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전기 꺼"..中企 "공장운영 어쩌나"


2014년 도입 이후 3년간 3회 발동에 그쳤지만 文정부 들어 9차례 발동
脫원전 따른 전력생산 감소, 기업들에만 부담 떠넘겨..中企 "정부와 계약 끊을 것"

이번 겨울에만 '급전지시' 7회…포항 제조업체 A대표 하소연

"환경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탈(脫)원전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전기 사용을 통제하면 공장 운영을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경북 포항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 A대표는 정부가 25일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전 지시'를 발동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급전 지시는 전력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할 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미리 계약된 업체에 일정 시간 전력 사용을 중단하도록 명령하는 수요자원거래제도(DR·Demand Response)를 말한다.

A대표는 당초 '효율적인 전력 수요 관리'라는 정부 취지에 공감해 DR에 가입했다. 계약은 1년에 60시간까지 정부의 급전 지시를 따르는 내용이다. 급전 지시가 한 번 발동될 때 최대 4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1년에 15차례까지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계약한 것이다. 급전 지시에 동참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정부가 공장이 손해를 보는 것은 없다고 해 계약을 결심했다.

계약 초기에는 불만이 없었다. 2014년 11월 제도 도입 이후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까지 전기 사용이 제한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A대표는 "처음에는 전기 사용 제한 없이 혜택만 받아 미안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이 본격 진행되면서 급전 지시는 공장 운영에 부담이 될 정도로 빈번해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작년 여름 2차례에 이어 25일까지 모두 9차례나 전기 사용이 제한된 것이다. A대표는 "1년에 60시간까지 따르도록 계약을 맺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예년 수준일 것으로 생각하고 계약을 갱신했다가 급전 지시가 너무 잦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A대표처럼 정부의 잦은 급전 지시에 곤란을 호소하는 기업인이 급증하고 있다. 시행 초기 800개에 불과했던 DR 참여 업체 수가 작년 말 3800여 개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섣부른 탈원전 정책이 부른 부작용이라는 점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가 원전을 통해 전기를 산업 현장에 저렴하게 공급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정비 등에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면서 원전 24기 중 11기를 멈춰 세운 것이 급전 지시를 빈번하게 발동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급전 지시를 따르는 기업들에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국민 세금으로 메워진다는 점에 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급전 지시는 해당 기업이 손익 분석을 통해 스스로 정한 감축 목표량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감축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라며 "급전 지시로 기업들이 보는 손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산업 현장과 차이가 크다. 경기 안산 소재 금형업체 B대표는 "대기업이야 사무실 조명과 냉난방을 끄는 정도로 급전 지시를 이행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며 "급전 지시로 1시간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려면 이미 1시간 전부터 준비해야 하고, 급전 지시가 끝난 뒤에도 기계를 예열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B대표는 "요즘같이 납품이 늘어난 시기에 공장 가동을 멈춰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유·무형의 손해가 많다"고 토로했다. B대표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돼 힘든데 전력까지 통제를 받으니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힘들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최근 최대 전력 수요가 정부 예측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경우 '전력 공급이 과잉이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을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정부 논리가 공격받을 수 있어 정부가 기업들의 전기 사용을 제한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앞으로 급전 지시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의 감축 요구량 역시 최초 발동했던 2014년 12월 18일 1424MW보다 2배가량 늘었다. 정부는 DR 등록 용량(전력 수요 최대 통제량)을 현재 원전 4기 분량인 4.4GW에서 탈원전과 함께 2031년 최대 8GW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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