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이방인' 딱지 뗐는데..해경 출신 경찰 '좌불안석'

"이제야 '이방인' 딱지를 뗐는데 다시 가라니요."

A씨는 2014년 11월 해경 해체 당시 자원해 경찰로 넘어온 200명 중 한 명이다.

이에 대해 해경 출신의 한 경찰 관계자는 "해경 출신들이 전국의 지구대와 강력팀, 정보과 등 경찰 전반에 녹아 있는 상태"라며 "사실상 경찰로 이직한 사람들을 다시 해경에 돌려보내는 것은 '굴러온 돌'을 빼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해경 출신들의 복귀를 강제한다면 조직 내 알력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文 공약' 해경청 부활 추진.. 강제 복귀 가능성

“이제야 ‘이방인’ 딱지를 뗐는데 다시 가라니요….”

지방의 한 경찰지구대에 근무하는 A(37) 경위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해양경찰청 부활을 앞두고 ‘과거 해경에서 넘어온 인원은 그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파다해서다.

A씨는 2014년 11월 해경 해체 당시 자원해 경찰로 넘어온 200명 중 한 명이다. ‘배신자’ 낙인까지 감수하며 경찰로 넘어온 A씨가 맞닥뜨린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지만 어딜 가든 ‘이방인’이었고 ‘검증이 안 됐다’는 텃새에 시달렸다. A씨는 “적응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곁에서 본 가족들이 (다시 돌아간다는 소문에) 더 걱정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2014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격하된 해경의 부활이 추진되면서 해경 출신 경찰관들이 강제 복귀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찰과 해경 모두 “정해진 건 없다”며 똑부러진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지난주 경찰과 해경은 해경청 부활을 위한 복귀 인원 선정과 수사권 조율 등을 논의했다.

경찰은 △해경 출신 경찰관을 해경청으로 복귀시키는 안 △경찰청 수사2과(해양수사) 이전 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해체 당시 빠져나간 200명 정도는 충원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해경 출신의 한 경찰 관계자는 “해경 출신들이 전국의 지구대와 강력팀, 정보과 등 경찰 전반에 녹아 있는 상태”라며 “사실상 경찰로 이직한 사람들을 다시 해경에 돌려보내는 것은 ‘굴러온 돌’을 빼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친정으로 돌아가도 ‘배신자’란 낙인 탓에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도 걱정하는 눈치다. 특히 최근 ‘해경 출신들이 복귀하면 좌천·살생부가 우려된다’는 등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해경 출신 경찰관들의 동요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이들 중 복귀를 원하는 경찰은 1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째로 이전이 논의되고 있는 경찰청 수사2과 소속 경찰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해양수사를 한 번 경험해 보려고 온 건데 조직과 함께 이전이 논의된다고 하니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사2과는 전체 200여명의 인원 중 65명만 해경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단행된 경찰 인사가 해양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의 수사2과장 5명을 다른 보직으로 옮긴 뒤 공석으로 비워 놨고 최근 부산경찰청이 해양범죄수사대 인원을 절반가량 줄였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과 인천경찰청 등에서도 해양수사 인원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2과가 그대로 넘어갈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라며 “밑바닥에 ‘빽 없는’ 경찰들만 처분을 기다리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직개편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해경에서 온 전례를 참고해 희망자를 받아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내홍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해경 출신들의 복귀를 강제한다면 조직 내 알력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는 “당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합당한 형태의 보상 등 동기부여를 어떻게 제공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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