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결함 대부분 개선.. 수리온 다시 날 수 있나

KAI, 1조3000억 들여 6년간 개발 / 첫 국산헬기·수출 역군 기대 한몸에
/ 감사원, 7월 '부실·결함' 사례 발표 / 軍 전력화 연기.. 제작사 코너 몰려
/ 방산업계·학계 "수리온 살려야" / 빗물 유입·윈드실드 등 보완 끝내
/ 정부 '방산비리 정국 조성' 뒷말 무성 / '부실' 낙인 찍혀 수출 걸림돌 예상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은 한때 명품 국산 무기로 주가를 높였다.

수리온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6년 1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개발에 착수해 2012년 12월 국군에 첫 실전 배치한 다목적 헬기다. 최초의 국산 헬기이자 방산(防産)수출의 역군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현재 육군에 67대가 배치됐으며, 2024년 말까지 육군·해병대 및 의무·소방·산림전용 헬기를 합쳐 모두 210대를 배치할 계획이었다.

수리온은 지난 7월 16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추운 날씨엔 엔진 속으로 얼음이 빨려 들어가고 조종석 유리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는가 하면, 심지어 빗물에도 무방비라며 수십 가지 결함을 나열했다. 두 차례 추락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엔진 결함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태만히 했다는 지적도 했다. 비행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하늘을 나는 헬기라기보다는 하늘에 떠 있으면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위험천만한 존재로 낙인찍혔다.

자연스럽게 수리온의 추가 군 전력화는 미뤄졌고, 수리온을 제작한 KAI는 코너에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에는 하성용(65) 전 KAI 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하 전 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김인식 KAI 부사장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각한 내우외환 속에서 수리온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방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수리온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방위사업청이 반박하는 등 뒷말도 계속되고 있다. 방산 전문가는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달리 수리온의 비행안전성과 성능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수리온의 결함은 이미 대부분 개선되었으며, 이러한 결함 발생을 항공기 개발 과정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함 중 감사 발표 이전 시점에 보완이 끝난 사안이 적지 않다. 기체 내부 빗물 유입은 2013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작업이 완료됐다. 윈드실드(전방 유리) 파손은 지난해 12월 개선됐다. 유압 변환기 작동 불량·타이어 파손은 지난해 9월, 착륙 보조장치 조기 마모는 지난해 7월 수리를 끝마쳤다. 

가장 논란이 컸던 수리온 체계결빙성능 입증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문제도 해외개발 사례와 군 헬기 운용 현황 등을 고려할 때 비행 안전성 및 절차상에 문제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7일 방사청은 “체계결빙성능 입증은 필수가 아닌 옵션”이라며 “‘착빙(着氷) 지역 의도적 비행금지’, ‘착빙 조우 시 신속한 이탈’ 등 교범대로 운항할 경우 수리온 비행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감사원 감사결과를 반박했다.

수리온을 운용 중인 육군도 감사원 감사와는 무관하게 8월 28일 군의 수리온 전력화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감사원 감사처럼 수리온이 부실헬기였다고 판단했다면 있을 수 없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왜 결함 수리를 대부분 끝마친 수리온을 부실헬기로 지목했을까. 현 정부의 방산비리 정국 조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리온 제작사인 KAI 경영진의 퇴진 내지는 방산비리 단죄 의지를 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수리온 감사결과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도 “검찰이 지난 몇 년 동안 KAI를 털었고, 최근 두 달은 전 세계에 KAI는 방산비리 기업이라고 떠벌리다시피 하며 수사 중인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시기 감사원의 수리온 결함 발표 역시 비슷한 배경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AI를 표적으로 한 수사 및 감사에 수리온이 희생양이 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복마전(伏魔殿)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방산업계의 행태를 볼 때 이런 분석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장기적으로 볼 때 국산 항공·무기체계 개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 7월 16일 자 감사원 보도자료에 언급된 것처럼 이번 감사는 감사원의 바람과 같이 수리온이 명실상부한 국산 명품헬기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명품무기로만 인식됐던 국산 무기체계들을 냉철히 점검하는 기회가 됐다”며 “성능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은 예산으로 고성능 무기를 개발해야 하는 업계의 고충도 반영해 제도 및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한 수리온의 군납 지연과 방산 수출의 장애물 등장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국산 헬기 수출이라는 신규시장 개척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KAI가 추진해온 대(對)인도네시아 수출 건은 현지 당국이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전언(傳言)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을 찾은 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이 “원전 기술을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한국 외에도 중국·러시아 등 대안이 많은 상황인데 굳이 원전을 포기한 한국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원전 포기에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의 처지 역시 다르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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