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건 장로(동작대교구) - ‘덤’으로 사는 인생의 축복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기적으로 살아나 믿음 좋은 아내와 결혼
아들의 주의력결핍행동장애 기도로 치유 받고 교회 봉사 결심


 

20대 젊은 나이에 백화점에 입사했다. 4년이 지나 1995년에는 수입식품부 담당으로 일했다. 그해 6월 29일 오후 5시, 한국의 치즈 시장을 알아보기 위해 외국에서 손님들이 백화점을 찾았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인사를 마치고 백화점을 나오는 순간 내 뒤로 그 큰 백화점 건물이 붕괴됐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내 바로 뒤에서 일어난 것이다. 정신이 몽롱한 채로 쓰러졌다가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날 이후 한 달 넘게 나는 사고현장을 지켰다. 아침부터 사고현장 수습을 도왔고 저녁에는 병원으로 갔다. 살아남은 직원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야 했다. 게다가 언론에서 일부 직원들이 백화점이 붕괴될 걸 미리 알고 있었다고 거짓소문을 퍼트리는 바람에 나는 유가족들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피해 현장에선 도둑들이 활개 치고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그 일이 그나마 얕고 좁은 내 신앙심의 바닥을 드러내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데이크리스천으로 예배만 드리는 정도였다. 이 엄청난 상황을 견뎌낼 믿음이 내게는 없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지 의심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허울만 남은 크리스천으로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보고 후회했다. 다시 회복하고 싶었다. 내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다녀 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는데 소개로 만난 아내가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신실한 교인이었다. 결혼하면서 나는 열심히 예배에 참석했고 술도 끊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고난이 찾아왔다. 세 살짜리 아들에게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와 틱장애가 나타났다. 의사는 고치기 어렵다고 했지만 나와 아내는 주님께 매달려 보기로 하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은혜로 아들은 치유됐다. 그 일로 나는 주님의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15년째 남선교회 회원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동작대교구에서 젊은 세대의 부흥을 꿈꾸며 ‘3040’ 지도장로로 섬기고 있다.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환난이 올 때마다 기도를 하면 하나님은 꿈과 소망을 주셨다. 어찌 보면 1995년 이후로 나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 아닌가. 그러니 더욱 충성하며 살아야겠다.


정리=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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