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복무 12개월로 줄이면입력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정치권에서 최근 육군기준 21개월인 군 복무 기간을 1년까지로 단축해도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다. 국방부는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지만, 입대 예정자나 군에 갈 자식을 둔 부모들은 귀가 솔깃했다.

현재 21개월인 복무기간을 12개월로, 9개월을 줄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21일 국방부에 물어봤다. 오랫동안 국방부를 출입한 기자로서 충분히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출산율 저하로 전체 62만2천명이던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2천명으로 줄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연평균 2만3천명씩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9개월을 더 단축하면 12만여명이 부족하게 된다."

국방부의 논리는 이렇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복무 기간 1개월을 줄이면 병력이 1만1천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출산율 저하로 연간 부족분 2만3천명 가량을 더하니 12만여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셈법이었다.

국방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복무 기간을 9개월 단축해 12개월로 하면 병사 숙련도가 떨어진다. 초보자를 데리고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KIDA에서 보병 기준으로 병사가 숙련도를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을 분석해보니 최소 1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현재 21개월을 복무하기 때문에 이 분석대로라면 5개월가량은 숙련된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고가의 정밀장비를 운용하는 해군(23개월), 공군(24개월)은 육군보다 복무 기간이 길어서 잘 훈련된 병력을 더오래 붙잡아놓을 수 있다.

국방부는 육군 복무 기간이 21개월로 줄어들자 신병훈련 기간을 5주에서 8주로 늘렸다. 5주간 기본군사훈련을 받고 3주는 전투기술 숙련과 부대 배치 때 즉각 임무를 수행하도록 특기 교육을 받는다. 방공포부대와 정밀유도무기를 다루는 부대는 1~2개월 보수교육이 뒤따른다. 복무 기간이 단축될수록 기본군사훈련이나 특기·보수교육 기간은 짧아지기 마련이다.

병력의 질적 측면에서 국군과 비교가 되지 않는 북한군은 13년을 복무한다. 13년을 군에 복무하면 복무 염증 등으로 '군기'가 제대로 발휘될지는 의문이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13년짜리 초보자'는 아닐 것이다.

현역병의 복무 기간은 창군 역사(69주년)를 거쳐오면서 여러 번 단축됐다. 물론 선거에 편승해 젊은층의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했을 때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2012년 12월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임기 내에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도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공약을 제시한 상태였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현역병 복무 기간은 6·25전쟁 후 장기복무자 전역 조치 때문에 1953년 36개월로 시작됐다.

1959년과 1962년 징집병 병역부담 완화로 33개월, 30개월로 조정됐다가 1968년 1·21 사태가 나면서 36개월로 환원됐다. 1984년 병역부담 완화를 이유로 30개월로 조정됐다.

1993년 방위병제도 폐지로 잉여자원 해소 차원에서 26개월로, 2003년 병역부담 완화를 사유로 24개월로 줄었다.

2008년 노무현 정부 때 18개월로 6개월 단축을 추진해가던 중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3개월가량 단축하다가 중단됐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1개월로 줄었다. 노무현 정부 때 6개월을 단축하려던 계획이 이명박 정부 들어 3개월 단축으로 변경된 것으로,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이 감소하고 전투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조정된 것이다.

현재 육군기준 병사 진급 기간은 이등병→일병 3개월, 일병→상병 7개월, 상병→병장 7개월, 병장 4개월이다. 복무 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 또는 12개월로 줄어들면 이런 병사 진급 기간도 모두 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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