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 늦더라도 천천히… 낮에도 전조등 켜세요

교통방송 10년 진행 정희돈 박사, 안전운전 다룬 '운전의 품격' 책 내


	정희돈 박사는 “교통은 생활이자 문화이자 약속”이라며 “제가 30년 무벌점·무사고로 운전한 것도 기본적 교통 상식을 지키고 방어운전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희돈 박사는 “교통은 생활이자 문화이자 약속”이라며 “제가 30년 무벌점·무사고로 운전한 것도 기본적 교통 상식을 지키고 방어운전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봄철 날씨가 화창해지면서 창문을 열어놓고 운전하곤 하죠. 이때 흙먼지가 운전자의 눈과 코를 자극해 위험해요. 담배꽁초가 운전석으로 날아 들어올 수도 있고요. 황사철엔 창문을 닫으세요."

매일 아침 귀 익은 목소리로 교통방송을 전하는 정희돈(59) 박사가 최근 자신이 진행해온 방송 원고를 모아 '운전의 품격'이라는 책을 냈다. 부제는 '면허 딴 당신, 이것만은 알고 가라'. 내용은 어렵지 않다. 'DMB를 시청하면 전방 주시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낮에도 전조등을 켜야 안전하다' '운전할 때는 매시간 스트레칭을 하라' 등 다분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당연한 상식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게 교통사고"라는 게 정 박사의 말이다.

그나마 20년 전에 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차츰 자리 잡아가는 교통문화 덕이 크다. "교통문화 수준은 국민소득과 비례하고, 사망자 수는 교통문화에 반비례하죠.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덕목은 '천천히'예요. 약속 시간을 10분 남겨놓은 상황에서 15분은 걸릴 거리를 5분 안에 가려고 하니 문제죠.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요."

정 박사는 '올바른 교통문화 만들기'에 평생을 보내고 있다. 33년 전 교통안전공단 입사 후 연구를 계속했고, 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에서 '대중교통론'도 가르치고 있다. 동료 연구원의 '대타'로 시작한 방송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기상청 날씨 정보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청취자에게 날씨와 환경에 따른 안전 운전법을 소개하거나, 교통안전을 위한 운전 매너를 알려왔다.

그는 지난달 공직에서 퇴임했지만 "교통안전 전도사 자리는 평생 내려놓지 않겠다"고 말한다.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차에 치이곤 해 관심을 갖다 보니 노숙인 문제 자체에 관심이 생겨 요즘은 주말마다 노숙인 무료급식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교통안전 홍보는 당장 눈앞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니지요. 어찌 보면 지루하고 때로는 회의도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사망자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보면 '큰 불행을 맞을 뻔한 가정을 우리가 여럿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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