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의 祈禱
20세기의 마지막 해 1월 21일 아침 11시, 서초동 법원 5층 복도에는 법정으로 바쁘게 들어서던 나는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몸집이 작은 할머니 한 분이
뼈가 시릴 만큼 차가운 바닥 위에서 홑겹의 바지를 입고, 곧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 내심 아마도 죄 지은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거라고 짐작했다.
“할머니 무슨 일이신데 이렇게 추운 데서 기도하세요?” 할머니는 조금은 불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는 우리 아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못된 에민기라요.”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한 내용은 이랬다.
그 뒤 아들은 공부를 계속하고 며느리는 하지만 여자 혼자 약국을 경영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늦은 밤 젊은 며느리 혼자 약국을 이따금씩 술취한 손님들이 희롱하며 덤벼들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할머니는 오랜만에 아들집에 다니러 왔다가 이런 며느리의 모습을 보고 속이 무척 상했다. 한편으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아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할머니는 집에서 공부만 하는 아들을 아내와 함께 약도 팔고 조제도 해주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당당히 약사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행운이 다가올 때 늘 악마가 먼저 시기하는 법일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또한 전과자가 되면 있던 자격도 박탈된다. 며느리는 약사인데 아들은 약사가 못 되었으니까요. 그것만 해도 녀석은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온정은 없다. 몇 줄의 생명 없는 보고서인 게 현실이다. 이럴 때 어떻게든 재판장의 피를 따뜻하게 그게 뭘까. 한 소년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왔다. 사십대 초반인 그녀는 수원역 광장 한 모퉁이에서 그녀는 하얀 손수건 속에 꽁꽁 뭉친 백만 원을 내게 내밀었다. 얼굴에 가득 낀 기미와 누런 피부는 찌든 삶이 그녀를 늙게 만든 것이다. 핫도그를 몇 개 팔아야 했느냐고 물었다. 핫도그 2천5백 개를 팔아야 남는 돈이라고 했다. 그녀는 훔친 돈으로 놀기에 바빴던 하지만 상습절도범인 단속원 눈치를 보며 팔아야 했던 핫도그 갯수를 이야기했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희생과 사랑을 강조했던 것이다. 마침내 그 어머니의 정성으로 소년은 석방됐다. 어머니의 치열하기까지 한 사랑은 자식이 어떤 음침한 이 모습을 꼭 보았으면 하고 마음으로 희망하고 있었다. 슬며시 걱정이 됐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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