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마음의 중심에 두는 삶
구약성경 사무엘상이 사무엘과 사울과 다윗이라는 세 인물을 다루는 반면, 사무엘하는 다윗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사무엘하에는 두 명의 다윗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은 하나님께 기도하고(삼하 1∼5장), 하나님께 기쁨을 드림으로써(삼하 6∼10장)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하심을 받은 다윗이고(삼하 1∼10장), 다른 하나는 흉악한 죄를 범함으로 말미암아 수치와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던 다윗이다(삼하 11∼24장). 이제 두 가지 인생길을 걸어갔던 다윗에 대한 이야기 숲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하나님께 기도하는 인생(삼하 1∼5장)
하나님께서 다윗을 선택하신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삼상 13:14). 하나님께서 다윗을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것은 다윗이 중요한 일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삼상 23:2,4; 30:8; 대상 14:10,14; 21:26). 다윗의 이러한 모습은 사무엘하 1장부터 10장에서도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하고(삼하 5:4), 다윗 왕조의 시조로서 기반을 다진다.
다윗은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님의 때를 앞당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다. 다윗은 사울의 죽음(삼하 1:1) 후에도 사울의 가족들을 해치려 하지 않았다. 다윗은 인내와 긍휼을 가지고 기다렸다. 때가 이르자 남 유다의 사람들이 먼저 다윗에게 나아와 그에게 기름을 붓고 왕으로 삼았다(삼하 2:4). 그리고 조금 뒤이어 북이스라엘 모든 지파와 모든 장로도 다윗에게 나아와 그를 왕으로 삼았다(삼하 5:3). 이런 다윗에 대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만군의 하나님 야훼께서 함께 계시니 다윗이 점점 강성하여 가니라”(삼하 5:10).
이처럼 하나님께서 다윗과 함께하시고 그의 나라가 강성해 간 것은 그가 기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다윗은 늘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작은 일에도 큰일에도 하나님께 기도하였다(삼하 2:1; 5:19, 23). 다윗의 형통 뒤에는 늘 하나님의 뜻을 묻는 기도가 있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인생(삼하 6∼10장)
다윗이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블레셋을 무찌른 후(삼하 5:17∼25)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나님의 궤를 자신이 살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모시고 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다윗은 늘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사는 ‘어찌하면 하나님 중심에 서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을까?’였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궤가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다윗은 너무나도 기뻐하며 야훼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뛰놀고 춤을 추면서(삼하 6:14∼15), 온 백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삼하 6:18∼19).
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았던 다윗은 또한 하나님을 위해 집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러한 다윗의 마음만을 받으신다(삼하 7:4∼7). 다윗의 마음을 받으신 하나님은 다윗에게 큰 선물을 허락하셨다. 바로 영원한 왕조의 약속이다(삼하 7:8∼13). 그 이후로 다윗은 어디로 가든지 야훼께서 승리하게 하셔서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삼하 8:14).
수치와 고난에 처한 인생(삼하 11∼24장)
사무엘하 11∼24장에서 이전의 삶과는 달리 다윗은 하나님의 기쁨이 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왕국이 안정되었다고 방심했던 탓일까? 다윗은 해서는 안 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야 만다(11장). 자기 신하의 부인인 밧세바와 간음을 저지르고(삼하 11:4), 이를 덮기 위해 그녀의 남편이자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 우리아를 죽게 만든다(삼하 11:14∼17). 하나님은 다윗의 범죄에 크게 진노하셨다. 이 날 후로 다윗은 처참한 모욕과 아픔을 경험한다. 자녀들끼리 싸우고 죽이는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고(삼하 13∼14장),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도망당하는 수치와 더불어 끝내 그의 죽음도 겪어야만 했다(삼하 15∼18장).
다윗이 하나님 앞에 죄를 저지르고,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기도하는 다윗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전에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의 뜻을 물었던 다윗의 모습은 사무엘하의 후반부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기도가 사라진 때부터 다윗은 범죄를 저질렀고, 그 결과 고통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사무엘하의 다윗의 삶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기도하는 자는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자기 뜻 가운데 범죄하며 결국 수치와 고난 가운데 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을 마음의 중심에 두며 그에게 의지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