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권사(마포2대교구)

- 불안했던 삶, 말씀 묵상으로 정답 찾아

성경 읽으며 신앙 회복, 가정 화목 이뤄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던 터라 결혼 후에는 집사 직분을 맡아 교회생활은 물론 30여 년간의 결혼생활도 열심히 하려고 애썼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기 때문에 직장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남편 경수창 안수집사는 내게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며 핀잔을 주며 무시하곤 했다. 금융업계에서 나날이 승승장구했던 남편은 회사 일에만 몰두할 뿐 나와 두 아이는 뒷전이었다. 남편은 내게 풍족하게 생활비를 주는 대신 자신의 성공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 나는 사춘기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이 들어 남편을 원망했다.

 사실 나와 남편은 성격이 정반대다.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다툼이 잦았다. 남편에 대한 미움과 불안감, 공허함이 점점 깊어지면서 그 마음을 채우기 위해 ‘쇼핑’을 시작했다. 시장에 가서 색깔별로 옷과 각종 가방을 사들여 옷장에 쌓아두었다.
 남편의 초고속 승진으로 생활비가 넉넉해진 만큼, 남편과 말다툼을 한 다음날에는 보란 듯이 과도하게 카드를 긁었다. 한편 ‘뭐든 열심히 하다보면 인생의 진리를 알게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교구활동도 열심히 참석했다.

 그러던 2013년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럽게 퇴직을 했다. 남편의 퇴직은 무계획적인 지출로 마음을 채워온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게다가 하루 종일 집에서 책만 읽으며 지내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한없이 답답해졌다.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소비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은 서로에 대한 불만이 되었고 힘든 생활로 이어졌다.
 “하나님,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탄식의 기도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기도만으로는 안 되겠기에 기독교상담학을 접목한 주석 성경을 한 절, 한 절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노트에 말씀을 정리하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며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보는 일기를 썼다.

 이른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도록 말씀읽기에 집중하는 날이 계속됐다. 3년여 동안 계속된 묵상으로 나는 내면 가득했던 불안감을 떨쳐내면서 마음 한가득 자유함을 얻었다. 삶의 불안감을 덜어내고자 과하게 사들여 진열된 그릇들을 볼 때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어느 날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엡 5:24)는 말씀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주님, 저의 머리 되는 남편을 공경하지 못했습니다. 회개하고 또 회개합니다”
 남편은 자신의 성공이 가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나는 남편이 이기적이고 가정에 소홀하다며 원망했었다. 성경을 읽으며 다 ‘내 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남편에게 미안했고 굳이 순종 못할 이유가 없었다. 주님을 잘 알지 못한 채 반평생을 이기적이고 고집스럽게 살았던 과거 내 모습 대신 친절과 사랑으로 남편을 대하며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변화는 남편의 변화로 이어졌다. 혼자 모든 의사 결정을 해왔던 남편이 이제는 나와 무엇이든 의논하며 “당신을 존경해, 당신은 참으로 지혜로워”라며 칭찬하고 인정해 주었다. 수년간 성경을 읽어보라는 내 간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남편이 성경을 두 번이나 완독한 것은 정말 꿈만 같다.

 요즘 우리 부부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는 말씀처럼 절대감사로 묵상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열 한권 째 쓰고 있는 나의 회복일기를 책으로 출간하자는 남편의 제안이 언젠가는 실현되어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인생 정답’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게 되길 소망한다.          

정리=김진영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