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할 거예요

 

내가 어머니로서 가장 뿌듯함을 느꼈던 날은 오래 전 횐 페인트가 집안에 온통 쏟아지던 날이었다.나의 열네 살 난 아들은 제 방을 칠하기로 계획했었다. 그 애는 어느 틈엔가 페인트를 사왔고, 나는 내일이면 도와줄 수 있겠다고 말했지만 나를 닮아 조급한 성격이었던 아들은 한 번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그것을 행동에 옮기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빨래들을 한아름 안고 이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아들은 거기에다 모든 준비물들을 펼쳐 놓고 있었다. 내가 그 애 곁으로 한 발짝 발을 내디뎠을 때 일이 벌어졌다. 열려진 페인트 뚜껑을 통해 하얀색의 페인트가 마치 슬로우모션같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순간 우리들의 눈이 마주쳤다. 페인트가 쏟아지며 사방으로 튀겨 나갔다. 아들의 몸에, 거실의 카페트위에, 그리고 벽지에도..... 난 말문이 막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들과 나는 젖은 수건을 찾아 급히 페인트를 훔쳐냈고 카페트를 물로 세척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 페인트는 물로 씻겨지는 페인트였다.

청소를 하는 동인 아들의 눈은 여러 번 내 눈과 마주쳤다. 처음에 그의 표정은 '엄마, 저를 용서해 주시겠어요?' 라는 표정이었다. 그 다음엔 '엄마는 이제 곧 고함을 지르실 것 같아요.' 라는 표정이었다.

마침내 쏟아진 페인트를 다 씻어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 우리의 눈은 다시 한 번 마주쳤다. 그때 아들의 눈은 '엄마, 야단치지 않은 것 감사해요. 난 오늘 일을 평생 기억할 거예요!"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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