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우리 콩 이야기,'장익는마을'

            

구수한 우리 콩 이야기, ‘장익는마을’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산자락에 1년 내내 장을 담그는 ‘장익는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전통의 향이 가득하다.

우리 콩으로 만들어 깊은 맛과 진한 향이 어우러진 장을 맛보러 떠나자.

장익는마을 항아리 풍경 장익는마을 항아리 풍경

20년 세월이 녹아든 장 이야기, 장익는마을

한식에서 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다수 음식에 장을 사용하거나, 장 하나로도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우리네 밥상이다. 보통 말하는 장은 간장이고, 그와 함께 된장, 고추장, 막장, 집장 등 다양한 종류를 통틀어 장 종류에 속한다. 《삼국사기》에 장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먹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예전에는 집집이 장을 담가 먹었고, 장맛으로 그 집 안주인의 음식 솜씨를 판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맛으로 길흉을 점칠 정도로 장과 장독대는 귀하게 다뤘다.

장익는마을에서 생산하는 장 장익는마을에서 생산하는 장

집마다 사연이 다르니 장맛 또한 같지 않을 터, 장익는마을의 20년 장맛에도 사연이 있다. 생계가 어려워 친지가 있는 대강면 방곡리에 터를 잡은 것이 이곳 장맛의 시작이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데 여자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자식 셋은 어미만 쳐다보았다. 그때 할머니와 어머니 옆에서 거들며 자연스레 방법을 익혀, 메주를 만들어 팔아보자고 다짐했다. 처음 메주를 만들 때는 마당에 가마솥 하나 걸어둔 것이 전부여서 모든 과정을 손으로 했다. 세월이 흘러 메주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장을 담그고, 마당에 1000개 넘는 항아리가 자리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1대 주인은 장성한 아들과 며느리에게 넘겨주고, 틈틈이 마당에 나와 항아리를 쓰다듬는다.

잘 뜬 메주 잘 뜬 메주

1000여 개 항아리 풍경 속 장 담그기

장의 기본 재료인 메주는 콩으로 만든다. 공장 앞 너른 들판이 모두 콩밭이다. 마을 주민이 키우는 콩도 이곳에서 소비된다. 장익는마을의 장맛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다가 마을 경제까지 도움을 주는 셈이다. 가을이 되면 콩을 수확한다. 낫으로 자른 콩 줄기는 그대로 밭에 두어 바싹 말렸다가 타작한다. 1년 내내 만드는 장의 가장 중요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장익는마을의 콩밭 가을철에 줄기를 베고 바싹 말려 수확하는 콩 [왼쪽/오른쪽]장익는마을의 콩밭/가을철에 줄기를 베고 바싹 말려 수확하는 콩

이곳의 장이 특별한 까닭은 코앞에서 키운 우리 콩을 사용하고, 화학 재료 전혀 없이 메주를 만들며, 전통 방식으로 항아리에 담가 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기계로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지만, 메주를 띄우는 숙성실과 발효실, 장을 담그는 항아리는 여전히 사용하며 전통의 맛을 유지한다.

갓 만들어 발효를 시작한 메주 갓 만들어 발효를 시작한 메주

이곳에서는 고추장, 된장, 간장, 쌈장 등을 만드는데, 이듬해 상품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이 하나 더 있다. 입춘을 전후해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던 담북장이다. 집집이 장을 담가 먹던 시절에는 봄이면 지난해 장이 동나곤 했다. 그때 속성으로 만들어 먹은 별미 장을 담북장이라 한다. 담북장은 주먹만 하게 만든 메주를 3일 정도 햇볕에 말린 다음 찧어서 소금물로 버무리고, 다진 마늘과 파, 고추 등을 넣어 열흘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작은 메주가 앙증맞고, 담근 장을 빨리 먹을 수 있어 체험자에게 인기가 좋다고. 담북장 담그기는 특별 체험으로 별도 문의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시기에 따라 진행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거의 매일 장을 담그는 직원들 항아리를 이용하는 장 담그기 [왼쪽/오른쪽]거의 매일 장을 담그는 직원들/항아리를 이용하는 장 담그기

고추장이나 된장 담그기 프로그램은 인원수와 상황에 따라 체험 장소가 달라진다. 시골밥상 식사와 함께 장 만들기를 하고 싶은 20명 이상 단체는 마을 기업으로 운영하는 방곡도깨비마을에서 체험을 진행한다. 원하는 경우 항아리가 가득한 장익는마을 마당 한쪽에서 체험할 수도 있다. 다만 식사는 별도로 해결하거나 방곡도깨비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항아리 마당과 공장 구경은 무료이며, 용기에 담긴 장은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체험비는 장 1kg에 2만원, 식사는 8000원(1인)이다.

숙성 기간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지는 된장 하늘을 반사하는 흙빛 간장 맛있게 맵고 적당히 짭짤한 고추장 [왼쪽/가운데/오른쪽]숙성 기간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지는 된장/하늘을 반사하는 흙빛 간장/맛있게 맵고 적당히 짭짤한 고추장

우리 콩의 또 다른 건강식, 다미옥 손두부

장이 콩으로 만든 우리 음식의 기본양념이라면, 콩으로 만든 건강식품은 단연 두부다. 장익는마을에서 구불거리는 도로를 13km 정도 지나 고개를 넘으면 13년째 주인이 직접 두부를 만드는 다미옥이 나온다. 단양 온천이 운영되던 때 온천 바로 앞에서 10년 동안 장사하다가, 온천이 문을 닫은 뒤 대로변으로 이전했다. 위치는 다르지만 우리 콩으로 매일 새벽 두부를 만들어 파는 것은 변함없다. 이 집 두부는 식당 뒤쪽 밭에서 주인이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다.

다미옥 두부전골 한 상 다미옥 두부전골 한 상

인기 메뉴는 두부전골이다. 집에서 담근 간장과 육젓을 넣고 끓인 국물에 그날 만든 두부와 각종 버섯, 채소가 들어간다. 칼칼한 국물이 개운하고, 한참 끓여도 두부가 단단하다. 함께 나오는 반찬도 삼삼하고 깔끔하다. 재료는 대부분 부근 텃밭에서 거둬 찌고 말려서 저장한다. 튀김이나 전을 제외한 무침과 볶음 반찬은 들기름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오리백숙이나 오리불고기 등 특별 메뉴는 예약이 필수다. 영업시간은 두부를 만드는 새벽부터 오후 3시까지, 저녁에는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연다.

국물이 개운한 두부전골 국물이 개운한 두부전골채소와 싸 먹는 단단한 두부 손님상에 반찬이 되는 다미옥의 텃밭 수확물 [왼쪽/오른쪽]채소와 싸 먹는 단단한 두부/손님상에 반찬이 되는 다미옥의 텃밭 수확물

여행정보

  • 장익는마을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도예로 427-22 / 043-422-5790
  • 방곡도깨비마을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도락산로 137 / 010-4791-7858
  • 다미옥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온천로 621 / 043-422-9396
주변 음식점
  • 방곡토속식당 : 시골밥상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선암계곡로 4-7 / 043-422-3636
  • 둥지가든 : 백숙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사인암로 390 / 043-422-0341
  • 서울가든 : 돼지고기구이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온천로 338 / 043-421-1135
숙소
  • 단양도솔봉펜션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온천로 606 / 043-421-1116
  • 방곡산길따라펜션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도락산로 137-11 / 043-421-2277
  • 여행역 게스트하우스 :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상선암길 26 / 010-9633-1310

글, 사진 : 김애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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