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기 집사(반석대교구)

- 칼라 병을 이겨낸 기적의 고추밭

서울에서 건축업을 했던 나는 3년 전 경북 봉화로 귀농했다. 가나안 농군학교 처럼 함께 일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독 농업 재단 이른바 ''시니어 시티''를 세우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향한 도전이었다. 어릴 적 농사의 경험과 40여 년 서울에 살면서 경험한 도시 농부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올해 고추농사에 사활을 걸고 5월에 고추 모종을 심었는데 심은 다음 날부터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식물의 생장점이 구부러지고 잎이 노란색으로 변하더니 뒤쪽으로 말렸다.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인근 농업 기술 센터로 농작물 일부를 가지고 갔다. 연구 결과 일명 칼라 병으로 일컬어지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omato Spotted Wilt Virus·TSWV)에 감염된 것이었다. 이 병은 한번 걸리면 치료가 불가능해 잎이 변하고 말리며 어린 과실은 검게 변해버린다. 토마토와 국화 등 29종의 작물에서 발생되는데 특히 고추에 이 병이 나타나면 원형 반점과 함께 잎과 줄기에서 고사 증상이 일어나 모두 폐기처분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병 확산을 막으려면 병을 이리저리 옮기는 총채벌레를 박멸해야 하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워 방제가 늦어지면서 고추밭 여기저기에 총채벌레가 알까지 낳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주변에서는 "농사 망쳤다. 다 뽑아 버려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만 들려왔다.

 "하나님,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시려고 이런 시련이 다가온 거죠?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사람도 살려주시는데 농작물 또한 살려주시지 않겠는가.'' 나는 서둘러 반석대교구 교구장 엄유준 목사님께 전화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죽어가는 고추밭을 위해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목사님은 나를 위해 그리고 고추밭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행여나 주변 농가에 피해라도 갈까 가슴앓이하며 오직 주께 매달려 간구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6월이 되면 차츰 기온이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온도가 오르지 않았다. 밤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뚝 떨어져 난방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 총채벌레가 도저히 활동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이상 증세를 보이던 고추들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처럼 살이 통통히 오르더니 정상적으로 자라던 고추들보다 더 튼튼해졌다. 그리고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 고추 줄기가 땅으로 처질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할렐루야!

 칼라 병에 걸리면 살아날 농작물이 없다던 이웃들에게 보란 듯이 기적을 보여주신 하나님. 칼라 병 극복 첫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이웃에게 전하고 싶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채우시고 돌보시고 만들어주시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리=오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19.08.04. am 10:29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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