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 … 세네갈 어부는 빈 그물만 걷는다

 
한국 근해에서 불법조업 중에 단속된 중국 어선들. [중앙포토]

한국 근해에서 불법조업 중에 단속된 중국 어선들. [중앙포토]

“과거 세네갈의 바다엔 고등어·오징어·정어리가 가득했고, 사람들은 살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부들이 빈 그물만을 쓸쓸하게 끌어 올리곤 한다. 중국 어선의 수산자원 남획이 세네갈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 받아 대형 선박 제작
아프리카 등 먼 바다까지 가 어획
세계 수산시장 90%가 붕괴 위기
인도네시아선 중국어선 폭파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이 (아프리카) 어부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실태를 고발했다. 이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해역에 진출한 중국의 원양어선의 3분의 2가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
 
NYT는 특히 중국 정부의 선박에 대한 보조금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선박 제작과 연료비 등을 지원받는 탓에 중국 선박들이 먼바다까지 나가 싹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양과학저널 ‘프론티어’에 따르면 중국의 원양어선들은 세네갈 어선의 1년치 어획량을 1주일 만에 잡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대형화 돼 있다. 소형 어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는 세네갈 어부들은 애당초 경쟁을 할 수 없는 처지다. NYT는 세네갈 해역에서의 중국 어선의 불법 어획량은 연간 4만t(약 2800만 달러) 규모로 현지 어민들의 연간 어획량 1.4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세네갈 어부들의 수입은 급감하고, 물고기를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고 있는 시민들의 식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장홍저우 싱가포르 남양기술대학교 연구원은 “2011년과 2015년 사이에만 중국 정부의 어업 보조금 예산은 3배나 늘어 약 220억 달러(25조91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중국 지방정부가 수산업체에 제공하는 수천만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제외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네갈 정부는 중국에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인프라 건설 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네갈의 수산업은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약 480㎞ 해안선을 가진 세네갈에서 어부는 전체 노동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어획량이 감소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탓에 수백만 명의 농촌 인구가 어촌으로 밀려들면서 그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30~40년 전 인구 5000명도 안 됐던 어촌 조알에는 현재 5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린피스도 중국 어선들에 의한 폐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원양어선이 2014년과 2016년 사이에만 400척 가량 증가해 2900척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수자원 남획으로 전 세계 수산시장의 90%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바다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위협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 당국은 2019년까지 원양어선의 연료 보조금을 60%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어업부는 “중국이 바다를 망치고 있다는 것은 다소 과장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불법조업 문제는 비단 세네갈과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월드 오션 리뷰’에 따르면 세네갈을 포함한 서아프리카 연안에서는 불법 어획 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불법 어획량은 연간 150만t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불법조업을 한 어선 317척을 폭파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획량은 지난해 약 3만7000t으로 전년 대비 15% 가량 줄었다. 해양수산부 지도교섭과 이세오 사무관은 “국제해양법상 어업 분야에 대해서는 벌금은 부과해도 처형은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총까지 발포하는 한국의 해양주권 보호는 타국에 비해 대항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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