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환 부원장(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남 피살' 북한 정찰총국 소행"


□ 출연자 : 고영환 부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남 피살’ 북한 정찰총국 소행”

[윤준호] 지난 13일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가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습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누구의 소행인지, 이번 사건이 북한 정권을 비롯한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영환 부원장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영환 부원장님, 안녕하십니까?

[고영환] 안녕하세요.

[윤준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됐는데요. 암살자가 백주대낮에 사람 많은 공항을 살해 장소로 골랐습니다. 이게 다급해서였을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측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어쨌든 살해 시도자들은 김정은으로부터 ‘스탠딩 오더’라고 해서 언제든지 가능한 지시를 받아 한 5년 전부터 계속해서 추적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점이 왜 미사일 그다음 날이냐고 두 사건을 연관시키는 일각도 있는데요. 저는 그 당시 환경이 범행을 저지르기에 가장 적합했고 김정은의 지시를 집행하기에는 가장 호기라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독극물로 살해했다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윤준호] 방금 ‘스탠딩 오더’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최근 뉴스에도 나오고 있지만, ‘스탠딩 오더’는 한 번 명령이 내려지면 취소되기 전까지는 계속 유효한 명령이라는 뜻이죠?

[고영환] 그렇죠. 다시 명령을 내릴 때까지는 그 명령이 계속해서 유효하다는 뜻입니다.

[윤준호] 이 소행이 북한측으로 추정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구의 소행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그 명령을 누가 내렸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 체제에서는 어떤 기술자 한 명을 외국에 파견하는 것조차 김정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아서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탈북 단체장을 추진하는 임무도 김정은한테 재가를 받지 않고는 힘든 일입니다. 그것이 첫 번째 명령 계통입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부서는 북한군 정찰총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이전 김현희 사건 때랑 계속 있었던 테러 사건을 다뤘던 대정부 조사부가 북한군 정찰총국의 정찰국으로 편입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그 부서의 요원들이 테러 관련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행을 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정찰총국이 손발이 되어 일어난 일이고 그 최고 명령권자는 당연히 김정은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정은이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면 김정남이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 권력 구조에 어떤 영향력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죽였나요? 왜 이런 명령을 내렸을까요?

[고영환] 김정남을 옹호하려는 세력은 이미 장성택 제거 때 다 제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냐면 김정은의 공포 통치가 지속되고 당 정부 엘리트 간부들이 겁을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김일성, 김정일 장군님의 다음 맏아들이 어딘가 있다’, 이런 마음들이 어디엔가 확산돼 있다고 합니다. 최근 온 새터민들의 얘기로는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으로서는 이런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 그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김정은으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윤준호] 그렇다면 그것은 본인을 제외하고 백두혈통 씨를 다 말리겠다는 뜻도 됩니까?

[고영환] 그렇죠. 자기가 가는 앞길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장애물이 지금 해외에 다니면서 개혁 개방 이야기를 하고 독재자 소리를 하고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김정남이 가장 위험했다고 봐 왔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전문가들도 언젠가는 저 사람이 망명을 하거나 김정은 손에 죽을 거라는 추측들을 해 왔습니다.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지고 그런 불행한 사건이 사실로 일어난 것에 비통함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사람도 그렇고 김정남의 아들이자 김정일의 손주인 김한솔 군도 지금 위험에 빠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지금 동유럽에 있는 김정일의 동생 김평일도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남아 있는 남성 백두혈통 김평일, 김한솔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방금 이야기했던 그런 부분 때문에라도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해 왔다는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보호를 해 왔는데 이번 말레이시아에서는 보호가 제대로 안 된 건가요? 어떻게 된 겁니까?

[고영환] 김정남을 만나 본 한인 교포들이나 외국 사람들이 항상 이야기했던 것이, 김정남이 식당에 나타나든 카지노에 나타나든 먼발치에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항상 붙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아서 주로 중국과 중국 영향력이 강한 나라들에만 다니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생각을 해 보면, 저로서는 김정남 자체가 방심을 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김정남은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서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공항이라는 게 그 나라의 얼굴이고 게다가 수도 공항이라는 건 굉장한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경찰관이 총을 메고 지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하니까 아마 방심을 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한두 번 다녀 본 길도 아니고 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마카오로 간다는 정보가 이메일을 통해서나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북한이 미리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공작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가는 그런 장소에서 범행을 했는데 아마 김정남 자신이 화를 불러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결국 이 같은 일로 인해서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 집권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장성택이 2013년 11월에 처형되면서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분노를 했거든요. 개혁 개방적인 인물을 살해했다고 제가 만난 모든 중국 전문가들이 많이 분노를 했습니다. 이 김정남도 역시 나와서 한 많은 얘기가, ‘중국식 개혁 개방을 북조선이 해야 된다’는 말들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 친중적 인사로 봐야 하겠죠. 중국이 왜 이 사람을 건사했을까. 어쨌든 중국으로서도 비장의 카드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도 미래를 위해서 나쁘지 않다고 봐서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그 사람이 살해당함으로써 중국 지도부나 외교 당국이나 최고 지도부나 김정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장성택 죽인 것 때문에 화가 났었는데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김정남이라는 사람이 죽음으로써 받는 정신적 충격도 클 것입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 김정은에 대한 분노나 경멸감 같은 것들이 쌓일 것이고 그것이 결국 북중 관계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국이 북중 국경 경비 병력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고영환] 중국이 예를 들어서 석탄도 돌려보내고 있고 북중 국경의 무력을 증강하는 것도 사실 중국이 보호하고 있다는 설을 뒷받침해 주는 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그 어떤 중국인들에 대해 위해를 가할 수 있고 국경 쪽에 군인들이 넘어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일단 전제하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윤준호] 북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측이 이번에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 이전에 인도받겠다고 나서서 서로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시신 안장을 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시신을 인도받아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일단 북한측의 요구는 형식상으로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여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죽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합법적인 사실일 수 있는데 그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취하면서 쓰러졌고 병원에 가다가 사망을 했으니 누가 봐도 이건 이상한 죽음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검을 하려고 하는데 북한 당국은 부검을 하면 독이 나타날 수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대사부터 다 나서서 ‘시신을 돌려 달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당국은 말레이시아 당국대로 자존심이 있지 않겠습니까? 자기 영토에서 일어난 사건이니까 부검을 해서 사인을 밝혀야 된다고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북한이 시신을 가지고 가겠다고 한 것은 첫 번째는 세심한 부검을 통해서 독이 나타나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 같고 둘째는 시신을 가지고 가서 평양에 시신을 보내서 일종에 당 정부 간부들을 모아 놓고 시신을 보든가 하려고 했을 겁니다. 아니면 시신을 다시 한 번 훼손하든가 해서 ‘장군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우리가 이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죽여서 데려간다. 너희들 장군님을 똑바로 따르지 않으면 이런 모습을 당할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봅니다.

[윤준호] 이번 사건으로 해서 최근에 귀순한 태영호 주영 대사관 공사 등 국내 새터민으로 들어오신 분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많은 불안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이한영 씨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살해됐을 때도 신변 경호가 대폭 늘어났었고 우리들도 지금 한 이틀 전부터 신변 경호가 늘어난 상황입니다. 위축되기보다도 참 잔인한 정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해서 애를 쓸까’, 이런 생각들로 착잡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일단 저희들이 올 때도 목숨 걸고 왔고 여기 와서도 제가 26년째 계속해서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거든요. 그건 충분히 당해낼 수 있는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숙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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