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교숙 권사(은평대교구) - 독사에 물린 아들을 살려주신 하나님

 

24년 전, 그러니까 1994년 7월 넷째주일이었다. 나는 예배에 빠지고 동네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일영계곡에 바캉스를 떠났다.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아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물속에서 뛰쳐나왔다. “엄마 뭔가 이상한 게 내 발꿈치를 물었어요.” 자세히 보니 오른쪽 발목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재빨리 딸의 머리끈을 풀어 아들의 허벅지에 묶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독사에 물렸네요. 독이 이미 퍼졌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보세요.” 우리는 서둘러 서울의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아홉 살밖에 안 된 아들의 다리는 점점 부어오르고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으며 구토까지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들 모습을 바라보는데 가슴은 뛰고 숨도 쉴 수 없었다. 기도를 해야 하는데 무슨 말로 어떻게 할지 알 수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하나님 살려만 주십시오.” 그렇게 무조건 살려달라는 기도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의사는 독이 머리까지 오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

 “그런데 왜 해독제를 안 쓰세요?”
 “해독제가 외국에서 오는데 도착하려면 3일이 걸려요. 그리고 해독제를 쓴다 해도 쇼크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요. 그러니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상태가 됐을 때 최후 수단으로 쓸 수 있을 뿐이에요.”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더 캄캄해졌다. 그때서야 지역장님께 중보기도를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응급실 밖으로 나와서 눈물로 부르짖어 기도했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세상 즐거움에 빠져서 주일성수도 안 하고 구역장의 사명도 감당하지 못한 죄를 용서해주세요.” 한참을 기도한 뒤 응급실에 돌아왔다. 의사는 다시 경고했다.
 “독이 조금만 더 퍼지면…. 게다가 산다고 해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상처 부위가 썩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절단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거예요.”

 나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서 기도했다. 걷지 못해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하나님이 저에게 맡겨주신 생명이니까 하나님이 책임져 달라고, 살려만 주시면 주일 범하지 않고 구역장 사명 잘 감당하겠다고 서원하며 기도했다. 아이는 하룻밤을 응급실에서 보낸 뒤 병실로 옮겨졌다. 6인실인데 다들 아들의 상태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혀를 찼다. 다리는 부어서 본래보다 두 배는 되었고, 피부는 뱀가죽처럼 얼룩덜룩했다.

 지역장님이 심방 오셔서 아들 상태를 보고 나서 지역 식구들에게 아침 금식을 부탁한 뒤 병실을 떠나지 않고 아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계속했다. 나는 그동안 주님 앞에서 온전히 믿음생활을 하지 못한 잘못을 회개했다. 그리고 사흘째 되던 날, 아들이 일어나 앉았다. 의사는 그 모습을 보고는 이제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상태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이 더 빠지고 붓기가 사라지면 물리치료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아들을 살려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제야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눈에 보였다. 모두들 기적이 일어났다며 자신들을 위해서도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면서 아들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주님의 은혜로 아들은 건강하게 잘 성장하여 지금은 국방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결혼도 하고 예쁜 딸도 얻었다. 우리는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늘 감사한다.            

정리=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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