꿈꾸는 하나 된 세상,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철원군의 DMZ 생태평화공원이 지난 5월 21일 개장했다.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이 위치한 민통선 내 공간이 일반에 공개되는 건 우리 땅이 둘로 나뉜 지 63년 만의 일이다. 전쟁과 평화 그리고 생태가 공존하는 미지의 땅, 그곳으로 간다.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십자탑 탐방로 입구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십자탑 탐방로 입구

충절의 고장, 철원 생창리 마을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탐방은 생창리 마을회관 맞은편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한다. 방문자센터가 자리한 생창리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철의 삼각지 한가운데 자리한 곳으로 남북 간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1970년 10월, 재향군인 100세대가 재건촌을 건설해 들어오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충렬공 홍명구 장군을 모신 충렬사(철원군청) 충렬공 홍명구 장군을 모신 충렬사<사진제공·철원군청 제공>

고구려 시대부터 김화군의 중심지였던 생창리 마을은 병자호란 때 청의 10만 대군에 맞서 죽음으로 충절을 지킨 홍명구 장군과 유림 장군의 넋이 깃든 고장이기도 하다. 홍명구 장군은 평안도관찰사로 있던 1636년, 적병이 남한산성을 포위했다는 소식을 듣고 근왕병 2천 명을 이끌고 남하하던 중 김화에서 맞닥뜨린 청나라 1만 대군과 일전을 펼쳐 적병 수백 명을 살상하고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 인조는 그의 충절을 높이 사 이조판서에 추증함과 동시에 충렬공이라는 시호를 하사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싸워 이긴 전투는 홍 장군이 참여한 김화대첩과 1637년 1월 전라도병마절도사 김준룡 장군이 이끈 수원의 광교산 전투뿐이다. 홍명구 장군이 순절한 터에 세워진 충렬사에서는 매년 음력 2월, 8월 말 정일(丁日)에 홍명구 장군과 유림 장군의 충절과 명복을 비는 추모제향행사가 열린다. 충렬사는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탐방로 두 개 코스 중 용양보 탐방로에 포함돼 있다.

용양보 탐방로와 십자탑 탐방로 등 2개 코스로 구성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용양보 탐방로의 용양보 모습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용양보 탐방로의 용양보 모습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탐방은 충렬사와 용양보 그리고 용양보 통문을 돌아보는 용양보 탐방로와 후방CP에서 십자탑 전망대를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십자탑 탐방로로 구성돼 있다. 도보 탐방 거리는 두 코스 모두 6km 내외로 비슷하지만 난이도는 성재산(580m) 꼭대기의 십자탑 전망대를 경유하는 십자탑 탐방로가 조금 높은 편이다.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 개인용 GPS는 탐방 내내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 [왼쪽/오른쪽]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 / 개인용 GPS는 탐방 내내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

오늘은 DMZ 생태평화공원 두 개 탐방로 중 십자탑 탐방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60년이 넘도록 일반에 공개된 적 없는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과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우리 땅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길을 걷는다는 설렘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을 따라 들어선 많은 안보 견학 코스 중 차량이 아닌 두 다리로만 오롯이 걸어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탐방로 포장도로 비포장도로 탐방로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방문자센터에서 예약 확인을 거친 뒤 개인용 GPS를 지급 받으면 이제 본격적이 탐방이 시작된다. 방문자센터에서 3km 떨어진 후방CP 주차장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검문소를 지나고 짧은 다리를 건너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여느 시골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되레 더 평화롭고 고요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산과 산을 잇는 나지막한 능선 사이로 보이는 항공기 인식판 정도랄까. 탐방로 입구에 세워진 거대한 아치형 조형물에는 하얀 두루미 두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날고 있다.

탐방로 옆 지뢰지대를 알리는 경고판 탐방로 옆 지뢰지대를 알리는 경고판

길은 산뜻하게 포장되어 있다. 탐방로 대부분은 이처럼 잘 닦인 포장길로 이어진다. 생태의 보고답게 걷는 내내 좋은 길동무가 되어주는 울창한 숲도 멋지다. 6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은 원시림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산새의 지저귐이 반갑고,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고맙다. 우리 땅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이 흔한 풍경이 반갑고 고마운 건, 그것이야말로 이곳이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강렬한 징표들이기 때문이다. 숲과 길의 경계를 알리는 철책이 없었다면, 그 철책 위에 걸린, '지뢰'라는 선명한 글씨가 적힌 경고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남녘 땅의 북쪽 끝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그 무엇도 이 길 위에는 남아 있지 않다.

DMZ 쉼터 엘레지 쉼터 [왼쪽/오른쪽]DMZ 쉼터 / 엘레지 쉼터

완만하게 이어진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DMZ 쉼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군 초소도 보이고 군 막사도 보인다. 물론 모형들이다. 십자탑 탐방로에는 DMZ 쉼터를 포함해 엘레지 쉼터, 고라니 쉼터, 숲속 쉼터 등 네 개의 쉼터가 있다. 쉼터는 각각의 이름처럼 테마형으로 조성되었는데, DMZ 쉼터에 군 초소와 막사를 설치한 것처럼 엘레지 쉼터에는 아담한 야생화 공원을, 고라니 쉼터에는 DMZ 생태를 설명하는 큼직한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갈 휴게 공간과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북녘 땅이 한눈에, 십자탑 전망대

고라니 쉼터 뒤로 보이는 십자탑 전망대 성재산 정상에 우뚝 선 십자탑의 모습 [왼쪽/오른쪽]고라니 쉼터 뒤로 보이는 십자탑 전망대 / 성재산 정상에 우뚝 선 십자탑의 모습

엘레지 쉼터에서 십자탑 전망대에 이르는 2km 구간은 제법 가파르게 이어진다. 십자탑 탐방로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다. 한 굽이 한 굽이 어렵게 걸음을 옮기면 멀게만 보이던 십자탑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십자탑 전망대에 오르면 코앞이 북한 땅이다. 우리 군의 전방 감시 초소인 GOP와 GP는 물론 오성산을 등지고 있는 북한군 초소도 또렷이 보인다. 정말이지 '야' 하고 부르면 '호' 하고 대답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동행한 안내직원은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군사분계선이 우리가 서 있는 성재산과 북한의 오성산 사이 분지, 기계충에 감염된 머리처럼 듬성듬성 맨땅을 드러내고 있는 저 분지 어딘가라고 설명했다.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그곳이 우리나라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니. 아무리 실눈을 뜨고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실체 없는 그 가상의 선으로 인해 우리 땅이 둘로 나뉘어 있다니. 가슴 한켠이 먹먹하다.

십자탑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 북한의 평화를 위해 세운 십자탑 [왼쪽/오른쪽]십자탑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 / 북한의 평화를 위해 세운 십자탑

십자탑 전망대에서 숲속 쉼터까지는 산길을 따라 내려와야 한다. 많이 가파른 구간이지만 나무 계단이 설치돼 있어 걷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십자탑 전망대에서 숲속 쉼터를 잇는 산길은 십자탑 탐방로 중 유일하게 흙냄새를 맡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어서 다소 험한 구간임에도 걷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숲속 쉼터를 지나면 이제 이 길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짧지 않은 거리를 걸었지만, 아쉬움이 크다. 그건 더 이상 갈 수 없는 단절에서 오는 아쉬움일 터다. 언젠가 우리 땅이 온전히 하나 되는 날이 오면 이곳 성재산에서 오늘처럼 발길을 돌려야 하는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숲속 쉼터에서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700m 정도 가면 출발 지점이던 후방CP 주차장에 닿게 된다.

십자탑 전망대에서 본 십자탑 탐방로 십자탑 탐방로 십자탑 전망대에서 본 십자탑 탐방로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탐방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시, 2회 실시하며 탐방 인원은 1회 40명 내외로 제한한다. 탐방 중에는 동행하는 안내직원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길로만 이동해야 하며, 탐방로를 벗어나는 등의 개인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두 코스 모두를 걸어볼 요량이라면 방문자센터를 베이스캠프 삼아 1박 2일 일정으로 움직이는 것도 괜찮다. 방문자센터에는 4인 가족을 위한 가족실 3실과 1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단체실 2실 외에도 샤워장, 식당, 강의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탐방 예약은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홈페이지를 이용해 탐방일 하루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탐방로에는 매점이 없으므로 음료수와 간식은 미리 준비하고, 자외선 차단제도 꼼꼼히 챙기는 게 좋다.

철원 평화전망대 평화전망대 철원 평화전망대월정리역 월정리역

이왕에 철원까지 걸음을 했다면, 그것도 호국의 달인 6월에 철원을 찾았다면 철원 DMZ 안보관광도 한번쯤 돌아볼 만하다. 고석정이 있는 철원군 한탄강관광사업소에서 출발하는 철원 DMZ 안보관광은 민통선을 지나 제2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경유하는 코스로 인근의 백마고지 전적기념관과 노동당사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백마고지 전적기념관 노동당사 [왼쪽/오른쪽]백마고지 전적기념관 / 노동당사

철원 DMZ 안보관광은 주중에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견학이 가능하지만 토요일과 공휴일은 셔틀버스만 운영하기 때문에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입장료와 모노레일 이용료 외에 셔틀버스 비용이 추가 된다. 25인승 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람객은 셔틀버스 비용 추가 없이 견학이 가능하다. 견학 시간은 3시간 정도.

여행정보

철원 DMZ 생태평화공원
  • 주소 :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길 481-1
  • 탐방 시간 : 10:00, 13:00(1일 2회)
  • 휴무 : 매주 화요일, 명절 연휴(설, 추석), 군부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 요금 :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경로 1,500원 / 단체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경로 1,000원
  • 문의 및 예약 : 033-458-3633
철원군 한탄강관광사업소
  • 주소 : 강원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 견학 시간 : 09:30, 10:30, 13:00, 14:00 (1일 4회)
  • 휴무 : 매주 화요일, 1월 1일, 어린이날, 명절 연휴(설날, 추석)
  • 요금 : 주말·공휴일 개인 기준으로 어른 1만4,000원 청소년 1만1,500원 어린이 9,000원 (입장료+셔틀버스+모노레일 전체 포함 금액)
  • 문의 : 033-450-5559
주변 음식점
  • 대득봉 : 음나무순 정식 / 갈말읍 텃골1길 45 / 033-452-2915
  • 임꺽정가든 : 매운탕, 산채비빔밥 / 동송읍 태봉로 1825 / 033-455-8779
  • 폭포가든 : 매운탕 / 동송읍 직탕길 86 / 033-455-3546
숙소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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