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음속 10배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 발사..고체엔진 장착한듯

     

한미, 노동급 추정했다가 위성자료로 수정 '혼선'..성공여부 추가분석 필요
軍 "북, 트럼프행정부 겨냥 무력시위"..'ICBM 시험발사했다' 주장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김호준 기자 = 한미는 북한이 12일 오전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중거리인 무수단급(사거리 3천~3천500㎞ 이상) 개량형으로 점정 결론 내렸다.

당초 노동급으로 추정했지만, 위성 분석자료 등을 추가로 정밀 분석한 결과 판단을 수정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 군 당국의 이런 분석과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추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오늘 평북 구성시 방현 인근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노동급 미사일보다는 무수단급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 비행 제원이 노동급 미사일보다 상회하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노동급은 비행속도가 마하 9.5인데 이번 미사일은 그 이상으로 나왔으며 비행속도가 무수단 범주에 들어가 무수단 개량형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무수단 미사일의 비행속도는 음속의 10배(마하 10) 이상이며, 북한이 이날 발사한 무수단 개량형 추정 미사일은 마하 10의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무수단 개량형으로 추정된 이 미사일에 고체엔진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무수단 미사일이 고체엔진을 장착해 발사한 것이 맞다면 이번이 최초 사례가 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신형 ICBM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시험 장면을 공개한 바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 무수단 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 실패한 것을 고려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실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연료 주입을 하지 않는 등 은밀성이 장점인 고체엔진을 적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미국의 위성자료를 정밀 분석해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기종과 제원 등을 추가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한 위성자료가 늦게 입수되면서 '노동급 미사일' 또는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에 무게를 두는 등 혼선을 초래했다.

합참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성공 여부는 추가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남포시 인근 잠진미사일공장에서 제작한 신형 ICBM 추정 미사일 2기의 길이는 12m가량으로 무수단 미사일과 같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날 무수단 동체를 이용해 신형 ICBM 엔진의 성능을 시험했다는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게 됐다.

앞서 북한은 오전 7시 55분경 평안북도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며, 500km를 비행했다.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고도와 비행 거리를 보면 ICBM과는 다르다"라고 밝혀 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정동 쪽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 상에 낙하한 탄도미사일은 최고고도 550여㎞로 올라갔다가 500㎞를 비행했다. 동해 상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육상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그린파인)에 포착됐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해 6월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과 다른 패턴을 보였다. 당시 무수단은 최고고도 1천400㎞를 넘었고 400㎞를 비행했다.

합참은 "오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또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도발 행위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 맞대응하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참은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고, 외교통상부는 대북 규탄 성명을 내놨다.

김 안보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실장,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안보실 1차장,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해 50분간 진행된 NSC 상임위에서는 북한의 이번 도발을 탄도미사일 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정부와 국제사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대한 노골적이고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 및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엄중한 위협"이라면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 작전1처장 전동진 준장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우리 군의 입장'을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 행위"라며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도발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한 정권은 머지않아 자멸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예고에 없던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실시한 3차 핵실험 4주년인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3차 핵실험일을 택일해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미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 군의 평가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대내적으로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미사일 능력을 과실하고, 김정은의 리더십 부각, 체제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대남 측면에서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탐색하고 압박하려는 의도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무용론 확산을 도모하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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