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으로 중심에 서다 예멘 유대인들


늦은 밤 트럭에 올라탄 이들은 모두들 자기 짐을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다. 아덴(예멘의 수도)을 떠난 트럭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넓은 공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그들을 태우고 이스라엘로 가기 위한 쌍발기 한 대가 서 있었다. 중동 각지에서 일고 있는 반유대주의와 예멘 내에서 일어나는 유대인들을 향한 폭행으로 유대인들은 더 이상 예멘에서 살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그들을 비밀리에 실어 나르기 위한 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비행기의 거대한 몸체를 보자 트럭에 타고 있던 이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비행기를 보지 못한 이들이 보기에는 이 강철의 날개를 가진 물체는 낯설고 두렵기만 했다. 비행기에 타던 사람들 가운데 나이가 많은 랍비는 자신의 가슴에 안고 있던 두루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 두루마리는 토라(모세오경)였다. 그 토라는 조상들이 대대로 보던 것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토라를 무사히 고국 땅-이스라엘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잠시 후 비행기는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창밖을 바라보던 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놀라 기도하기 시작했다. 랍비는 문득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강철의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이 거대한 철의 몸체를 보자 떠오른 구절이었다.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출19:4). 눈물을 흘리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던 랍비를 바라보면서 다른 이들도 각각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 이야기는 1950년대에 있었던 예멘 유대인들 구출작전인 ‘독수리의 날개작전(Operation Eagles’s wing)’의 이야기를 각색해 본 것이다. 필자가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여겼던 것들 중 하나는 이스라엘 내에서의 예멘 유대인들이 갖는 위치였다. 예멘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중동계 유대인들은 사회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예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넘어올 당시, 무식하고 문명화되지 못한 사람들로 치부되면서 비하하는 말들이 나돌았다. 예를 들어 그들이 비행기를 탔을 때 추워서 비행기 안에서 모닥불을 피웠다는 얘기도 있고, 또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잘 키울 줄 몰라서 많이 죽게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예멘 유대인들을 잘 몰라서 일부 서구 유대인들 사이에게서 나온 이야기이다. 실상 예멘 유대인들은 중동 유대인 가운데 독특하고 강한 종교성을 가진 유대인들이었다.

 예멘 유대인들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 땅에 입을 맞추면서 고국 땅에 돌아옴을 기뻐했다. 그리고 그들은 가족마다 토라 두루마리를 하나씩 들고 왔다고 했을 만큼 유대교 가운데서도 오랜 전통을 가진 유대인들이다. 그들이 가진 토라 두루마리들은 보통 1000년에서 500년 된 두루마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교 전통에 가장 완전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주요 종교행사에는 예멘계 유대인들이 주류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받은 대우는 너무나 처참했다. 예멘 유대인들은 연고 없이 이스라엘로 들어오게 되고 그들은 불평등한 대우로 고생을 하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광야에 버려지다시피 하게 되고 제대로 된 집이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잠재력은 놀라웠다. 현재 이스라엘 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 장르 가운데 미즈라히 뮤직(동양음악)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말로는 오리엔탈 뮤직이라고 불리는 장르이다. 아랍풍의 음악 스타일과 창법은 독특해서 많은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중동계 유대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음악의 중심에 예멘계 유대인들이 있다. 이들의 음악은 중동스타일의 아랍식이지만 가사는 성경의 가사를 끌어와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의 영성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독수리 날개에 실려 온 작은 사람들인 예멘 유대인들. 서구 유대인들과는 전혀 다른 얼굴과 다른 삶을 가진 이들이었다.

 비록 무시당하고 불평등한 취급을 받았지만 그들은 당당히 유대인 사회에 한 획을 긋고 있다. 그들이 가진 하나님의 열망과 순수함이 이스라엘 사회에 파고들고 있다. 한 민족이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대인 사회에서 이들은 또 다른 유대인들의 모습을 보게 하는 얼굴이 되고 있다. 오늘 잠시 인터넷에서 미즈라히(동방 혹은 동양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음악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들의 가사 속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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