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전설비 예비율 34% 자랑하면서 '이상한 감축 지시'
脫원전 논리 뒷받침하려 전력예비율 부풀린 의혹



정부가 전기가 남아돈다고 공공연하게 홍보하면서도 지난달 일부 기업에 갑자기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에는 여름철 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등, 전력 공급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려는 상황이었다.
공급 예비율이란 전력을 얼마나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느냐를 표시하는 지표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탈(脫)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에 간섭,
예비율을 과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김무성 바른정당 국회의원실이 전력거래소로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 12일
3시간, 21일 4시간 '급전(急電) 지시'를 내렸다.
급전 지시는 전기 사용 감축을 통해 발전기 가동 때 드는 전력 생산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4년 도입한 제도다.
전국 3000여곳 기업이 대상이며 정부 요청이 내려오면 이들은 연간 단위로 계약한 전력
감축 목표량 안에서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잠시 멈추는 등의 방식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인다.
대신 정부는 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정부가 지시를 내린 건 감축시험을 제외하곤 세 차례뿐이었다.
여름철에 급전 지시를 내린 건 작년 8월 22일이 유일했다.

그런데 올해는 7월에만 두 번 급전 지시를 내렸다.

7월 21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도(서울 기준)까지 오르면서 냉방 수요가 늘어 공급 예비율은
12.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기업들이 정부 급전 지시에 따라 1721MW를 감축하지 않았다면
예비율은 10.1%까지 떨어지는 상황이었고, 조금만 더 전력 사용량이 늘었다면 9%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공급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경우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 수급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의 전기 사용량을 제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발전 설비예비율이 34.0%를 기록, 2003년 7월(30.3%)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발전 설비예비율은 전체 발전설비용량(올해 약 113GW) 가운데 전력 피크에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 발전설비 비중을 말한다. 발전설비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설비예비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 원전을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