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교 권사(서대문대교구) -

생명 보다 더 귀한 것, 바로 ‘영혼’이지요

호스피스 봉사하며 하나님의 사랑 깨달아
주님 은혜로 봉사하며 대장암 완치 받아


 나는 순복음호스피스 8기로 8년간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아픈 이웃을 섬기러 갔다가 오히려 내가 배우고 얻은 것이 많다. 그중 봉사 초창기에 만난 환자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구강암 말기로 고통 중에 계셨던 분인데 알고 보니 무속인이었다. 호스피스 봉사는 팀으로 이뤄지는데 우리가 교회를 다닌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찾아가도 언짢아하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방문을 하면서 마음 문을 두드렸다. 대화를 해보니 너무나 외로운 분이었다. 남편과 사별했고 슬하에 5남매를 두었지만 파란만장한 삶과 남다른 가정사로 자녀들과 왕래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나중에는 우리가 가면 너무나 반기며 좋아하셨다.

 2009년 6월 어느 날 새벽기도 다녀온 아침에 나는 배가 견디지 못할 만큼 많이 아파 병원에 갔다. 진통제를 처방받고 며칠 후 알게 된 검사 결과는 대장암 3기였다. 큰 병이라고는 들었지만 마음은 평온했다. 다만 수술을 받으러가야 하는데 구강암 말기로 약해진 그분께 충격을 줄까봐 “한 달 간 시골에 다녀올 일이 생겼으니 다녀오겠다”하고 입원을 했다. 하나님의 은혜 속에 좋은 의료진을 만나 수술을 잘 받았다.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에 한번씩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어 늘 걱정이었던 그분께 전화를 했다. 그사이에 건강이 악화 돼 입원과 퇴원을 했다고 했다. 회복을 위해 내가 먹는 음식들을 챙겨서 그분을 만나러 갔다.

 호스피스 봉사를 통해 어느새 그분 마음이 달라지고 어느덧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셨다. 그리고 스스로 결단을 하고 무속인을 할 때 사용했던 것들을 모두 치우고 예수님 안에서 참 평안을 얻으셨다. 그분은 입퇴원을 반복하며 괴로움 속에도 신앙을 지켰다. 그분이 많이 힘들어 할 때는 “내가 먼저 천국에 갈수도 있다. 내가 먼저 가면 내가 천국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당신이 먼저 가면 나를 기다려달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안심을 한 그분은 며칠 뒤 천국에 가셨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서대문대교구 11교구에서 도와주셔서 장례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다섯 자녀들도 장례에 참석해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고 후회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녀들 중 감동을 받은 큰아들과 막내딸은 예수님을 믿겠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을 때가 69세였는데 항암치료를 1년 동안 받으면서 봉사를 하고 75세인 지금까지 완치 판정을 받고 별다른 건강의 문제없이 지낸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다.

 4개월 전에는 사랑하는 남편이 천국으로 갔다. 지난해 4월에 위암 선고를 받고 5월에 임파선까지 퍼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편은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남편은 사실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변화를 받지 못해 술을 계속 마셨었다. 암 선고를 받은 후 술을 끊고 암과 싸우며 남편은 월요일마다 기도원에 가서 기도하기 시작했고 기도만 하면 울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인데 주일에 교구실에서 기도를 받다가도 통곡을 했다.

 1년 4개월간 투병을 하며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배웠던 모든 것을 남편에게 해드리며 불편함 없이 서로 감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남편의 마지막은 어느 드라마보다도 아름다웠다. 교구 목사님들, 지역장님들, 교구 식구들이 다 다녀가시고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 만났다. 사람들이 모두 찬양을 하며 평온한 가운데 천국으로 가셨다.

 호스피스 봉사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느낀 것은 생명이 귀하다는 것, 그리고 생명보다 영혼은 더 귀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호스피스 봉사를 소개해주고 이끌어주신 이재순 실장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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