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겨냥한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양날의 칼 될까박종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 전략으로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채택했다는 보도 이후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지 전망을 어렵게 하는 미치광이 이론이 위험부담이 있지만 효과적이라는 측과 혼란스러운 미국 외교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라는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트럼프 “나는 예상가능한 지도자가 아니다”

미치광이 이론은 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선보인 전략이다. 닉슨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주도하면서 자신이 휘발성 강하고 변덕스러운 인물로 그려지길 희망했다. 심지어 1969년엔 전략공군사령부(SAC)에 핵폭탄 사용 준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자신이 미치광이인 만큼 베트남전에서 핵폭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심어줘 러시아의 참전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채택한 미치광이 이론이 효과를 봤는지는 논쟁사항이다. 그는 반공주의자였만 대통령을 그만둔 1974년까지 베트남전은 계속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듬해인 1975년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액 기부자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은 모욕이 아니라 칭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이 28일 전했다.
사진=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치광이 이론을 재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백악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한국을 상대로 미치광이 이론을 실행하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미치광이’이기 때문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에 일종의 겁을 주라고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명령했다는 것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이런 내용을 보도했으나, 백악관은 관련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 미치광이 이론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대상은 북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윗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양과 대화 여지를 남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책망했다. ‘분노와 화염’ 혹은 ‘로켓맨’ 등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들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표현과는 전혀 다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발언들을 가급적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려는 백악관의 외교·안보 라인 참모들의 발언과도 충돌될 정도로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그가 보여준 일련의 발언과 행동은 북한을 겨냥해 계산된 것이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관적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평양은 물론 베이징과 모스크바 당국까지 혼란스럽게 하면서 예측불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을 상대로 한 미치광이 이론의 위험성

실리를 추구하는 고집강한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이론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더구나 골치 아픈 나라인 북한을 상대로 한 것이면 더욱 그렇다. 뉴욕에 소재한 사립연구소인 ‘더 뉴 스쿨’의 니나 흐루쇼프 교수는 최근 마켓와치 웹사이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은 ‘앙갚음’”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대북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은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중지를 함께 논의하자는 중국의 쌍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으로서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대외 교역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문제는 미치광이 이론의 위험성이다. 데이비드 스트라웁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미국이 군사행동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전략이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협상전략에 따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대북 제재를 거두고, 오히려 북한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나 경제적 제재 때문에 핵개발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엔 상황은 더욱 꼬이게 된다. 북한은 199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고, 2007년 국제기구의 핵시설 사찰을 거부했다. 이어 2009년 핵실험에 나섰다. 미치광이 이론을 전략적으로 채택했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