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또 '전력수요 감축' 요청 .. '탈원전' 무리수?

오전 한때 서울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가 절정에 달한 26일

또다시 전력 수요감축 요청(DR·급전 지시)이 발령됐다.

최근 1년 새 전력 수요감축 요청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수요감축 요청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한 하루 최고 목표전력수요

(올해는 8520만㎾)를 초과하면 자동적으로 발동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파 등으로 전기수요가 급증하자 비상이 걸린 정부가

수요감축 요청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원전11기 멈춰있어.. 가동률 최저
/ 당국 "전기부족 아냐" 석연찮은 해명
/ 일각 "수요예측 실패.. 날씨탓 아냐"
/ 해당기업 2700개 달해.. 부담 가중
울산에 한파주의보가 나흘째 이어진 26일 동구 주전해안길의 난간에 바닷물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어 있다.
오전 한때 서울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가 절정에 달한 26일 또다시 전력 수요감축 요청(DR·급전 지시)이 발령됐다. 올겨울 들어서만 8번째다. 수요감축 요청이 3일 연속 발령된 것 역시 2014년 이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급전 지시가 지나치게 잦다”는 지적과 함께 ‘무리한 탈원전 추진’이 배경으로 지목돼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1년 새 전력 수요감축 요청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2015∼16년 통틀어 세 차례 요청된 데 비해 지난해부터만 발동 횟수가 10회에 이른다. 수요감축 요청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한 하루 최고 목표전력수요(올해는 8520만㎾)를 초과하면 자동적으로 발동된다.

문제는 ‘잦은 급전’이 탈원전 기조와 연관성이 있냐는 것이다. 원전 11기가 멈춰있는 현재 원전 가동률은 56%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파 등으로 전기수요가 급증하자 비상이 걸린 정부가 수요감축 요청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 기장군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제3발전소 직원들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에 전력시장 종합 현황이 게시돼 있다. 이날 `북극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격하게 몰리면서 전력거래소는 이틀 연속으로 전력 수요감축 요청(급전 지시)을 발령했다.
산업부는 “수요감축 요청과 탈원전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DR 발동의 요건은 크게 ‘전기가 모자랄 때’와 ‘피크 경신 등 수요가 많을 때’”라며 “최근 수요감축 요청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평년에 비해 한파가 너무 몰아닥쳐 수요가 계속 피크를 넘었기 때문이지 전력예비율이 불안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DR 발동을 안 해도 예비율이 한 자리로 떨어질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의 수요예측이 틀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북극한파 수준의 극단치에 맞춰 전력수요를 잡으면 공급 설비가 지나치게 늘어나게 된다”며 “전력수요를 높이기보다 예비율로 변동성을 커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비율은 충분하다. 전기가 모자라는 상황은 아니다’는 산업부의 해명은 ‘위급상황이 아닌데 왜 급전 지시를 하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줄여놓은 전력수요 예측치에 끼워맞추기 위해 자꾸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낮추려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에 역대급 최강 한파가 몰려온 26일 서울 도심 빌딩숲에서 난방 열기가 올라오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다른 나라에서는 정말 위급한 비상시에만 쓰고, 할 때마다 수백억원이 드는 DR를 상시적인 장난감처럼 활용하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GDP(국내총생산)를 2.5%로 잡고 전력수요를 예측했는데 이미 지난해 GDP가 3.1%였다”며 “과도하게 낮춘 GDP로 전력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인데 날씨 탓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수요감축 요청이 2700개에 달하는 참여 기업에 작지 않은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산금을 받는다지만 공장주 입장에서 공장을 멈추고 일부 보상을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DR 시장 초기엔 거의 참여하지 않고도 기본적으로 주는 용량요금을 받던 기업으로서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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