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서 중국어선 또 증가…북한이 봐주나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꽃게 철을 맞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또다시 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북 경색 국면이 전개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을 우려한 중국어선이
조업을 접고 본국으로 대피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중국어선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북한이 대북제재의 열쇠를 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
중국어선 단속을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인천시 옹진군 연평어장의 가을어기 꽃게 조업이 시작된
이달 1일 이후 1주일간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40척이었다.
금어기인 지난달 말 20척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배가 늘었다.
9월 1일만 해도 백령도 인근 해역 19척, 대청도 해역 1척, 연평도 해역 3척 등 중국어선 23척이 불법조업을 했지만, 1주일이 지난 9월 8일에는 백령도 8척, 대청도 24척, 연평도 15척 등 모두 47척으로 증가했다.
연평도에서는 중국어선 단속 전담 기관인 해경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4월 창단한 이후 6월까진 중국어선이 사실상 1척도 없었는데, 9월 들어서는 점차 수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어선은 북한 당국에 돈을 주고 허가를 얻은 뒤 서해 NLL 인근 북측 해역에서 조업철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NLL 북측 해역에 있다가 야간이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우리 어장 쪽으로 남하해 꽃게를 싹쓸이한 뒤 다시 북측 해역으로 달아나는 식으로 불법조업을 한다.
북한이 중계무역회사를 통해 중국에 판 서해·동해 NLL 인근 조업권 규모는 총 7천500만 달러(약 844억 원)로 전해졌다.
과거 북한은 돈을 내지 않은 무허가 중국어선이 서해 NLL 북측 해역에서 조업하면 중국인
선원들을 폭행하고 어획물과 유류를 빼앗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실제로 2014년 한 중국어선 선장은 북한 해역을 침범해 조업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가 닷새 만에 석방됐다.
그러나 한국의 정보 당국이 파악한 첩보에 따르면 최근 서해 NLL 북측 해역에서 무허가
조업하는 중국어선에 대한 북한 순시선의 감시가 느슨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을 중국에
요구하는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등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은 전면 금지됐다.
현재 추가 제재 수단은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해 온
'원유공급 중단' 카드 외에는 사실상 남은 게 없는 상황이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조업권이 없는 무허가 중국어선에 대한 북한의 단속이 최근
느슨해졌다"며 "북한이 중국과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지 않으려고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경은 꽃게 철을 맞아 중국어선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서해 NLL 인근 해역에 기존 5척인
경비정을 최대 10척까지 증강 배치할 계획이다. 또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특수진압대까지
투입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달부터 가을철 꽃게 조업이 시작되면서 백령도 인근 해상에 있던
중국어선이 연평도 해상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해양주권을 지키고 어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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