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던진 ‘말 한마디’

- 이상용 목사(마포2대교구장)

 하나님의 말씀에 힘이 있듯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사람의 말에도 힘이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모양새를 ‘말씨’라고 부른다. 이는 말이 씨가 된다는 통찰이 반영된 표현일 것이다. 한 마디 말은 우리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운전대와 같다. 자동차의 운전대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듯이 사람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과 목적지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우리의 말이 상대방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심코 던져진 타인의 말 한 마디, 무심히 지어보인 어떤 표정에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에서 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집 대문 앞에 앉아 있었다. 골목을 지나던 깨엿 장수가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가위를 쩔렁이며, 목발을 옆에 두고 대문 앞에 앉아 있는 나를 흘낏 보고는 그냥 지나쳐 갔다. 그러더니 리어카를 두고 다시 돌아와 내게 깨엿 두 개를 내밀었다. 순간 아저씨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 몰랐다. 돈 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말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친구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로 건넨 두 개의 깨엿과 ‘괜찮아’라는 말 한 마디가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청소년 퀴즈프로그램에서 혼자 남아 끝까지 문제를 풀다가 결국 골든벨을 울리지 못해도 친구들이 얼싸안고 위로해 준다. “괜찮아! 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다시 시작해봐’라는 격려의 말.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위로의 말.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최고야’라는 따뜻한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오래 전 장영희 교수의 따뜻한 추억 속 골목길 안에서 들은 말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그래서 ‘괜찮아’ 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난다. 말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던진 ‘말 한 마디’와 무심히 지어보인 ‘어떤 표정’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이 될 수 있고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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