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릎 꿇은 엄마 "간절함만 전해진다면 지금도 뭐든 하겠다"
'반대' 주민 앞에 장애인 엄마 '무릎' 호소
자기 자녀 이미 커 신설되도 학교 못 다녀
장애인 부모들 "영상 보고 피 거꾸로 솟았다"
소셜미디어에선 학교 신설 지지 서명 이어져
최근 15년간 서울선 공립 신설학교 한 곳도 못 생겨
서초구, 중랑구서도 반대 거세 학교 신설 추진 난항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에서 장씨는 지역주민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학교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장씨가 무릎을 꿇자 “쇼하지 마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등등 야유가 나왔다.
이 장면은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이 겪는 난항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지적장애인 140명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을 2013년 이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이 자리에 한방병원이 들어와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민 항의로 지난 7월 6일 1차 토론회가 무산됐다. 두 달 만에 열린 이날 2차 토론회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고성이 쏟아졌다.
장씨는 장애인 가족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강서장애인 가족지원센터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씨 딸은 지적장애 1급이다. 딸은 지난 2월 일반고를 졸업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가 생긴다고 해서 장씨 딸이 이 학교에 다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장씨가 무릎을 꿇자 다른 엄마들도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
"저희에게 욕을 하면 욕을 듣고, 저희를 때리면 맞을 수 있어요. 저도, 다른 엄마도 사전에 짠 게 아니에요. 나중에 물어보니 제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마음이 드셨대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장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상을 접한 장애인 가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발달 장애 아들을 둔 엄마 이수연(47)씨는 이 중 하나다. 이씨의 아들은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인 정진학교로 매일 2시간씩 통학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 아들을 맡길 데가 없어 토론회에 오지 못했다. 장씨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봤다.
“영상을 처음 봤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어요. 이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싶어서요."이씨는 "그렇지만 우리 엄마들 모두 지역주민의 미움을 사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고 했다. "학교가 생기면 우리 애들이 여기를 다녀야 하잖아요. 학교가 지역 주민들의 미움을 사면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눈총을 받게 되잖아요."
이날 무릎을 꿇은 엄마 중 다수는 자녀가 이미 고학년이어서 나중에 학교가 생겨도 이곳에 자녀를 보낼 처지가 아니었다. 이런 행동에 대해 이씨는 "학교가 생기면 아이를 보낼 엄마들 마음을 생각해 무릎까지 꿇고 주민들에게 호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종대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강서구에 국립한방병원 짓는 문제는 복지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된 적이 없다. 공진초 부지는 학교 용지여서 도시 계획 시설 결정을 바꾸지 않는 한 국립한방병원은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지난 15년간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공립 특수 학교가 단 한 곳도 신설되지 못했다. 서초구 옛 언남초 부지에 지어질 계획인 ‘나래학교’, 중랑구에 설립 예정인 ‘동진학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6월 열린 나래학교 주민설명회도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동진학교는 5년이 지나도록 부지 선정조차 못 했다.
지난해 4월 현재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929명이다. 이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4496명(34.7%)뿐이다. 그마저도 먼 통학거리에 고통을 겪는다. 조 교육감은 최근 토론회에서 “강서구에 사는 장애인 학생 200여 명 중 120명은 통학하는 데만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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