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후송 '전용헬기' 없는 의무항공대

 군 내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응급환자 후송 문제입니다.

후송 지연으로 사고 장병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해병대 총기 사고 당시 응급환자 후송이 3시간이나 지연되면서

인명피해를 키웠습니다. 2014년 육군 22사단 총기사고 때도 응급환자 5명의 후송이

1시간 가까이 지연되면서 인명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인명 구조를 위한 초기 시간, 즉 ‘골든타임’(Golden Time) 확보의 중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사업이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과 이를 운용할 부대 창설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2015년 5월 1일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예하에 의무후송항공대를 신설했습니다.

당초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 시점에 맞춰 부대를 창설할 예정이었지만,

그 시급성 때문에 부대 창설이 계획보다 3년이나 앞당겨졌습니다.

◇의무후송항공대 창설, 응급환자 후송 전문성↑

의무후송항공대는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 전 임시로 한국형기동헬기인 ‘수리온’(Surion)에 응급처치 키트와 침상 등을 달아 부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의무후송항공대는 총 6대의 수리온 헬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정비 및 교육훈련용 헬기를 제외한 3대는 각각 용인, 양구, 포천에 배치돼 24시간 임무 수행 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헬기를 나눠 배치한 건 전방부대 상황 발생시 15분 이내에 사고 지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항공의무후송 골든타임 내 거리는 반경 50km로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상황 접수부터 헬기 이륙까지 평균 소요시간은 15분, 이동시간은 평균 13.5분으로 30분 이내에 응급 환자를 후송하고 있습니다.

의무후송항공대 요원들이 환자 인양 훈련을 위해 수리온 헬기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의무후송항공대 창설 이전에는 UH-60(블랙호크) 헬기 운용부대인 603대대에서 의무후송 임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전술공수작전을 주로 하는 전투 부대에서 응급환자 후송 임무를 같이 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장비의 제약으로 후송 임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무후송항공대가 창설된 이후에는 긴급 의무후송 임무수행율(요청 대비 실제 임무수행 비율)이 부대 창설 이전 68% 수준에서 97%까지 향상됐다고 합니다. 전문 요원들의 역량 뿐 아니라 최신 헬기 덕분에 육안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 및 악천후 기상조건에서도 작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現 의무후송헬기, 간이 의무장비만 탑재

하지만 현재 의무후송항공대의 헬기는 말 그대로 ‘임시’입니다. 현재 수리온 기반 후송헬기는 인공호흡기와 심실제세동기 등의 휴대형 의무장비만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헬기 후송 중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심폐소생술(CPR) 정도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침상도 단 하나 뿐이라 한 번에 여러명의 환자도 후송할 수 없습니다. 당초 계획대로 의무후송전용헬기가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의무후송전용헬기는 중증환자의 경우 2명, 경환자의 경우 최대 6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습니다. 산소공급장치와 의료용흡인기, 환자감시장치 등도 탑재해 후송 중 간단한 시술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기상 레이더와 지상충돌 경보장치 등 비행안전 장비도 탑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임무 수행을 위한 보조연료탱크도 달아 산악, 도심, 도서 등의 다양한 지역에서도 임무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곳에는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등 4000명 이상의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해당 지역 상황 발생 시 인천 지역 소방헬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업무 협조 요청 등에 시간을 낭비하기 일쑵니다.

의무후송항공대는 총 8대의 전용헬기를 운용할 예정입니다. 이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해 말 수리온을 개조한 의무후송전용헬기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현재 수리온 가격은 대당 250억원 정도지만, 의무후송전용헬기로 개발된 수리온 가격은 350억원 가량이다.

수리온을 개조한 의무후송전용헬기가 개발 완료 이후 비행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 또 늦어지나?

그러나 문제는 예산입니다. 국방부는 총 282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7년 11월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의무후송전용헬기를 전력화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국방부가 제출한 내년도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 사업’ 계약 착수금 명목의 28억원이 예산당국의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습니다.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헬기에 사업타당성 조사 없이 예산을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 사업이 육군 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인식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사업이 늦어진 만큼 올해는 2018년 예산안으로 294억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이 수리온 헬기의 성능 결함 등을 지적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사업이 지연될 처지입니다.

얼마전 강원도 철원군의 한 육군 부대에서 진지공사를 하고 복귀하던 모 일병이 머리에 총탄을 맞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10분경으로 의무후송항공대 소속 헬기를 이용해 국군수도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도착 직후 오후 5시20분 경 안타깝게 숨을 거뒀습니다.

상황을 가정해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만약 사고 장병이 의무후송전용헬기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지난 8월 발생한 K-9 자주포 사고 때도 환자 6명을 동시에 후송할 수 없어 헬기 4대가 차례로 환자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헌법이 부여한 국방의 의무를 다히기 위해 청춘을 희생하는 청년들에게 국가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의무후송전용헬기 도입 하나 결정하지 못하는 정부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나서야 ‘최선을 다했다’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